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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사자성어로 교육읽기> 다다익선(多多益善)

얼마 전 대입 수시 전형 원서 접수가 마감됐다. 작년에 가르쳤던 학생들 중 몇 명이 찾아와 자기소개서를 봐 달라 부탁을 했다. 자기소개서를 검토하면서 대학의 입장에서는 어떤 지원자를 뽑을까 생각해 봤다. 당연히 내신 성적이 높거나 기타 활동 중 장점이 많은 학생을 선호할 것이라 여겨졌다. 다다익선(多多益善)이라 했듯이, 지원자 중 높은 성적과 뛰어난 능력을 소유한 학생을 뽑고자 할 것이다. 그러나 반드시 재능이 많고 성적이 높다고 다 좋은 것일까?

옛적 한(漢)나라 천하통일의 일등공신 한신(韓信)은 백전백승의 장수였다. 초(楚)왕이 되었다가 모반의 기미가 있다 하여 회음후(淮陰侯)로 강등된 후 여태후(呂太后)와 상국인 소하(蕭何)에게 사로잡혀 처형을 당한다. 한신은 재주가 많았지만 도리어 이것이 걸림돌이 되어 토사구팽(兎死狗烹)의 역풍을 맞은 것이다. 처형되기 전 고조(高祖) 유방(劉邦)은 한신에게 다음과 같이 묻는다.

“나는 얼마쯤의 군사를 거느릴 수 있느냐?” “폐하께서는 10만의 군사를 거느리는 데에 불과합니다.” “그대는 얼마쯤인가?” “신은 많으면 많을수록 더욱 좋습니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하는 사람이 어째서 10만의 장수에 불과한 나에게 포로가 되었느냐?” “폐하께서는 병사들을 잘 다스리지는 못하지만 장수들을 잘 통솔하십니다. 이것이 제가 폐하에게 사로잡힌 까닭이오며, 또 폐하는 사람의 힘이 아닌 하늘이 내려주신 분입니다.”(上問曰:如我能將幾何? 信曰: 陛下不過能將十萬. 上曰: 於君何如? 曰: 臣多多而益善耳. 上笑曰: 多多益善, 何爲爲我禽? 信曰: 陛下不能將兵, 而善將將, 此乃信之所以爲陛下禽也. 且陛下所謂天授, 非人力也. 『史記』 淮陰侯列傳)

사람을 보는 세상의 관점은 다양하다. 학생 선발의 기준도 하나의 고정된 잣대에서 보면 그것을 채우지 못하는 사람은 늘 부족해 보인다. 대학도 인재를 선발하는 기준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한신에게서 보았듯이, 다다익선(多多益善)만이 최선의 방법은 아닐 것이다. 사람의 미래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그 누구도 얼마든지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며, 또 대기만성형 인간도 있지 않은가?

학생부에 나타난 결과만을 기준으로 합격의 당락을 결정하는 일은 어찌 보면 정중지와(井中之蛙)와 같은 어리석음을 범할 수도 있다. 분명 지식 중심의 학교 교육이 채워주지 못한 한계점도 인정해야 한다. 엄밀히 따지자면 학교교육이 개인의 잠재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을 구비했다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대학에서는 교육을 통해 훌륭한 인재를 양성해야겠다는 확고한 철학관을 가지고 외적 성과물이 아닌 학생의 내적 잠재력을 평가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천리마(千里馬)는 항상 존재하지만, 진정 그 천리마를 알아보는 백락(伯樂)이 없음이 안타까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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