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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핀란드> 교육모델 실패보다는 환경 변화 영향

지난 3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2 ‘학업성취도 국제비교 연구(PISA)’ 결과를 발표하자 국내에서는 높은 성취도에 비해 낮은 정의적 영역과 다소 늘어난 상·하위권 학생 비율이 도마에 올랐다. 다른 나라들은 자국의 PISA 결과를 두고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세계 주요국의 PISA 결과에 대한 반응을 조명해본다.

이주민 자녀 증가 주요인으로 꼽혀
교권 하락으로 상위등급 학생 감소

PISA에서 핀란드는 수학, 읽기, 과학 3개 영역에서 각각 12위, 6위, 5위를 기록했다. 2009년에는 6위·3위·2위, 2003, 2006년에는 최상위권에 들었던 데 비하면 큰 폭으로 하락한 순위다. <그래픽 참조>



10년 이상 공교육 강국으로 군림했던 핀란드의 순위 하락은 세계 교육계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핀란드 교육은 많은 국가에서 공교육의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돼 왔기 때문이다.

크리스타 끼우루(Kiuru) 핀란드 교육부 장관은 “핀란드 스스로 교육 발전에 강력한 조치를 해야 한다”며 “교육 전문가, 정책 결정자, 학생, 학부모 모두가 참여해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큰 틀에서 핀란드 교육을 반성하고 교육과정에 대한 연구 개발이 필요함을 언급한 것이다.

그러나 핀란드의 순위 하락을 두고 수십 년을 유지해 온 성공적인 공교육 모델이 3년 만에 무너진 것으로 해석하기 전에 그 진짜 원인을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핀란드의 갑작스러운 성적 하락의 원인으로는 몇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이들 요인 중 어떤 변수가 가장 크게 작용했는지는 쉽게 단정 지을 수 없지만 우선 7~9학년 교실에서 교사의 권위 하락이 그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에서는 교사가 통제하지 못하게 된 핀란드 교실 상황을 ‘천국 같은 교실’로 미화해 왔지만 결과적으로 성취도 하락에 영향을 끼친 것이다. 특히 전 과목 상위 등급을 받은 학생 수의 감소는 교사 권위 붕괴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주민 자녀의 급격한 증가도 큰 원인이 된다. 이들은 주로 1990년대 중반에 아프리카, 아시아, 동유럽 등에서 이주해왔는데, 2012년 PISA에는 이주민 자녀 1270명이 참여했다. 전체 응시자 중 15%에 이른다. 2009년 이전에는 이들의 숫자가 200~300명에 불과했다. 핀란드 이주민 자녀들의 학업 능력은 핀란드인 자녀들에 비해 2~3년 정도 뒤처지는 격차가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어 이주민 자녀 증가가 전반적인 성적 하락의 요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물론 OECD에서 개인 성적을 발표하지 않아 직접적인 확인은 어려운 실정이다. 그 외에도 핀란드 경제의 전반적인 침체도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 수년간 국내 교육계는 “핀란드 학교에는 경쟁, 폭력이 없다”, “핀란드 학교는 천국이다”, “미래는 핀란드에 있다”, “핀란드 …혁신”과 같은 구호로 핀란드 교육을 과도하게 미화·과장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핀란드에도 우리가 제대로 알지 못하는 교육 문제가 산재해 있고 핀란드라고 해서 교육 문제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이와 같은 맥락을 고려한다면 2012 PISA 결과를 놓고 ‘공교육 강국 핀란드의 추락, 패배’라든지, ‘겉과 속이 다른 핀란드 교육’으로 매도하기는 어렵다. 어떤 의미에서 2012 PISA의 결과는 핀란드 교육의 승리일 수도 있다. 15%에 달하는 이주민 자녀들이 시험에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급격한 순위 변동 없이 상위권을 유지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핀란드와 유사한 응시자의 변화가 일어났던 스웨덴은 수학이 21위에서 38위로, 읽기는 10위에서 37위로 보다 급격하게 순위가 추락했다. 핀란드와 스웨덴의 결과는 충분히 주목할 만한 차이다.

우리나라도 지금1과 같은 속도로 교사의 권위가 무너지고 점점 증가하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응시자의 15%를 차지한다면 핀란드와 같은 순위 하락이 나타날 수 있다. 핀란드의 상황을 거울삼아 우리 교육의 위기를 막을 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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