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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뇌물을 받지 않는 사람들>

송나라의 한 시골 사람이 가공하지 않은 옥돌을 주워서 대신인 자한(子罕)에게 선물로 바치려고 하였다. 그런데 아무리 주려고 해도 자한은 받지 않았다. 그래서 그 사나이가 자한을 만나 말했다.
"이것은 값비싼 보물입니다. 대신과 같이 고귀한 신분에 어울리는 것이지 우리같이 천한 자들이 가질 물건이 아닙니다. 그런데 어째서 한사코 거절하시는 것입니까?"

자한이 말했다.
"자네는 옥돌을 보배라 여기지만, 나는 그것을 받지 않는 것을 보배라고 생각하네. 만일 내가 이 옥을 받는다면 그대와 나는 똑같이 이 보배를 잃는 셈이오."
그러면서 자한은 끝내 옥을 받지 않았다.

《대학》에서는 초나라의 기록을 인용하여 이렇게 말한다.
"초나라는 따로 보배라고 할 것이 없다. 오직 착한 행실을 보배로 여긴다."
"나라에서 재물을 긁어 들이면 백성들은 흩어지고, 나라에서 재물을 풀면 백성들이 모여든다. "
"훌륭한 경영자는 재물을 풀어서 세상에 명예로운 이름을 남기지만, 못난 경영자는 자기 명예를 팔아서 재물을 늘린다."

청년 실업률이 10%를 넘었고 대학생들이 재학 중에 천만 원이 넘는 빚으로 신용불량자가 되어 절망적이라는 소식들을 보며 안타깝다. 기업들은 현금을 쌓아놓고 투자를 하지 않으며 근로자의 실질 임금은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보도를 보면, 《대학》의 경구들이 작금의 우리 현실에 딱 들어 맞는다.

수천 년을 넘어온 고전의 일갈이 과학 문명의 발달로 스마트한 기기들이 넘쳐나지만 인간의 욕망과 물욕은 한 걸음도 진보하지 못한 것 같아 서글프다. 똑같은 일을 하고도 비정규직이라는 굴레를 씌워 임금을 줄여 이익을 극대화 시키는 현실, 사회적 약자는 늘어나고 빈부의 양극화는 우려 수준을 넘어 분노한 1%의 폭발 현장은 실시간 뉴스로 보여진다.

맹자는 옛 성인들의 공통점을 "나라를 얻을 수 있다 하더라도 한 명의 무고한 사람을 죽이거나 한 가지 옳지 않은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하였다.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쉰들러 리스트'를 보면, 해방된 유태인들이 생명의 은인인 쉰들러를 위해 금니를 뽑아 반지를 만들어 주면서 거기에 탈무드의 한 구절을 새긴다.
" 한 생명을 구하는 것은 우주를 구하는 것이다."

맹자는 "본심을 기르는 데는 욕심을 줄이는 것보다 좋은 것이 없다. " 며 우리의 마음은 본심을 잃으면 아주 뻔 한 이치도 보지 못하고 판단력이 없는 사람처럼 된다고 경고하였다. 뇌물에 동요되지 않았던 옛 사람들은 인생을 길게 본 것이다. 그들은 내세나 신을 믿지 않았지만 후세 사람들의 평가를 믿었다.

<고전의 품격에서 인간의 품격을 생각한다>

《논어》 '군자는 아홉 가지 생각하는 것이 있다'(君子有九思)
눈으로 볼 때에는 밝게
귀로 들을 때에는 총기 있게
얼굴빛은 온화하게
태도는 공손하게
말은 참되게
일 처리는 온 마음을 쏟아서
의심나는 것은 물어서
화가 날 때는 뒷감당을 생각하고
이득을 보면 정의로운가를 생각한다.

마지막 구절 '이득을 보면 정의로운가를 생각한다'는 지지부진한 '김영란법'을 떠오르게 한다. 이해타산에 맞물려 본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우리 사회의 투명성과 청렴지수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현상이다. 법이 생긴다는 것은 그만큼 그 분야에서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는 뜻이다. 그 법을 시행했을 때 불이익을 보는 사람들이 많을 테니 자꾸 손대는 것이리라.

아비샤이 마갈릿 교수는 '정의로운 사회'와 품위 있는 사회'를 대비하면서 둘 사이에는 긴밀한 연관성이 있기도 하지만 미묘한 차이도 있다고 하였다. 최선의 상태를 지향하기 전에 최악을 막아야 한다는 점에서 집단이 어떤 사람들을 인간의 가족에서 배제하고 모욕하는 일을 지양하는 '품위 있는 사회'이상을 주장한 것 이다. "품위 있는 사회는 제도가 사람들을 모욕하지 않는 사회다. 품위 있는 사회는 제도를 통해 그 권한 아래에 있는 사람들을 존중하는 사회다."

묵자는 말한다.
 "가진 자, 강한 자, 똑똑한 자가 설칠 수 있는 것 자체가 천하에 해를 끼치는 것"이라고!

이는 곧 부와 권력, 학벌중심사회인 우리 사회의 단면과 정확히 포개진다. 가지고도, 강하면서도, 똑똑하면서도 군자의 아홉 가지를 가지며 살 수 있게 하는 일이 교육의 몫이라는 생각에 이르니, 선생의 책무에 긴 숨을 몰아쉰다. 우리 아이들을 군자로 기르는 일이니, 한 아이도 놓쳐서는 안 된다고 내게 이른다.

《고전의 품격》에서 옮겨 적은 몇 구절이 소금처럼 귀하다. 지상의 온갖 쓰레기들이 바다로 흘러넘쳐도 바다는 결코 썩지 않는다. 3%의 염도를 유지하는 소금 덕분이다. 천태만상의 인간 군상들이 바다를 이루고 사는 이 사회의 모습도 바다와 닮았다. 그 인간의 바다를 썩지 않게 하는 소금의 역할이 바로 고전의 힘이다. 고전은 재미있거나 달콤하지 않다. 소금을 맛있다고 먹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소금 없이는 음식도, 인간의 몸도 존재할 수 없다.

소금처럼 귀한, 소중한 고전을 습관처럼 읽어야 함을 다시금 깨닫게 한 이 책도 소금이 분명하다. 그리고 사람으로 서 있는 우리 모두가 소금처럼 귀한 존재로 살아야 한다는 것! 내 제자들을 그렇게 귀하게, 착한 행실로 살 수 있게 이끌어야 함을 다짐하게 하는 참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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