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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공립학교에 중국어 열풍

1600개교서 수업…선이수 과목 선택도 늘어
타 외국어 위축과 달리 십년새 다섯배 성장

미국 학교에서 불고 있는 중국어 열풍이 무섭다. 정부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 사립을 합친 약 1600 여개의 미국 학교에서 중국어를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약 300 여개에 불과했던 중국어 교육 프로그램이 불과 십년 새 다섯배가 넘는 성장을 보인 것이다. 이는 최근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는 미국 학교의 여타 외국어 교육 프로그램과 크게 상반된다는 점에서 특히 눈길을 끈다. 다른 외국어 교육이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유독 중국어 교육만 팽창하는 추세를 보임으로써 전통적으로 우세를 보였던 독일어 대신 중국어가 스페인어와 프랑스어를 이어 미국 학생들이 가장 많이 배우는 언어 중 하나로 꼽히게 되었다. 이러한 추세라면 조만간 중국어가 미국학교에서 가장 많이 가르치고 배우는 외국 언어가 될 날이 곧 올지도 모르겠다.




미국 학교에서 다른 외국어 교육은 점점 위축되어 가는 반면, 유독 중국어에 대한 열의는 높아져만 가는 이유는 뭘까?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외국어 교육에 대한 교육지원 부족 및 예산 축소가 가장 큰 요인 중 하나인 것 같다. 특히 2001년부터 낙오방지법 (No Child Left Behind: NCLB법)이 시행된 이후, 영어, 수학, 과학 등 주 교과로 각종 지원 및 예산이 편중되면서, 외국어 교육 프로그램은 상대적으로 축소됐다. 그 결과, 어림잡아 수 천 개의 미국 공립학교에서 외국어교육 프로그램이 폐지됐다고 뉴욕타임즈지가 최근 보도했다. 거대한 히스페닉 인구로 인해 혹은 여타의 이유로 스페인어,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이아어 등에 대한 학생들의 수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교육구나 각급학교에서 이를 충족시켜줄 재원을 마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한편으로는 중국의 공격적인 언어 및 문화 전파 전략이 그 성과를 이미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정부는 전 세계에 중국문화원(Confucius Institute: 공자학교)을 설립하고 여기에 천문학적인 재정을 쏟아 붓고 있다. 특히 중국문화원은 전통을 자랑하는 독일문화원(Goethe-Institute)나 영국문화원(British Council)보다 더욱 공격적인 자국의 언어와 문화 전파 전략을 폄으로써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 같다. 일례로, 독일문화원이나 영국문화원의 경우 각국 교육기관과는 별개의 독립적인 기관으로 설립돼 적지 않은 수업료를 받고 언어 및 문화 교육을 진행한다. 반면 중국문화원은 각국의 국공립 고등교육기관과 연계해 해당 국공립 대학 내에 설립되며, 자국의 교사를 현지에 직접 파견하여 월급 및 관련 경비의 상당부분을 지원함으로써 중국어 수업이 이루어지는 초중등학교 및 교육구의 재정 부담을 크게 완화시켜주는 것이다.

지역의 명문 공립대학에 중국문화원을 두는 것은 여러모로 큰 이득이 있는데, 첫째, 해당대학의 건물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경비를 절약할 수 있고, 둘째, 자국 대학원생을 스태프로 고용함으로써 자국 신진학자 양성을 간접적으로 지원할 수 있으며, 셋째, 해당 대학이 보유하고 있는 지역 초중등 교육기관과의 네트워크 및 각종 노하우를 쉽게 전수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중국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인해, 미국 공립학교네 외국어 교육의 지형이 변화하고 하고 있다. 대학과목 선이수(Advanced Placement: AP제)제도 과목으로 중국어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가 중국출신 인구가 많지 않은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라는 데에 그 의미가 더 크게 있는 것 같다. 대개 외국의 교육 수요의 상당부분이 해당국가의 이민자 혹은 그 후손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것과 대비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 경제 호황 및 정치적인 분위기의 변화 등으로 인해 미국에서 러시아어나 일본어의 수요가 급증하였다가 사그라든 예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현 중국어 교육 수요의 경우 단순히 중국경제의 급성장으로 인한 호기심의 증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중국 교육부의 체계적이고도 전폭적인 지원을 입고 창출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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