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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글쓰기는 모든 시민의 행위이다

이 세상 모든 일에는 글쓰기가 있다. 끝에 가면 모든 게 글쓰기로 판명이 난다고 말한 이유도 알 것 같다. 학자는 논문을 써야 하고, 회사에 들어가면 기획안을 써야 한다. 그리고, 아름다운 연인을 얻으려면 연애편지를 잘 써야 하고, 식당을 새로 연다면 이름을 지어야 하고, 가게를 광고하려면 전단지도 만들어야 하는데 그것도 모두 글쓰기다. 그러므로 글쓰기는 작가의 전유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어떤 형태로든 평생 글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타인과 교감도 한다. 글을 쓴다는 것은 좀 더 겸손하고 진지한 자세로 삶을 성찰하는 일이다. 타인과 세계, 우주와 풍요롭게 소통하는 일이기도 하다. 한 줄의 글이 누군가의 삶을 통째로 바꾸고 한 권의 책이 인류의 역사를 바꿔놓기도 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글을 잘 쓰는 방법을 몰라 곤혹스러워한다. 빛나는 영감과 아이디어, 가슴 벅찬 감동과 사람들을 황홀하게 끌어당기는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놓을 수 있을까.

글쓰기를 싫어하고 고민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생각해 보기 싫다는 것이다. 그래서 '명사들의 문장강화'를 추천한다. 이 책은 바로 이런 고민을 함께 해온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방송작가이자 '지식인의 서재' 'CEO의 서재'의 저자이기도 한 한정원 씨는 시인 고은부터 생태학자에 이르기 우리 시대 문장가 10명의 글쓰기 비법을 자세하게 알려준다.

이들이 말하는 글쓰기란 무엇인가. 이들은 왜 글을 쓰고 어떻게 쓰는가. 시와 소설, 평론 등 150여 권의 책을 펴낸 고은 시인은 글쓰기를 ‘모든 시민의 행위’라고 정의한다. 글쓰기는 자기를 표현하는 행위이다. 그리고. 자신을 표현하는 능력이다. 글쓰기는 문인에게만 주어져서는 안 된다. 모든 시민의 행위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혼자만의 시간에 사색하고 책 읽고 글 쓰는 기회를 가져야 성찰할 수 있고 통찰력을 갖게 된다고 말한다. 그러면 서술 능력은 자연히 따라오게 된다는 것이다.

표현은 따라오게 되어 있다. 수레바퀴가 굴러가면 바퀴 자국이 생겨요. 이것이 표현의 문법이고 장르이고 양식이다. 문법이 먼저 있어서 그 길을 따라가는 게 아니고 내가 가야 문법이, 또 문체가 생기는 것입니다. 시론이 있고 시가 있다는 것은 송장 같은 이야기라는 것이다. 시는 캄캄한 카오스 속에서 나오는 것이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여러가지문제연구소장은 글쓰기의 엄숙주의를 경계하라고 말한다. “글을 써서 폼 잡는 시대는 갔어요. 지금은 재미있어야 해요. 자기가 겪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기 시작하면 됩니다. 그 재미를 통해 느낀 것을 쓰세요. 재미와 의미가 교차되는 지점이 글쓰기의 핵심이에요.” 그는 자신이 쓰면서 행복해지고 자신에게 그런 재미를 주는 글을 쓰라고 강조한다.

 '인간시장' 작가 김홍신 씨는 ‘단련’이라는 키워드로 글쓰기의 치열함을 얘기한다. “‘단’은 천 번 연습하는 것이고 ‘련’은 만 번 연습하는 거예요. 철을 두드릴 때도 천 번 두드리면 ‘단’이고 만 번 두드리면 ‘련’이거든요. 그런 단련 없이 원래 타고난 것만 갖고는 그 무엇도 될 수가 없어요.” 아울러 이런 태도로 죽기 전에 세 권을 써보라고 권한다. 수필, 자서전, 전공 서적이 그것이다.

“아무리 천재라도 고통의 크기가 작으면 절대 명문장이나 좋은 글을 쓰기가 어려워요. 글은 다양한 의식과 생각, 철학, 사고력, 이 모든 것이 조합을 이루어야 되거든요. 단순한 문제가 아니죠.” “자기 분야에 대해 많은 것을 글로 써서 남겨주면 후학들이 실패할 확률이 작아집니다. 그럼 자연히 발전의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지요. 성공한 나라들을 보면 활발한 글쓰기가 있어요. 이것은 글을 잘 쓰고 못 쓰고의 문제가 아니겠지요?”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전방위적 글쓰기로 유명한 장석주 씨는 새벽 4시에 일어나 글을 쓰고 오후에 산책하고 돌아와 책을 읽고 글을 쓴다고 한다. 그는 하루 여섯 시간 이상 글을 쓰면서 스스로를 문장 노동자라고 일컫는다. 그에게 글쓰기란 곧 에너지를 분출하는 일이다.

그는 글을 잘 쓰기 위해 책을 잘 읽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좌뇌는 언어·논리·수리를 관장하는 부분이고, 우뇌는 모든 기억과 지식을 그림으로 받아들이죠. 대부분의 사람들이 책을 읽을 때 주로 좌뇌를 사용하게 되는데, 책의 전체적인 개요를 이미지화하면서 책을 읽으면 우뇌도 같이 사용하게 됩니다. 저에게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20대 초반이었어요. 책을 2000권 정도 읽었을 때였죠. 책을 읽는 순간, 이미지 맵이 만들어지면서 키워드별로 한 권의 책이 머릿속에 정리되는 거예요. 뇌가 갖고 있는 잠재력은 놀라워요. 그 잠재력을 일깨워주는 게 바로 독서죠.”

인문학 대중화에 앞장서는 남경태 씨는 ‘현대의 고전’이 될 만한 책을 쓰라고 권한다. 그러면서 전문분야의 지식이 상아탑 속에서 나와 대중과 섞이면서 ‘종횡무진’ 소통하기를 바란다.

“이제 저자가 자기만 아는 정보와 지식을 갖고 거들먹거리며 고압적으로 책을 쓰는 시대는 지났어요. 그렇다고 해서 대중성을 지향한다는 명목으로 독자에게 이미 익숙한 내용을 되풀이하면 책이 아니라 쓰레기겠죠. 내용과 주제가 무엇이든 저자가 새롭게 각색하고 문체마저도 자신의 것이 아니면 안 되는, 독특한 향기를 불어넣은 책, 이런 현대의 고전이야말로 살아남는 책이 되리라고 봐요.”

저자가 머리말에서 얘기했듯이 좋은 글은 글 쓰는 이뿐만 아니라 그 글을 읽는 독자까지 치유하고 감동시킨다. 대체 어떤 책, 어떤 문장, 어떤 표현이 우리의 가슴을 뒤흔들고 상처를 어루만지기까지 하는 것일까. 이 책에서 글쓰기의 기술적인 작문법보다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먼저 배운다면 누구든 훌륭한 글쟁이가 될 수 있다. 타고난 천재가 아니라면 어떤가. 끊임없이 노력하는 방법이야말로 최선의 길이다.

아인슈타인 같은 경우야 장외 홈런이나 만루 홈런을 줄곧 친 경우지만, 피카소처럼 수없이 많은 단타를 치면서 엄청난 양의 작품을 남기는 케이스도 있다. 그렇게 꾸준히 오래 하다 보면 안타도 나오고 홈런도 나오는 것이다.  한방에 홈런을 날려 유명 선수가 되겠다면 그는 야구를 그만 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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