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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경기교육감, 毫釐之差 되새겨야

1962년 충북 진천, 고교를 졸업하고 고향에 돌아온 청년은 가난 때문에 중학교에 가지 못한 이들을 위한 학교를 세웠다. 지금으로 치자면 대안학교 성격일 수 있을 텐데, 배움에 열정이 있지만 오직 경제적 어려움으로 학업을 포기했던 이들에게 길을 열어 줬다는 점에서 선구적 시도였다.

교육 기본 벗어난 초법적 발언 논란

청년은 3년 동안 학교를 운영하다, 성공회 사제 서품까지 받은 다음 캐나다에 유학해 박사 학위를 받고 귀국했다. 2007년 서울, 청년은 대학교수와 총장 그리고 국회의원을 거쳐 통일부 장관이 됐다.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떠나 그의 정치적 행보는 실천 의지에서 누구보다 강한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대학 총장 시절, 입학 전형료 수입이 예상 외로 많았던 때의 일화 한 가지. 총장은 전형료 수입을 모든 교수와 직원, 그리고 청소 일을 하는 비정규직 아주머니까지 똑같은 액수의 수당으로 나눠 지급했다. 2014년 경기도교육청, 공직을 마치고 물러나 있던 전 장관은 경기도교육감에 당선됐다.

알다시피 이 주인공은 이재정 경기교육감이다. 청년이 성장해 국가의 중책을 수행하고 고희를 넘겨 교육에 헌신하는 성장 드라마의 소재가 될 수 있을 만큼 감동적이다.

그러나 교육감은 신년 인터뷰에서 “수석교사 제도가 법에 있다고 반드시 시행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수석교사 제도에 대한 평가는 다양할 수 있겠지만, 엄연히 현행 초중등교육법 상 ‘교장·교감·수석교사 및 교사’로 구분돼 법률 아래 시행되는 것이다. 법률의 준수는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돌이켜보건대 수석교사제는 학교 현장에 발생한 여러 모순된 점을 시정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시행됐다. 적용상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 전문적 연구를 통해 시정하고, 단위학교 현장 중심으로 당사자가 중심이 돼 꾸준히 최적화의 노력을 이어가면 된다. 여기에 교육감은 수석교사가 법률에 있는 직무를 다할 수 있도록, 법제화의 근거가 되었던 타당성·긍정성이 발휘되도록 힘을 실어줘야 마땅하다.

물론 새 교육감으로서 수석교사 제도에 대한 이견을 강조하다 보니, 법을 개정해서라도 제도를 바꾸겠다는 의욕이었다고 이해하고 싶다. 그러나 ‘법에 있다고 반드시’라는 대목에서, 공적인 위치에 있는 교육감의 이 같은 발언이 현장 교사들에게 뜻밖의 의구심을 키울 뿐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을까.

수석교사제 하나를 가지고 하는 말이 아니다. 최근 몇 년간 경기도는 초·중·고 교육에서 다른 시도의 모범이 돼 왔으며, 지역 교사들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그런 현장 교사들이 지금 무척 긴장하고 있다. 들려오는 목소리로는 교육감의 편견과 아집의 단면만 드러날 뿐이다.

터럭 하나 차이가 ‘천리지차’ 될 수도

순수한 열정과 자기희생, 소외된 자를 위한 정책 구현, 창의적이고 선구적인 사고. 이것이 지금까지 이 교육감을 향한 존경심의 근원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덕목이 잘 발휘되지 않는 것 같다. 더 큰 성과를 내려는 조급함이 원인일지 모르지만, 교육은 조직 구성원의 공감대 형성을 통해 서서히 이뤄지는 것이다.

호리지차(毫釐之差)라는 말이 있다. 처음에는 터럭 하나만한 차이가, 차이의 원인을 알지 못한 채 가다보면, 나중에는 천 리보다 더 멀리 떨어지고 만다는 뜻이다. 이제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번 교육감의 임기이다. 여기 무슨 차이가 있는지 좀 더 세심히 둘러보아야 한다. 여기서 알아차리지 못 하면 마지막에는 천리지차(千里之差)만 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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