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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교육정책 실패로 정책 신뢰가 추락하고 있다.

교육부가 '학교 방과 후 교실'에서 선행학습을 금지했다가 다시 허용하기로 입장을 바꾸었다. 이같은 정책 변경에 학교 안팎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마디로 "불과 6개월 전에는 정규 수업뿐 아니라 방과 후 교실에서도 선행학습을 하지 말라고 해놓고, 다시 방과 후 교실에 허용한다고 하니 혼란스럽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선행학습이 더 심각한 학원은 규제할 수 없으니 결국 이 정책 자체가 흐지부지됐다" "애초 불가능한 제도를 도입해 혼란만 키웠다"는 지적들이 나온다.

교육은 본질적으로 교육을 가르치는 것 중심으로만 보아 온 교육 철학의 부재에서 발생한 것이다. 그만큼 정책담당자들이 이같은 문제에 대한 시각의 결여되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부는 지난해 9월부터 시행된 일명 '선행학습 금지법'(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에서 학교 내 정규 수업뿐 아니라 방과 후 교실에서 해당 학년의 과정을 넘어선 교과 내용을 가르치지 못하도록 했다.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것이 제도 도입의 취지다. 그러나 애초부터 사교육에 대한 규제는 위헌 소지가 있고, 단속이 어렵다는 이유로 법 적용 대상에서 빠졌다.

이렇게 시행된 선행학습 금지법은 부작용을 낳았다. 우선 학생들이 이 제도 때문에 오히려 학원으로 몰려가게 됐다. 과거에는 방과 후 교실에서 학생 수준에 따라 진도를 앞서 배우거나 심화교육을 받을 수 있었는데, 이를 모두 금지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뒤늦게 선행학습 금지법 규제 대상에서 방과 후 교실은 빼는 내용으로 법을 고치기로 18일 입법 예고했다.

이러한 정책 혼란에 대하여 한 교원단체는 성명을 내고 "처음부터 문제가 심각한 학원은 내버려두고, 공교육만 규제한다고 한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며 "학원도 함께 규제하든지, 아니면 공교육도 규제하지 말든지 둘 중 하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방과 후 교실을 공교육 일환으로 보고 있지만 방과 후 교실에는 사교육 업체들도 다수 참여한다. 따라서 방과 후 교실의 선행학습을 허용한 교육부의 이번 결정은 사교육 업체 규제만 풀어준 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선행학습 금지법이 처음부터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후속 조치로 학원의 선행 교육 상품을 규제하고 선행학습을 부추기는 잘못된 대입 정책을 손질하는 수순을 밟아야 했다"며 "그런데 정부는 스스로 만들어낸 법률을 훼손하는 퇴행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초등학교 6학년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작년에 선행학습 금지법이 생겨서 올해부터 아이 학교에서 영어 방과 후 수업을 없앴는데, 이제 다시 방과 후에 선행을 허용한다니 어이가 없다고 토로하였다. 선행학습 문제는 대학 입시부터 취업까지 치열한 우리나라 사회적 구조가 모두 반영된 것이다. 이같은 문제를 법 제정으로 학교만 규제하면 해결된다고 생각한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선행학습 금지법 적용 대상에 사교육 업체를 포함하는 법 개정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교육은 본래 자기 삶과 공동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내 마음대로 살려면 구태여 학교에 다닐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서 내 맘대로 살고 싶다고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공동체 구성원으로 인간답게 살기 위하여 우리는 배움을 찾는다. 이 일을 본래는 가정이 해야 하지만 지금은 사회가 복잡하게 발전하면서 이 일을 하기 어려워 학교에 맡기데 된 것이다. 그래서 학교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교육과정을 만들고, 학교 구성원이 만든 교육과정을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이 잘 이뤄지도록 도와야 할 교육당국의 실수로 권위는 물론 신뢰가 추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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