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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사자성어로 교육읽기> 동병상련(同病相憐)

우리 학교에서는 오는 2월 말일, 다섯 분의 선생님이 교단을 떠나신다. 한 분은 정년퇴임, 네 분은 명예퇴임을 하신다. 비교적 작은 규모의 학교라서 매일 얼굴을 부딪치며 고락을 함께한 분들이라 정이 들대로 들었는데, 떠나신다니 서운한 마음 무척 크다. 특히 이번에 명예퇴임을 하는 분들은 정년보다 4~5년 이상 앞당겨 떠나는 것이라서 더욱 마음이 아프다.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우리 교직원들은 작별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퇴임식과 함께 조촐한 송별연을 계획했다. 하지만 그분들은 이런 자리를 끝내 사양하셨다. 모두가 나서서 꼭 이 자리에 나와 주시길 거듭 간청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업무 인계인수만 마무리하고 조용히 나가시겠다는 것이다.

필자가 교단에 첫 발을 내디딘 1980년대는 말할 것도 없고,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선생님들의 퇴임식은 성대하게 치러졌다. 새 학기 시작 전 퇴임식 날, 교문 위에는 주인공 선생님과의 아쉬운 작별을 알리는 현수막이 높이 걸렸고, 동료 교직원은 물론 각처에서 찾아온 수십 년 제자들과 친지들이 강당을 가득 메웠다. 곱게 차려입은 가족들이 동석한 가운데 약력 소개와 더불어 훈장이 수여됐으며, 교장선생님과 외빈들의 애틋한 정을 담은 축사가 이어졌다. 기념품과 선물, 꽃다발을 쌓아둔 채 단상에 오른 선생님은 오랜 교단생활의 추억과 애환들을 회고하며 감격의 눈물을 쏟았다. 이어진 송별잔치에 빠지지 않았던 얼음조각상은 그날의 분위기를 한층 돋워주었고….

그러나 언제부턴가 이런 모습의 퇴임식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이번 우리 학교에서도 그랬듯이, 방학식 혹은 종업식에 앞서 열리는 직원회의에서 간단한 작별인사 한마디로 40년에 걸친 교단생활이 마감되는 것이 보편적 현상이 된 것이다.

한평생 교단에서 헌신한 선배·동료 교사를 기리며 아쉬움 속에 떠나보내는 그 날이, 그 시절 그처럼 의미 깊게 여겼던 그 자리가 왜 이렇게 변했을까. 검소한 것은 좋지만, 대체 어떤 심정에서 그분들은 최소한의 간소한 기념식마저 사양하고 그토록 표표히 떠나야만 하는 것일까.

우선 떠오르는 것이 교육환경의 변화로 인한 교사들의 자존감 상실이다. 일부라지만, 교사가 존경받기는커녕 학생·학부모에게 손찌검까지 당하는 현실 속에서 이제 교직은 더 이상 성직이 아니다. 산더미 같은 잡무 처리에 교육의 본질마저 잊어버리는 상황 속에서 교직은 더 이상 보람 큰 직업이 아니다.

착잡한 생각에, 떠나시는 그분들께 동병상련의 정을 한껏 느끼는 요즈음이다. 동병상련,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끼리 서로 불쌍하게 여긴다는 이 말은 중국 오자서(伍子胥)의 말에서 유래됐으며, ‘오월춘추(吳越春秋)’에 나온다.

이창헌 서울 인헌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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