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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보육강사 전락한 교사들 ‘땜빵’ 수업까지

돌봄교실 떠안은 학교

툭하면 관두는 강사…대타 뛰랴 사람 구하랴
담당교사들, 야근에 수업준비, 생활지도 소홀
사고 나면 무한책임…업무경감, 사기진작 말뿐
교총 “교육본질 회복 위해 지자체가 운영해야”





13일 오전, 경기 A초 돌봄교실. 1‧2학년 교실에 각각 서너 명의 아이들이 둘러앉아 1학년은 게임을, 2학년은 간식을 먹으며 TV를 시청했다. 돌봄 업무를 맡은 B교사는 방학도 반납한 채 오늘도 아침부터 학교에 나왔다. 하루 한 시간씩 돌봄 수업은 물론 안전사고 우려 때문에 아이들이 학교에 있는 한 본인도 함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방학 때는 오후 돌봄이 없어 9시부터 1시까지 근무하지만, 학기 중에는 더 힘들다.

“5학년 담임이라 오후 수업 후 아이들 청소지도를 하면 3시 반쯤 돼요. 30분 반짝 업무를 보고 4시부터 5시까지 돌봄교실 수업에 들어가야 합니다. 담임으로서 반 아이들 수업 준비, 생활지도 등 할 게 많은데, 정작 교육은 소홀하게 돼 미안해요.”

돌봄강사 관리, 특별프로그램 계획, 각종 공문 처리, 행정업무 등도 온전히 B교사의 몫이다. 그는 “초과근무를 밥 먹듯 하니 다들 기피한다”며 “방학 때 원격연수 외에는 엄두도 못 낸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은 돌봄교실 질 제고를 위해 담당교원들에게 주 5시간 의무 수업까지 맡기고 있다. 승진가산점이 주어지지만 뜻이 없는 교원들도 울며 겨자 먹기로 떠안기 일쑤다.

14일 출근한 서울 C초 교감은 오늘도 한숨이다. 학교는 신청자가 많은 1, 2학년 위주로 돌봄교실을 꾸려 방학에도 오전 6시30분부터 저녁 8시까지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4명의 돌봄전담사들이 방학에 연가를 집중적으로 내 대체 인력을 구하느라 골머리다. 이 교장은 “열흘 이상씩 연가를 냈는데 지금도 사람을 못 구해 교사들이 ‘땜빵’을 하고 있다”며 “돌봄전담사 인프라도 부족한데 늘리라고만 하니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전담사 중 무기계약직이 아닌 시간제 강사(시간당 만원)는 낮은 처우로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 전국 초등교들은 ‘대타수업’과 ‘구인난’을 되풀이하며 몸살을 겪고 있다.

2004년부터 도입된 초등 돌봄교실이 여전히 교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는 올해부터 초등 돌봄교실을 5~6학년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12일 발표했다. 이에 대해 현장 반응은 “기존 3~4학년 수요도 거의 없는데 5~6학년까지 확대하는 건 ‘생색내기’일 뿐 학교 부담만 가중시킨다”며 싸늘하다.

경기 E초는 학기 초 수요조사 때 5~6학년 희망자가 한 명도 없었다. 이 학교 교감은 “고학년이면 충분히 혼자 할 수 있는 나이인데, 특별한 프로그램도 없이 케어 수준에 머무는 돌봄교실에 얼마나 올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현장 의견은 들어보지도 않고 무조건 수용하라는 톱다운식 행정이 힘들게 한다”고 비판했다.

사고라도 나면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 서울 F초 교장은 최근 돌봄교실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곤혹을 치렀다. 전담사가 화장실을 간 사이 아이끼리 싸움이 나 학부모들의 민원을 해결해야 했다. 그는 “책임은 모두 관리자에게 돌아가는데 대책도 없이 의무만 더해져 불안하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교육부는 교원들의 업무 부담과 걱정을 해소할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500억원을 투입해 돌봄교실 당 500만원씩 오르는 운영비는 간식비, 프로그램비 용도다. 인력풀 구축방안도 없다. 교육부 관계자는 “우수사례를 보급해 도움을 줄 계획”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에 대해 세종 G초 교장은 “학교가 시설, 공간은 제공하되 돌봄교실 운영은 지자체가 맡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며 현장 정서를 드러냈다. 교총도 12일 입장을 내고 “호주, 일본처럼 지자체가 운영하게 제도를 근본적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원들을 더욱 낙담케 하는 건 정책이 나올 때마다 업무만 늘 뿐 뚜렷한 지원책은 없다는 점이다. 12일 교육부가 발표한 '2016년 초등돌봄교실 운영 방안'도 마찬가지다.

이에 따르면 3~4학년 중심으로 운영된 방과후학교 연계형 돌봄교실이 5~6학년까지 확대되고, 학기말과 재량휴업일 등 방과후학교가 운영되지 않는 기간에도 운영된다. 1∼2학년 돌봄교실에는 놀이·안전활동 프로그램 모델을 보급할 예정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돌봄 이용 학생이 약 4000~5000명 가량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기준 이용 인원은 오후돌봄 5972개교, 1만2380개 교실, 23만9798명, 저녁돌봄 1693개교, 1916개 교실 1만6248명이다.

방학 중 운영도 강화해 학부모 수요와 학교여건에 따라 오전부터 오후(학기중 운영시간)까지 운영토록 했다. 개학 전후로는 학교장 재량으로 체험기간을 운영해 학부모와 학생이 돌봄교실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돌봄전담사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학교장을 중심으로 존중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학부모, 퇴직교원, 대학생 등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토록 할 계획이다.

학생·학부모 입장에선 반길 수도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를 시행하는 건 오롯이 현장의 몫이다. 그럼에도 교원을 지원하는 내용은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되레 돌봄교실 확대로 학교재정만 줄어들까 우려된다. 교육부는 돌봄 프로그램과 방학 중 급식비 지원을 위해 교실 당 운영비를 25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증액했다. 전국 총 500억 원 규모다. 또 약 220개 교실 개선에 42억을 투입키로 했다. 하지만 별도 예산이 아닌 보통교부금에 포함시킨 것이어서 가뜩이나 재정 악화를 호소하고 있는 교육청들이 이대로 편성·운영할지는 미지수다. 하더라도 결국 학교 살림은 그만큼 쪼그라들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이에 교총은 "학교 현장이 돌봄교실 운영으로 가뜩이나 고충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양적확대로 인해 문제가 커지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학교 본연의 역할이 약화되고 보육시설화 되어 간다는 점에서 정부 당국의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교는 근본적으로 교육활동을 목적으로 하고 있음에도 돌봄교실의 인력 및 시설관리, 학생 안전 등의 책임을 학교장과 담당교사에 부과하는 것은 결국 교사가 수업에 전념할 수 있는 교육여건 조성 정책과도 배치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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