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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사자성어로 교육읽기> 보원이덕(報怨以德)

최근 북한이 비무장지대(DMZ)에서 목함지뢰에 이어 포탄 공격까지 감행한 사실에 대해 ‘유감’을 표현했다. 이를 두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보원이덕(報怨以德)의 관용적 입장과, 강력하게 응징해야 한다는 적극적 입장으로 의견이 나뉜다.

공자는 ‘논어-헌문편’에서, ‘원한을 덕으로 갚는 것(以德報怨)’에 대한 제자의 물음에 “원한은 바른 것으로 갚고, 은덕은 은덕으로써 갚아야 한다(以直報怨 以徳報德)”고 했다. 현실에 입각한 중용적 발상에서 나온 균형 잡힌 공자의 답변이다. 공자의 “바른 것, 즉 정직함(直)으로 원한을 갚는다”는 표현은 언뜻 보면, ‘눈에는 눈, 이에는 이’와 일맥상통하는 ‘원한은 원한으로 갚아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닌다.

‘한시외전(韓詩外傳)’에서, “남이 나에게 잘 대해 주면 나도 그를 잘 대해 줄 것이요, 그렇지 않다면 잘 대해 주지 않겠습니다”는 자로(子路)의 말과 “남이 나를 잘 대해 주면 나도 그를 잘 대해 줄 것이요, 그렇지 않다면 상황에 따라 적절히 도를 지키겠습니다”는 자공(子貢), 그리고 “남이 나에게 잘 대해 주지 않아도 나는 그를 잘 대해 줄 것이다”는 안회(顔回)의 말에 대해, 공자는 촌철살인의 평을 내린다. 자로의 경우는 ‘야만적 행위’, 자공은 ‘친구 간에 가능한 일’, 안회는 ‘가족 간에 가능한 일’이라 했다. 공자는 이를 선악의 개념으로 파악하지 않고, 관계의 문제로 접근한 것이다.

‘노자’ 제63장에 있는 ‘보원이덕’에 대한 왕필(王弼)의 주석을 보면, “작은 원한은 갚을 것이 못 된다. 커다란 원망은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그를 죽이고 싶어 하는 것이다. 따라서 세상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하는 것, 그것을 따르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덕이다(小怨則 不足以報, 大怨則 天下之所欲誅 順天下之所同者 德也)”라고 했다. 여기서 작은 원한은 개인의 사적 원한이요, 큰 원한은 사회를 안정시키고 백성을 보호하는 공도(公道)를 의미한다. 왕필의 주석은 공자의 “정직함(直)으로 원한을 갚는다”는 말과도 통한다.

북한의 반복된 만행에 대해 “전선을 지키겠다”며, 전역을 연기한 장병들이 계속 늘어난 점, SNS에 당장이라도 전선으로 나가 싸우겠다는 2030 예비군과 젊은이들의 인증샷과 댓글이 쇄도했던 점 등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는 사적 원한이 아니요, 공론이자 백성의 생각이 자연스레 행동으로 표출된 ‘보원이덕’의 참 실천인 것이다. 분명 이전과 다른, 한국인의 새로운 모습이다. 즉 정직을 기반으로 하는 ‘보원이덕’으로, 난국 극복을 위해 분연(憤然)히 일어섰던 옛 의병의 정기(正氣)와도 같은 것이다.

학교 교육에서도 기층문화의 뿌리로부터 살아 움트는 이 충의문화(忠義文化)를 한국정신으로 승화, 발전시키는 새 전기를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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