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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최다관객 '명량'의 흥행열기는

‘600억 대전’에서 ‘명량’이 최강자로 나타났다. 영화에 보통 이상의 관심을 가진 독자라면 이미 눈치챘을 법하다. 흔히 100억 원 이상 들인 영화를 한국형 블록버스터라 부르는데, 그것이 4편이나 여름대목에 관객과 만난 것이다. ‘군도: 민란의 시대’(이하 ‘군도’)⋅‘명량’⋅‘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하 ‘해적’)⋅‘해무’ 등이다.
 
그것들의 총 제작비는 ‘군도’ 165억 원, ‘명량’ 180억 원, ‘해적’ 160억 원 이상, ‘해무’ 100억 원(스포츠서울, 2014.7.31) 등이다. 7월 23일 ‘군도’부터 정확히 1주일 간격으로 4편이 개봉되었다. 2011년 여름 ‘퀵’⋅‘7광구’⋅‘고지전’ 등 100억대 한국형 블록버스터 3편이 동시다발로 개봉된 적은 있으나 4편이 같은 시기 한꺼번에 몰린 적은 처음이다. 이름하여 600억 대전이다. 
 
그런데 2011년 흥행실패 상황과 판이한 결과가 나왔다. ‘명량’의 경우 개봉 12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하더니 8월 16일 마침내 역대 박스오피스 1위작 ‘아바타’(1330만 2637명)를 제치기까지 했다. ‘명량’의 8월 18일 현재 관객 수는 1488만 6472명이다. 놀라운 파죽지세의 흥행열기이다.
 
그뿐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로 사람 발길이 뚝 끊겼던 진도 등 전국에 산재한 이순신 장군 유적지에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다. 또 이미 100만 권 이상 팔린 김훈의 장편소설 ‘칼의 노래’를 비롯한 관련 서적도 불티나게 팔린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그야말로 ‘명량난리’가 난 것이다.
 
한편 4편중 가장 빨리 선보인 ‘군도’는 개봉 1주일 만에 400만 명을 넘겼다. 올해 개봉작 중 일일 최다 관객동원이라는 기록을 세우는 흥행 열기였지만, 그러나 그 기세는 ‘명량’ 개봉과 함께 ‘1주일 천하’로 끝나고 말았다. 8월 15일 기준 관객 수는 476만 5387명이다.
 
‘해적’ 역시 개봉 13일 만인 8월 18일 현재 448만 9123명을 동원하는 등 선전하고 있다. 파죽지세의 ‘명량’ 열기에도 불구하고 800개 이상 스크린에서 상영하고 있어 500만 관객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4월 16일 세월호 참사와 함께 시작된 상반기 한국영화 침체를 말끔히 씻어낸 600억 대전이 된 것이다. 
 
‘명량’은 1597년 ‘명량대첩’을 그린 영화다.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명된 이순신(최민식)이 단 12척의 배로 왜선(倭船) 330척을 격파한, 세계해전사에 기록된 그 역사를 재현한 것이다. 그것만 보면 ‘명량’은 지루하고 딱딱한, 그리하여 재미없는 위인전기적 대형사극쯤이 되어야 맞다.
 
하지만 아니다. 작전회의 등 초반 이순신의 침묵, 아들과의 대화에서조차 웃음기 없는 낯빛으로 조성된 긴장감은 2시간 내내 계속된다. 왜군진영의 구루지마(류승룡)와 와키자카(조진웅)간 다툼의 내부분열, 실제와 다를 바 없게 보이는 왜선 진격의 해상 스펙터클 등 기법이나 기술면에서 발하는 한국영화 발전상이 우선 뿌듯하게 다가온다.
 
사실상 장대한 서사극이면서도 곳곳에서 콧등을 시큰하게 하는 감동 역시 ‘명량’의 강점이다. 예컨대 노젓기를 교대한 승려들, “대장군이 살아있다”며 환호하는 병사들과 육지의 백성들, 여러 척 어선으로 대장선 끌어당기기 등이 그렇다. 밋밋한 역사를 극적 드라마가 되게 만든 연출력의 승리이다.
 
파죽지세의 ‘명량’ 흥행돌풍에 대해 ‘리더십’ 등 여러 말들이 있지만, 필자가 보기엔 그것보다 우선하는 것이 있다. 도대체 단 12척으로 어떻게 330척의 왜선을 격퇴했지하는 궁금증이 그것이다. 궁금증으로 보러간 영화에서 콧등 시큰한 감동까지 얻게되니 파죽지세일 수밖에.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명량’ 흥행 일등공신은 대통령 또는 국가이지 싶다. 대통령 관람이 바람몰이를 했다는 뜻이 아니다. 이순신이 육군에 편입하라는 어명에도 ‘사즉생’의 각오로 전투에 나선 것은 오로지 충(忠)의 주체인 백성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같은 위기와 그 이후에도 ‘국가부재’를 경험하고 있는 국민들로선 당연한 ‘힐링’인 셈이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작전의 하나인 ‘충파’라지만, 왜선에 부딪치기까지 적들의 반격이 전혀 없는 묘사가 그렇다. 왜 대장선에서는 왜의 폭약 실은 배를 저지할 수 없었는지, “군율은 지엄한 것이다” 일갈한 이순신이 장졸들의 우렁찬 대답도 없는데 현장을 떠나는 장면 역시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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