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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학교 대신 학원서 시험 치는 아이들

<박근혜 정부 반환점> ②자유학기제

OMR 카드까지 동원 중간‧기말고사‘
‘자유학기는 선행학기’ 특별반 성행
실제 사교육으로 성적판도 바뀌기도





25일 오후 서울 A중의 2학년 교실. “지난해 자유학기 중 학원에 다닌 적이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서른 명의 학생 중 25명이 손을 들었다.

“선택프로그램도 다양하지 않고…. 진로에 대해 생각하기보다 그냥 놀러 다니는 느낌이었어요.” “수행평가가 너무 많아서 힘들었어요. 솔직히 후배들은 자유학기제 안했으면 좋겠어요.” “학교에서 시험 안 본다고 학원에서 다 해줘요. 특별반도 생기고, 진짜 중간‧기말고사 보는 것처럼 OMR카드까지 쓰면서 시험 봤다니까요?”

학생들은 대체로 자유학기제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체험학습을 여러 곳 다니고 선택 프로그램을 골라 들어봐도 진로 선택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늘어난 수행평가 때문에 피곤한데다 시험을 안 보니 학원에서 공부해야한다는 인식이 생겨 더 힘들어졌다는 얘기다.

서울지역 학원가는 벌써 자유학기제를 겨냥한 특별반 등 선생학습을 부추기는 분위기가 횡행하다. 시험 부담이 없는 자유학기제가 선생학습을 할 수 있는 적기라는 것이다. 서울 중랑구의 학원가를 돌아보니 5곳 중 4곳이 ‘자유학기제 특별반’, ‘자유학기제 대상 연합반’ 등을 운영하고 있었다.

한 학원 상담사는 “자유학기제에 따른 학습공백으로 2학년이 되면 적응하기 힘들 것”이라며 “시험이 없으니 학원에서 시행하는 모의고사를 통해 자신의 실력과 수준을 점검하고 미리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담사는 또 “부족했던 부분을 심화‧보충학습하고 2학년 내용을 선행학습 할 수 있다”며 “자유학기제야 말로 성적 판도를 뒤바꿀 수 있는 찬스인데 지금 안 하면 2학년 때 더 힘들어질 수 있다”며 불안 심리를 자극했다.

인천의 한 학원은 24일부터 31일까지 네 차례에 걸쳐 자유학기제 대비 학부모 설명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 학원은 9~10월에 중2-1, 11~12월에 중3-1, 1~2월에 고등 수1을 끝내는 프로그램을 내놓고 학부모들에게 “1학기 동안 완전히 쉬면 학습에 대한 리듬을 완전히 잃을 수 있다”며 “다음 학기나 다음 학년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광고하고 있다.

서울 C중 교사는 “일부 아이들 사이에서 학교에서는 신나게 놀고 학원에서 미친 듯이 공부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자유학기 동안 학원에서 열심히 공부한 아이가 2학년 1학기 중간고사에서 성적을 크게 향상시키고, 사교육을 받지 않았던 모범생의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치게 떨어지는 모습을 실제로 봤다”고 말했다. 내년 자유학기제가 전면 실시되면 학원가의 이런 마케팅이 제대로 먹힐 가능성이 있음을 엿볼 수 있다.

학생들이 자유학기를 보낸 후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경기 C중 교사는 “작년에 자유학기를 경험했던 학생들을 가르쳤는데 의외로 아이들이 많이 지쳐있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거의 모든 수업이 토의‧토론식으로 진행되다보니 무임승차 하는 학생들이 생겨 특히 상위권 학생들이 피로감을 호소했다는 것이다. 그는 “심지어 올해 초 한 학생이 ‘선생님 제발 아무것도 안했으면 좋겠어요. 그냥 평범한 수업이 더 좋아요’라고 하는 것을 듣고 충격을 받은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경기 D중 교사는 “이렇게 갑작스러운 운영으로 생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정부는 더 이상 학생들을 실험의 도구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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