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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미래는 희망을 가져다줄 것인가?

미래는 우리에게 희망을 가져다줄 것인가? 다가올 40년이 인류 문명사에서 가장 위험한 시기가 될 것으로 예측하는 학자가 있다. 그는 인류 문명사 연구 대가인 이언 모리스 스탠퍼드대 역사학 교수이다. 그는 서양에서 동양으로 발전 축이 바뀌는 현재가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역사와 고고학을 중심으로 인류 문명 발달을 연구하면서, 현 위기 수준을 낮추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역사상 가장 위험한 시기(the most dangerous in history)`가 될 것으로 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서양에서 동양으로 힘의 이동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무력 사용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초강대국인 미국의 힘과 의지가 약해지면서 긴장이 높아지는 과정을 중재할 국가가 없다는 점이다. 모리스 교수는 "역사상 급속한 발전과 함께 부의 급격한 이동이 이뤄지는 때엔 항상 불안정과 위험이 수반됐으며 대부분 사례에서 결과적으로 무력이 사용됐다"는 것이다. 일례로 지난 19세기 산업화와 함께 시장 개척에 나선 서양은 동양을 무력으로 굴복시켰다. 또 1870년대 이후 대영제국 시장을 미국ㆍ독일ㆍ일본 등이 공략하면서 결국은 두 차례 세계대전을 치러야 했다.

그는 한국에도 번역된 저서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를 통해 서양과 동양 간 권력 이동을 다뤘다. 550년에서 1750년까지 한ㆍ중ㆍ일 등 동양이 서양을 앞섰지만 이후 선박 개발, 석탄 등 에너지원 발견과 이를 통한 아메리카 대륙 발견 등으로 주도권이 서양으로 넘어갔다. 그러나 이제 동아시아 경제 발전에 힘입어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예측했으며 21세기 말에는 동양이 서양의 부와 비슷해지는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모리스 교수는 "이런 시대가 도래하기 전에 기술ㆍ통신 발달 등으로 동양과 서양 구분은 의미가 없어질 것"이라고 점쳤다.

또 동양이 발전해서 중심이 되는 것에도 단서를 붙였다. 화석연료를 넘어서는 새로운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 발굴이 필수라는 것이다. 동양 인구를 감당하기에 지구상 화석연료는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모리스 교수는 "수렵에서 농경사회로 전환, 농경에서 화석연료 시대로 이행만큼이나 엄청난 변화가 필요하다"며 "이러한 이행에 실패하면 인류는 역사상 최악의 붕괴를 경험할 것"이라고 평했다. 화석연료에 의지한 현재와 같은 개발은 인류와 지구가 견뎌내지 못할 것이란 평가다.

모리스 교수는 지정학 측면에서 동양으로 성장축을 이동시키는 일은 위험요소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중국 간 힘겨루기다.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동북아시아 갈등 고조가 현재 직면한 지정학적 위험이라는 판단이다. 이미 이러한 움직임은 시진핑의 외교전략에서도 나타나 있다. 모리스 교수는 "매우 어려운 선택이 각국 지도자들 앞에 놓여 있다"면서 현재 상황이 과거 1840~1850년대와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1598년 임진왜란을 끝으로 250년간 동북아엔 대규모 전쟁은 적었고 이런 시대가 끝나가는 때가 1840~1850년대다. 1839년 1차 아편전쟁이 시작됐고 페리 제독이 흑선 4척과 함께 일본 앞바다에 나타난 것이 1853년이다.

모리스 교수는 "평화로운 상황에서 지내던 한ㆍ중ㆍ일 3국에 서구 국가들이 개항을 요구하기 시작했으며 리더들은 서로 다른 결정을 내렸고 결과적으로 전혀 다른 운명이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아베 신조 총리는 중국을 격리하려는 미국에 동참해 무장에 나서고 있다"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에서 나타났듯 한국 역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고 전망했다. 무엇보다 아시아에서 한, 미, 일의 관계가 매우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모리스 교수는 "동북아 지역에서 향후 10년 안에 대대적인 합종연횡이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물리적 충돌이 대규모 전쟁 형태로까지 확산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살상 능력이 뛰어난 무기들로 인해 새로운 전쟁은 인류의 종말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올해 내놓은 `전쟁은 무엇에 도움이 되는가(War, what is it good for?)`라는 책을 통해서도 전쟁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이제는 모든 것이 컴퓨터화하고 교역 규모가 너무 방대해져 사실상 전쟁을 통한 이득보다는 손실만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모리스 교수는 "과거에도 전쟁은 결국 당사자들에게는 승패를 떠나 피해를 줬다"며 "전쟁으로 이득을 보는 것은 참전국에 물자를 판매하는 것 외엔 없다"고 설명했다.

세계 각 도처에서 불안의 요소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불안한 세계는 우크라이나 사태에서도 보이고 있다. 악화 일로를 걷던 미국과 러시아 관계가 17일(현지시각),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 격추 사고로 탑승객 298명 전원이 사망하여 최악의 갈등상태로 치달을 전망이다. 지지부진한 교전이 계속돼 온 우크라이나 내전도 중대 갈림길에 섰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좀 더 러시아를 압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적 제재만으로 우크라이나 내전을 관망했던 미국과 EU는 더욱 깊숙이 개입할 것으로 보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푸틴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노선을 변경하지 않으면 미국과 동맹국은 더 강하게 제재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정치컨설팅 회사 유라시아그룹의 이언 브레머 회장은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이번 사고를 계기로 미국은 그동안 자제해 왔던 군사 개입을 시도할 수 있고 EU는 비군사적 개입을 강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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