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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학업성취도만 높이면 우수교사인가?

미쉘 리 전 교육감 “마차가 말을 끌더라도…”

계량화된 교원평가 ‘가치부가’모형 개선 필요
교사순위 ‘학생의 사회·경제적 배경’ 영향 커

교원평가 찬반 논쟁이 미국 교육계에서도 뜨겁다. 논의의 여지가 많은 이슈임에 불구하고 최근 물의를 일으킨 사건들을 지켜보면 교원평가의 기준이 오로지 학생의 시험 성적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몰아가고 있는 추세다. 얼마나 한정된 각도에서 교원평가가 다루어지고 있는지를 살펴보자.

지난 8월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초등교사 6000명의 가치부가 순위(value-added ranking) 를 공식 발표했으며, 10월 말엔 뉴욕시티 교육구에서도 학생 표준학력테스트 성적으로 본 교사 1만2000명의 가치부가 순위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최근 워싱턴 D.C. 펜티 시장의 선거패배도 미셸 리 교육감의 대량 해고조치로 인한 영향이 큰 것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NBC에서 취재한 ‘Education Nation’ 정상회담의 포커스도 교원평가에 맞춰졌다. 종합해 보면 오바마 정부와 연방교육부장관 알니 덩컨의 교육개혁 방향은 학업성취도를 중점으로 우수교사(teacher effectiveness)를 육성·지원하고 있음을 엿보게 된다.

효과적인 교수법이 무엇인지, 또 이를 통한 교원평가를 어떻게 정확하고 공정하게 측정할 수 있을 지는 오래전부터 많은 학자, 교육가와 정치가들이 논의해 왔다. 이 문제에 있어 쟁점의 핵심은 사회가 교사의 자질 및 효율성을 어디에 기준을 두고 평가하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시대의 요구에 의해 점진적으로 변해 왔기에 교원평가는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뜨거운 논쟁의 중심에 닿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된다.

교원평가는 방법을 논하기 전에 먼저 공통적 이해가 절실하다고 본다. 미국에서는 교사의 효과성을 올바로 이해한 후에 평가방법을 택하기보다 새로운 척도와 기술에 따라 계량측정 연구를 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트렌드를 보고 ‘말이 마차를 따라간다’는 표현을 하곤 한다. 교원평가제도와 같은 가치측정 연구는 혁신보단 일치된 의견을 토대로 과학적 기반의 근거를 함께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국가교사자질센터(National Comprehensive Center for Teacher Quality)에서는 우수 교사의자질을 세 가지 구조로 나누어 설명한다. 첫째, 교사의 적성과 자격증명서(Input)다. 교사의 학력 배경 및 경험, 교육철학과 신념, 교수법과 지식콘텐츠, 교육 수준과 교사 인증도 포함된다. 둘째, 교실 안에서 학생과 교사 간에 일어나는 학생 교사 간 상호작용(Processes)을 일컫는다. 셋째는 교실 실습 과정의 결과(Outputs)다. 예를 들자면 학생 학업성취도, 졸업률, 학습태도와 관심, 사회 정서적 웰빙 뿐만 아니라 학부모와의 관계나 교사 리더십 역할 등을 들 수 있다.

연구를 종합해보면, 효과적인 교사들의 공통점은 학생들에 대해 높은 기대와 따뜻한 관심을 들 수 있다. 이들 교사들은 소그룹으로 나누어 개별적으로 학생들의 지식수준과 관심에 맞추어 교수법을 정한다. 또 학습 실행에 대한 피드백을 조직화시켜 전달하고 학생들이 새로 습득한 지식과 기술을 여러 가지 다양한 상황에서 적용하고 처리하도록 돕는다. 이들은 엄두도 못 낼 과목과 따라오기 벅찬 진도에 학습경험을 끼어 맞추기 보다는 학생들의 리듬을 파악,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이끌어내 자율성과 책임을 강조하고 성적이 아니라 배움을 창조하는 교육을 체험케 해준다. 마지막으로 다른 교사와 학부모와 협력해 특히 많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학생들, 기초학력 미달학생들의 성취를 확보하기위해 노력하는 것 등이 우수 교원의 자질 요소로 증명되었다.

이런 포괄적 관점과는 달리 학업성취도 향상을 위한 교사의 전문성을 평가하는 방법이 가치부가모형(value-added model)이다. ‘마차가 말을 끌 고가는 추세’의 대표적인 예이다. 이 분석모형은 개인 학생의 과거 시험성적을 기반으로 다음 해에 얻을 점수를 예상, 학생의 실제 점수와 예상되었던 점수의 차이점을 같은 해 교사가 부가한 ‘가치’로 측정하는 방식이다. 과거 교사들이나 같은 해 다른 교사들의 영향, 또는 학교 학습문화나 자원 등의 요소는 이 측정된 가치에서 별도로 분배해 낼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스탠포드와 유씨 버클리대 교수들이 공동으로 교원평가제도의 필요성과 문제점, 바람직한 개선방안 등을 연구한 최근 논문(http://epaa.asu.edu/ojs/article/viewFile/810/858)에 따르면, 교육에 효율과 학업성취 등 계량화된 경쟁기제를 도입, 질적 평가를 시도하는 방법은 지극히 위험하다고 발표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선거 캠프에서 Education Advisor로 활약한 린다 달링-해몬드(Linda Darling-Hammond)와 동료 저자들도 학업성취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적용한 통계적 모형과 학습과목, 시기와 교실환경’에 의해 교사효율성(teacher effectiveness)의 변화가 큰 것을 발견했다고 보고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교사의 순위가 학생의 특징에 의존한다는 사실이다. 학생의 인종배경, 사회 경제적 지위, 학부모 교육수준, 고등급 수학반 학생과 영어미숙 학생(English Language Learner)의 구성과 교사에게 지정된 과목에 따라 한 교사의 순위가 상위 15%에서 80%까지 떨어지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교사의 자질은 이렇듯 구체적 맥락에 의해 규정 된다. 하지만 현재 도입되고 있는 가치부가모형은 교사의 효율성을 교수 상황과 독립한 고정 개념으로 다루고 있다. 충분한 논의와 정당한 절차를 통해 섬세히 다루어져야함에도 오바마 대통령, 빌 게이츠와 오프라 윈프리까지 나서 찬사를 아끼지 않던 미셸 리 전 워싱턴 D.C. 교육감은 지난주 하버드 교육대학원 콜로키엄에서 이렇게 강요했다.
 
“가치부가모형을 이용한 교원평가제도는 확실치 않으며 여러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당장 도움이 필요해요. 시간이 없습니다. 10년 동안 종단적 연구 결과를 기다릴 수는 없잖아요. 완벽하진 않더라도 현재 사용되고 있는 교원평가제도 보다는 훨씬 개선된 선택이라고 봅니다. 지금부터 10년 후, 제 나이 50살 되는 해에도 빈민 소수계 학생들의 교육성과가 현재와 별 차이 없는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니까요. 매년 1%의 발전이 아닌 변화를 보기 위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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