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문화·탐방

1등 승객은 펜을 빌리지 않는다

 인간은 누구나 대우받고 존경받기를 원한다. 대우 받는 조건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 정치계에서는 국회의 경우 다선 의원이, 학계에서는 원로 학자가, 항공기에서는 돈 많아 1등석 좌석을 사면 가능하다. 필자도 비교적 항공기를 비교적 많이 탄 경력 덕분에 마일리지를 이용하여 유럽 노선에서 1등석은 아니지만 비지니스석을 탄 경험이 있다. 이때 느낀 건 비행기야말로 지극히 ‘자본주의적 공간’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비행기만큼 돈 값하는 공간도 없다. 인품이나 나이, 직업과 지위 고하, 외모도 소용이 없다. 오로지 돈이 있으면 탈 수 있고 완전히 다른 대접을 받는다.

예전엔 1등석, 2등석, 3등석이라고도 했는데 계급적 표현의 거부감 때문인지 지금은 퍼스트, 비즈니스(또는 프레스티지), 이코노미 클래스라는 일반인들이 알기 어려운 우아한(?)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급에 따라 항공료는 엄청나게 차이 난다. 현재 가격을 조사해보니 서울∼뉴욕 노선의 경우 유류할증료를 포함해 왕복에 이코노미석이 208만 원, 비즈니스석이 714만 원, 퍼스트석은 1312만 원이다.

1등석은 이륙과 함께 스튜어디스가 치는 얇은 커튼 한 장으로 세계는 갈린다. 평상시 이코노미석 승객으로 비교적 앞 좌석에 앉은 경우 비즈니스석 승객만 되어도 좋겠다는 생각에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기내에서 뭘 먹고 마시는지, 화장실 손비누는 어느 브랜드 제품인지…. 심지어 남자들은 1등석 스튜어디스는 더 예쁜지도 궁금해 할 것이다.

퍼스트클래스는 서비스 못지않게 어떤 사람이 타는지가 더욱 궁금하다. 16년간 국제선 퍼스트클래스를 담당한 일본의 스튜어디스가 쓴 책 ‘퍼스트클래스 승객은 펜을 빌리지 않는다’에서 국제선 1등석을 ‘성공한 사람들의 밀도가 가장 높은 공간’으로 정의하고 공통적인 특징을 정리했는데 몇 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첫째, 독서광이다. 하나같이 책을 들고 있다. 책은 유행하는 베스트셀러는 읽지 않고 대부분 전기 또는 역사서다. 둘째, 습관적으로 메모한다. 이코노미석에서는 입국 서류 작성 시 여기저기서 펜을 빌린다. 1등석에선 펜 달라는 사람이 없다. 메모하는 습관 때문에 항상 펜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의사 표시가 정확하다. 승무원이 ‘다시 한 번 말씀해주시겠습니까’ 하고 되묻는 경우가 없는 곳이 1등석이다. 그만큼 요구 사항을 명료하게 전달할 줄 알게 다시 물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흥미로운 대목은 성공한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몸에 밴 작은 배려의 습관'이었다. 탑승 후 겉옷을 벗어 승무원에게 줄 때 받아서 옷걸이에 걸기 쉽도록 방향을 바꾸어 건네준다는 것이다. 승무원의 잘못을 지적할 때도 ‘할 말이 있다’고 예고하며 이야기를 시작해 상대방이 마음의 준비를 하도록 하는 소통의 기술도 있었다.

저자가 주목한 퍼스트클래스 승객들은 ‘주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그들의 힘을 모아 더 큰일을 도모한 창업자’들이었다. 항공사 오너의 딸이라고 해도 비행기에 탑승한 후에는 한 명의 승객일 뿐이다. 1등석은 돈만 많으면 누구나 탈 수 있지만, 격을 갖춘 ‘1등 승객’은 아무나 되는 건 아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빗나간 우리 나라 기업 리더들의 인성을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되었다. 한 기업인의 부적절한 행동은 한 나라의 품위까지도 망가뜨리는 것을 보았다. 인간의 향기는 돈 있어 1등석에 탄다고 향기로운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 근본이 바로 서야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자본주의 사회가 뭔가를 알게 하려면 자라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기회가 된다면 한번 쯤 비지니스석이라도 타보게 한다면 자본주의 사회의 특징을 몸으로 이해할 것 같다. 그러나 이코노미석의 체험이 없이 1등석 타는 경험만으로는 별 의미가 없을 것 같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