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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삶은 순간순간이다


  짧지만 소중한 순간들이 있다. "우리의 수명이 70이요, 건강하면 80이라도 그 모든 날이 수고와 슬프이요 신속히 지나가니 우리가 날아가는 것 같습니다.(시편 90절 10,모세의 기도)"라고 고백했다. 아이들에게는 시간이 가지 않는다고 느낄 수 있지만 나이를 경험한 어른은 날아가는 시간이 된다. 그렇다면 우리 인생도 짧은 것이다.

절정이던 가을단풍이 어느새 낙엽으로 변해 간다. 그 절정과 낙하 사이의 시간적 여백이 너무 짧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 시간이 길지 않고 짧았기에 더욱 절절하고 소중하게까지 여겨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삶도 이와 다르지 않다. 모든 절정은 짧다. 아니 어쩌면 순간이다. 간혹 오래된 책들을 다시 뒤척이다가 어린 시절 곱게 물든 단풍의 낙엽을 골라 책갈피에 끼워 놓은 것을 다시 마주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단풍 든 낙엽의 윤곽이 책 속에 그리기라도 한 듯 스며 있을 때 또다시 느끼게 된다. 짧게 산 단풍의 그 여운이 얼마나 길고 깊으며 진한 것인지를! 이처럼 이미 낙하한 가을 낙엽 하나에도 길고 충만한 생명의 기억들이 담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절정의 짧음을 탓하지 마라.

짧은 말이 긴 여운을 남기는 것도 마찬가지다. 구구절절 긴 이야기는 때로 흘려들어도 간명한 일침 같은 짧은 말은 새겨듣는다. 그래서 오히려 짧은 화두가 더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키지 않던가. 19년 전 열반하신 성철 스님의 생활 속 화두는 “이 뭐꼬”라는 한마디로 압축된다. 1993년 11월 4일 해인사 퇴설당에서 열반에 드실 때 남긴 마지막 말 한마디 역시 “잘 하그래이”뿐이었다. 그 즈음에 성철 스님의 마지막 가는 길을 뵙겠다며 사람들이 해인사로 몰려들었다. 산사로 향하는 길이 길고 길게 장사진을 이뤘지만 정작 스님의 가르침은 단박에 깨치고 단박에 닦는 돈오돈수(頓悟頓修)의 깨달음처럼 짧고 간명했다. 그래서 더욱 오래도록 기억되고 소중한 것으로 남아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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