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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사자성어로 교육읽기> 알묘조장(揠苗助長)

11월 12일, 수능일이다. 수능일은 대입을 앞둔 수험생은 물론 그의 가족과 일가친척, 학교와 교직원 그리고 지역사회까지… 온 나라가 연중 가장 신경이 날카로운, 범사롭지 아니한 하루임이 분명하다.

이때만 되면 풀리지 않는 의문이 하나 있다. 수년, 아니 수십 년을 오직 그 날을 위해 갈고닦았는데 하필 컨디션이 최악인 상태로 시험에 임하는 수험생의 심정은 어떨까하는 것이다. 많지 않은 경우다, 개인의 문제니 어쩔 수가 없다는 식은 가혹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쁜 일진이 평생의 운명에 검은 그림자를 덧씌운다는 건 참혹하다.

수능 시험을 연 1회로 끝내버릴 것이 아니라 2회 정도, 즉 11월 초에 한 번 보고 다시 2~3주 뒤에 두 번째 시험을 봐서 둘 중 높은 점수를 쓰게 하는 건 어떨까. 출제·비용 문제 등은 거론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수능 100여 일을 앞둔 지난 8월, 한 입시업체가 주관하는 2016학년도 대학 수시전형 입시 설명회가 있었는데 이 자리에 초등생 학부모들이 3분의 1을 넘었단다. 요즘은 초등학생 학부모들의 참석은 기본이고 미취학 자녀의 학부모들이 먼저 설명회장에 도착해 앞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진지하게 경청하는 경우가 일반화 되었다고 한다. 입시업체 관계자들이 “별로 대수롭지 않는 현상”이라고 답변할 정도다. 7~8년에서 길게는 10년 후의 입시 경향을 미리 알아서 그에 맞춰 자녀 학습 계획을 세우고 차근히 실천해야 그나마 원하는 대학을 갈 수 있다는 게 이유다. 그야말로 ‘원하는 일류 대학으로 향하는 개인 맞춤형 공부’다.
가수 김용복의 노래처럼, ‘진달래 먹고 물장구 치고 다람쥐 쫓던 어린 시절, 눈사람처럼 커지고 싶던 그 마음 내 마음’이어야 할 어린 아이들이 벌써부터 내신과 수능이라는 커다란 족쇄 하나씩을 발목에 채우고 살아야 한다니 너무도 안타깝다.

중국 송(宋) 나라에 어리석은 농부가 있었다. 모내기를 한 이후 벼가 어느 정도 자랐는지 궁금해서 논에 가보니 다른 사람의 벼보다 덜 자란 것 같았다. 농부는 궁리 끝에 벼의 순을 잡아 빼보니 약간 더 자란 것 같았다. 집에 돌아와 식구들에게 하루 종일 벼의 순을 빼느라 힘이 하나도 없다고 이야기하자 식구들이 기겁했다. 이튿날 아들이 논에 가보니 벼가 하얗게 말라 죽어버린 것이다. 농부는 벼의 순을 뽑으면 더 빨리 자랄 것이라고 생각해 그런 어처구니없는 일을 했다. 과욕이요 어리석음이다. 맹자 ‘공손추 편’에 나오는 알묘조장에 관한 얘기다.

‘揠苗助長’. ‘빨리 크게 하려고 곡식의 고갱이를 뽑아 올린다'는 말로 “성공을 서두르다가 도리어 일을 망친다”는 뜻이다. 공자도 “서둘러 가려다 오히려 이르지 못한다[欲速則不達]”고 했고 우리 속담에도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세상사 말처럼 쉽지 않은 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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