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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대학 안 가도 대학 졸업…‘고등교육 자학(自學)고시’


지난 달 7~9일 중국에서는 일제히 대학입학시험이 치러졌다. 올해 대학입학시험 응시자는 933만명으로 이 중 72.3%인 675만명이 대학에 입학하게 된다.

이에 앞선 5월말 북경시·산동성 등 각 지역에서는 독학으로 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에게 국가가 해당 학위나 자격증서를 수여하는 ‘고등교육 자학고시’(이하 ‘자고’로 약칭) 신청을 마감하고 7월에 진행될 고시 준비에 들어갔다.

중국 정부가 2010년 발표한 ‘중국 중장기교육발전개혁과 발전계획요강(2010-2020)’에서는 2020년까지 대학입학률을 40%로 상승시킬 목표를 내세웠다. 하지만 정규 고등교육 제도만으로 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어 중국 정부가 평생 교육의 일환으로 적극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는 것이 바로 ‘고등교육 자학고시’다. 교육부가 발표한 통계에 의하면 2010년 자고 합격자는 19만명, 대학 입학자는 22만명이며 재학 중인 학생들도 무려 69만명에 달한다.

여러 사정으로 대학에 입학하지 못하는 학생들과 사회인들에게 자고는 대학 입학과 또 다른 형식의 고등교육 기회인 셈이다. 한국의 독학학위제와 비슷한 제도이나 그 형식은 훨씬 다양하다.

자고 제도는 문화대혁명(1966~76년) 때문에 중단됐던 대학입학시험이 회복된 직후인 1981년부터 실시돼 지금까지 3단계의 발전 과정을 거쳐 왔다.

첫번째 단계인 1981~88년에는 주로 문화혁명 시절 대학 진학 기회를 잃은 사람들에게 고등교육 기회를 열어 줬다. 두번째 단계인 1989~2000년에는 ‘천군만마가 일제히 건너는 외나무 다리’라고까지 불릴 정도로 가열화된 대학입시 경쟁에서 탈락된 사람들에게 희망을 부여했으며, 세번째 단계인 2001~2010년에는 평생 학습 사회 구축을 위해 학력 교육과 비학력 교육을 망라한 여러 형식의 고등교육을 제공해왔다.
자고는 중국 교육부와 지역교육청에서 주관해 운영된다. 교육부에 설치된 전국 자고 지도위원회, 전국 고시 사무실, 13개의 전문가위원회와 1개의 고시연구위원회에서는 해마다 전국 자고 실시 계획과 정책에 관한 내용들을 담은 전국 고시 계획과 교육과정 자고 기준을 발표한다.

지역교육청은 이 기준에 근거해 각 지역 자고의 전공 및 과목 설치·시험 범위·시험 시간·원서 제출과 평가 방법 등 구체적인 제도를 결정하게 된다.

자고와 관련한 교과서는 교육부와 지역교육청에서 대학 혹은 전문가들에게 위탁하는 형식으로 편집 출판한다. 이와 동시에 지역교육청은 지역 내 대학을 선정해 자고 업무를 위탁한다. 위탁받은 대학들은 필기 및 실기 시험의 출제와 평가를 담당하는 동시에 지역 정부와 더불어 졸업장을 수여할 권한을 가진다.
자고는 제도상 학력고시와 비학력고시 두 가지로 나뉘며 졸업장은 중등전문학교 졸업증, 2~3년제 전문대학 졸업증, 4년제 대학 졸업증 등 학력교육 졸업증과 특정 전공 고시 합격증, 단과목 합격증 등 비학력 연수증으로 나뉜다.

학력고시 졸업장일 경우 신청자들은 유효 기간 내에 해당 과목 시험에 모두 합격해야 하는데 보통 8~10년을 유효 기간으로 설정하는 지역들이 많다. 시험 기간과 횟수는 각 지역에서 결정하나 대부분 1년에 2번 혹은 3번 정도 자고를 실시한다.

자고의 특징은 한 마디로 ‘모두에게 열린 다양한 고등교육 기회’라고 할 수 있다. 무시험에 의한 입학과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특징으로 많은 학습자들의 환영을 받는다. 퇴직 후 취미 생활로 자고를 택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취업 경쟁에서의 우세를 노리고 자고를 보는 대학생들도 적지 않다.

1981년부터 지금까지 30년 동안 자고 응시자들은 총 2억1000만 회에 달하는 시험을 봤으며 이 중 전문대학 혹은 4년제 대학 졸업장을 받은 학생도 980만명에 이른다. 특히 최근 평생 학습 사회 실현을 목표로 내세운 중국에서 자고는 고등 교육의 중요한 형식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급증하는 대졸 실업자가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는 있지만 2010년도 대학입학률이 26.5%에 불과한 중국에서 대학 입학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꿈인 것이다.

물론 독학에 의한 학위 취득이니만큼 정규 고등교육기관과 동등한 사회적 인정을 받는 데는 여전히 어려움이 있다. 중국 고등교육의 양적 성장 과정에서 자고가 갖는 역할이 날로 중요해지는 오늘, 지역 정부와 자고 담당 학교 간의 협력에 의한 질 개선이 급선무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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