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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왜곡된 스펙 지상주의는 가라

한국 경제의 침체로 인하여 청년실업이 증가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취업 준비생들은 어려운 취업 관문을 통과하기 위하여 스펙 쌓기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현실이다. 시간과 돈의 낭비, 피로도가 심한 증세를 보이고 있다.

만일 당신이 취업 준비생이라면 당분간 낯선 사람이 "시간 있느냐?"며 접근해 와도 단칼에 거절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스터디 모임에서 열변을 토하는 자신을 모르는 사람이 유심히 지켜본다고 해서 적대적으로만 대응할 필요는 없다. 또한, 도서관은 새벽에 일찌감치 들어갔다가 가능한 한 늦게 나오는 것도 기회가 될 수 있다. 현대자동차의 인사 담당자들이 '월척'을 건져 올리기 위해 대학 캠퍼스 등에서 '암약'을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려 온다.

현대차는 '길거리 캐스팅' 방식의 파격적 채용 방안인 'The H' 프로그램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 제도의 핵심은 인재의 접근을 기다리는 소극적 채용이 아니라 기업이 인재에게 먼저 다가가는 적극적 채용이라는 데 있다. 또 이른바 '스펙'이 아니라 100% 인성 위주의 선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채용 과정은 총 3단계로 진행되는데 첫 번째는 캐스팅이다. 현대차 인사 담당자들이 대학 캠퍼스와 도서관, 학교 인근 주점 등 대학생들의 주요 생활 공간으로 직접 찾아가 후보자들을 발굴한다. 관찰 결과 훌륭한 인성을 보유했다는 판단이 드는 학생이 있으면 신분을 밝히고 'The H' 프로그램 참여를 권유한다. 인사 담당자들은 이미 대학 캠퍼스 등으로 출동한 상태이며 7월 말까지 수시로 현장에 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채용 방식의 특성상 활동 지역과 시간은 비밀이다. '현장 요원'은 대략 20여 명 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캐스팅 기준인 인성 판별법도 인사 담당자들끼리만 공유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예를 들면 도서관에서 가장 늦게 나가는 학생 같은 경우 쉽게 눈에 띄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수의 인사 담당자들이 전국의 인재들을 모두 관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때문에 온·오프라인을 통한 자천·타천의 캐스팅 프로그램도 병행한다.

현대차는 상시채용 상담센터에 상담을 신청한 취업 희망자 중 일부와 친구들로부터 추천을 받은 지원자 일부를 함께 캐스팅할 방침이다. 스펙이 낮은 학생들이 그 이유와 스펙을 포기한 대신 무엇을 추구했는지를 적어내는 '스펙 대신 내 이야기' 공간을 운영해 글을 올린 지원자 중 일부도 선발할 예정이다.

캐스팅이 끝나면 8월부터 11월까지는 해당 학생들을 모아 한 달에 두 번 꼴로 '모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인사 담당자들과의 근교 여행이나 봉사활동, 소규모 식사 모임 등의 형식으로 진행되며 임원들과의 만남 및 직무 설명회 등 심층 상담도 병행할 예정이다. 인사 담당자들은 그동안 지원자들의 인성과 직무적합성 등을 꼼꼼히 살피게 된다. 이 단계가 끝나고 12월이 되면 최종 면접이 진행되면서 채용 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 우리 사회는 스펙을 쌓기 위해 일부러 특이한 경험을 하는 일까지 벌어질 정도로 왜곡된 스펙 지상주의 사회"라며 "인성이 가장 중요한 인재 선발 기준이 돼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이런 채용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The H' 프로그램을 통한 선발 인원을 미리 정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결정할 방침이다. 최종적으로 이같은 방식으로 어느 정도를 채용할지는 판단하기 어려우나 기본적인 자세가 되어 있고, 자신만의 스토리를 확실히 가진 사람은 발굴될 수도 있기에 '기본에 충실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에게 기회는 주어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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