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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체육을 학생들에게 돌려주자”

신체 발육상태는 상승, 기초체력은 급격히 저하
학습부담 증가에 입시 위주 교과 운영이 주원인
체육 교과점수에 반영, 관련 시설 개보수 움직임

우리나라에서는 몇 년 전부터 학생들의 체력이 떨어지는 현실을 반영해 초등학교 5, 6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체력검사에서 100m 달리기를 50m 달리기로, 오래달리기를 걷기 또는 달리기로 완화하고, 턱걸이 및 오래 매달리기 등 철봉관련 종목과 공 던지기를 폐지하는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중국에서도 우리처럼 학생들의 영양상태가 좋아지고 체형이 커진 반면, 이에 맞는 체력이 뒷받침되고 있지 못하는 현상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기초체력 강화를 위한 학교 체육의 활성화가 중요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연말 베이징 시는 2005년도 국민체질측정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청소년의 신체 발육은 계속 좋아지고 있으나 폐활량, 지구력, 순발력, 근력 등 기초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비만율 및 시력 저하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에 따르면 현재 베이징시 초․중․고생의 1/4 이상이 비만상태에 있으며, 2/3 이상이 근시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특히 근시비율은 초등학생은 31.1%, 중학생은 62.1%, 고등학생은 77.8%, 대학생은 86.4%로 학업연령이 높아질수록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지난 연말 실시한 광동(廣東)지역의 실태조사에도 기초체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체육단련표준수첩'에 의하면 중학교 1학년 남학생의 1000m의 합격선은 4분 25초, 여학생 800m의 합격선은 3분 55초인데, 조사 대상 학생들 중 1/3만이 이 기준을 가까스로 통과했고, 50m 단거리에서는 한 반의 3/4 가량이 불합격한 것으로 나타나 기초체력 저하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판명됐다.

이 같은 청소년들의 체력 저하 원인과 관련하여 다양한 분석들이 나오고 있으나, 다음의 3가지가 주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첫째, 새 교육과정의 체육 수업 목표 기준이 너무 낮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2005년 9월부터 새 교육과정이 전면적으로 실시됨에 따라 기존의 운동기능 향상에 치중하던 수업방식이 학생들의 체육에 대한 흥미위주의 수업방식으로 전환됐다. 이러한 수업방식의 변화로 학생들에게 기본적인 체육 운동 기능과 관련한 학습을 소홀히 하게 됐고, 이는 결국 학생들의 기초체력 저하를 가져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둘째, 학생들의 학습에 대한 부담의 증가 때문이다. 현재 중국의 초․중․고 학생들은 시험 통과를 위한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 학생들은 중학교에서는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치러야하는 '쭝카오(中考)', 고등학교에서는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치러야하는 '까오카오(高考)'를 위해 학창 시절을 긴장 속에서 보내고 있다. 좋은 학교로의 진학을 위해 이들은 정규수업 외에도 보충수업을 하고, 방과 후 및 휴일에는 사교육을 받는 등 늘 바쁘게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운동을 할 겨를이 없고, 이는 결국 운동부족으로 인한 학생들의 기초체력 저하를 불러오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초등학생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베이징시의 경우 학생들의 학업부담을 줄이기 위해 초등학교 1, 2학년들에게는 숙제를 내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과도한 숙제로 인해 초등학생들조차 집에서도 마음 놓고 쉴 수 없는 지경에 처해있다.

셋째, 학교 교육에서 체육수업을 홀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현재 학생들에게 매일 1시간씩의 체육활동을 하도록 권장되고 있으나, 실제로 이러한 조치가 실행되고 있는 학교는 거의 없다. 이같은 체육수업의 소홀은 고등학교로 올라갈수록 심한데, 중국 고등학교에는 '3+1'과목만이 존재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어문(국어), 수학, 외국어(영어)에 화학이나 물리가 추가된 수업이 주로 이루어진다. 때문에 체육은 명목상 교과로 정해져 있을 뿐 실제로는 일주일에 1시간도 수업을 진행하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러한 체육교과에 대한 소홀은 비공식 통계에 나타난 중학교의 30%, 초등학교의 40% 정도가 전문적인 체육교사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증명되고 있다.

이처럼 여러 요인들로 인한 청소년들의 급격한 체력저하에 위기감을 느낀 중국 교육부는 학생들의 체력향상을 위한 본격적인 조치를 시작했다. 즉 체육수업의 활성화를 위해 '전국억만학생양광체육운동(全國億萬學生陽光體育運動)'을 시작하여 학교에서는 반드시 교육과정의 시수대로 체육수업을 실시하도록 하며, 학생들에게는 매일 1시간씩의 체육단련활동에 참가하도록 지시했다. 또한 학생들의 체육에 대한 관심을 확보하기 위해 체육시험 점수의 일정비율을 고입시험의 성적에 반영하고, 고등학교 졸업시험에 체육시험을 추가해 체육시험 성적이 대학의 신입생 선발에 있어 중요한 참고자료가 되도록 했다.

이 같은 정부의 조치에 따라 올해부터 베이징시에서는 학교체육에 7억 위엔(약 850억 원)을 투자해 전 시의 학교 운동장을 보수하기로 했으며, 상하이시에서는 초․중․고학생들은 매일 1시간씩의 체육활동시간을 확보하고, 매주 3시간의 체육수업 및 2시간의 활동과(活動課), 매일 방송체조 및 시력보호 체조를 실시하기로 했다. 또한 광동에서는 지난 10년간 고입시험의 체육 시험의 필수종목이던 50m달리기를 200m 달리기로 바꾸도록 하였으며, 그 외의 지역에서도 체육과목을 학과점수에 반영하려는 준비를 하고 있다.

학생들의 기초체력 강화를 위한 중국정부의 이러한 노력과 관련하여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중국 교육계 일각에서는 체육이 또 다른 입시과목화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입시위주의 교육이 심각한 사회 문제인 중국에서 이제 체육마저도 입시를 위한 또 다른 과목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것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즉 학생들의 기초체력 강화라는 취지만으로 학교성적 및 입시에 체육성적을 반영할 경우 이로 인해 체육과목과 관련한 사교육이 증가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벌어진고 있는 이 같은 논의들도 어쩌면 최근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7차 교육과정 개정에 있어서의 예체능교과관련 논쟁과 같은 맥락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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