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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전통문화 유지위한 서예교육 의무화

2011년 가을학기가 시작되기 직전인 8월 2일, 중국 교육부는 '초중등 학교들에서 서법교육 진행에 관한 의견'을 발표해 전국 초·중등학교에서 서법교육(書法敎育·서예교육)을 비롯한 글쓰기 교육을 대폭 강화할 것을 요구했다.

이 의견은 정보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컴퓨터· 핸드폰 등 전자기기 보급이 사람들의 생활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고 그 영향으로 인해 학생들의 글쓰기 능력이 현저히 약화되었음을 지적하면서, 전통문화를 발전시키고 국민자질을 높이기 위해 글쓰기 교육을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초등학교 3학년~6학년의 '어문(語文)'이라 불리는 국어과에서 매주 1시간씩 서법교육을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중학교에서도 미술·예술 교과를 통해 다양한 서법교육을 실시하도록 요구했다. 의무교육에 속하지 않는 고등학교는 어문 등 교과의 서법관련 선택과목을 설치하도록 하고 이외에도 종합실천활동, 지방교육과정, 학교교육과정 등 다양한 방식으로 서법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장했다.

서법교육이란 붓글씨를 포함한 글쓰기 교육을 가리킨다. 1~3학년에서는 먼저 글쓰기 연습을 하고 3학년부터는 붓글씨 해서체(楷書體)로 시작해 저명한 서법가들의 필체를 모방하게 했다. 고학년에서는 점차 서법의 역사, 한자의 기원, 서법 작품들의 유래와 특징 등에 대해서도 공부하도록 했다. 9월 학기부터 전국 각지의 초·중등학교에서 일제히 서법교육이 시작됐다.

교육부의 이 정책은 글로벌 사회의 영향으로 인한 전통문화 상실을 방지하고, 학생들이 서법교육을 통해 중국인의 정체성을 갖도록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중국정부는 2008년에 향후 10년간의 교육정책 지침으로 '국가 중장기 교육개혁과 발전요강(2010년~2020년)'을 기획할 때부터 중화민족의 우수한 문화전통 교육을 강화할 것을 강조해왔고, 그해부터 '전국 경전(經典) 낭독대회'와 같은 콩쿠르를 해마다 개최했다. 2011년에는 전통 경전에 관한 전국 작문 콩쿠르를 개최했다.

하지만 이처럼 서법교육을 교과과정으로 의무화한 것은 처음이라 인터넷에서 누리꾼들이 공방을 일으킬 정도로 사회의 이슈가 됐다. 전통문화를 이어나가는 새 세대들이 당연히 중국문화의 상징으로 간주되는 서법을 익혀야 한다는 주장과 정부가 이를 강요하는 것을 거부하는 주장들이 맞서 논란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9월 학기에 접어들어 중국 각 지방에서는 글쓰기 교육을 시작했는데, 그 실시 상황은 지방에 따라 많은 차이가 나타난다. 중국 신화사 인터넷판은 중국 교육학회 부회장 주영신(朱永新)의 인터뷰를 통해 "90%의 초중등 학교들에서 아직 서법교육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해남성처럼 글쓰기 교과서를 무상배포하고 초·중학교에서 글쓰기 시간을 보장토록 한 지방이 있는가 하면 북경시처럼 각 학교 자율에 맡기는 지방도 있는 것이다.

북경소학교에서는 이명신(李明新)교장의 노력으로 이미 수년전부터 서법교육을 포함한 글쓰기 교육을 진행해왔다. "저학년에서는 매일 어문과에서 학생들이 글쓰기 연습을 할 시간을 보장하도록 하고 있으며, 다른 학년들도 글쓰기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이를 보장하기 위해 모든 교과 교사들이 연수를 통해 일정한 서법수준에 도달하게 하여 수업과정에서 정갈한 판서를 통해 학생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도록 요구했고, 글쓰기의 주요 담당 교과인 어문과에서는 서법을 교과 성적 평가의 일부분으로 하게 했다고 한다.

이처럼 글쓰기 교육에 다년간의 경험을 쌓은 학교가 있는가 하면, 북경시 호가로(呼家樓)중심소학교처럼 서법교육을 금방 시작한 학교들도 적지 않다. 학교의 어문교과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고진홍(昊振洪)교사는 서법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교양이 넓어지고 중국 문화에 대한 인식이 제고되고 있지만 동시에 많은 어려움을 느낀다고 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전문교사 부족이다. 서법을 가르칠 전문교사가 부족하고, 모든 어문교사들이 서법을 가르칠만한 능력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서법교육을 진행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이다. "서법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이를 의무화한 만큼, 전문교사가 담당하는 것이 가장 합당하다"는 것이 고진홍의 주장이다. 두 번째 어려움은 진학 준비에 때문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시간을 얼마나 서법교육에 할애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저학년 어문수업시간에 8~9분가량의 시간을 이용해 글쓰기 연습을 시키도록 요구하고 있으나, 서법교육이 방과후 활동이나, 자주활동 시간 등에서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중국이 서법교육을 의무화에 따른 문제들이 속출하고 있지만 전통문화를 사수하고 국민 정체성을 키우기 위한 중국 정부의 결심이 엿보이는 정책이니만큼, 이런 문제들은 각 지방정부와 학교들에서 해결해나가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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