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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나도 리콜 대상일까

영화 ‘역린’에 나오는 명대사가 있다.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나오고 겉에 배어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레탄트렉·가습기 사태에서 배울 점

올 봄 대한민국은 미세먼지 홍역을 치렀다. 배출원 중에 자동차 배출가스 문제가 참 많이 거론됐다. 그동안 클린 디젤로 명성을 얻었던 유럽산 경유차가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오랫동안 모든 사람들의 소유욕을 자극했던 독일산 폭스바겐이 그 논란의 중심에 있다.
 
자동차 제조과정에서 배출가스 문제, 환경 문제를 쉽게 생각하고 이를 억제하는 데 정성을 다하지 않은 것이 사태의 원인인 듯 싶다.
 
또한 올해는 옥시산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얼룩진 상태다. 이 사건의 근본 문제도 제품 생산 시 인체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치 않고 정성을 다하지 않은 탓이라고 본다.
 
그러나 올해는 학교 운동장의 납 범벅 우레탄 트랙이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충남에서만 84개 학교 운동장 우레탄 트랙에서 중금속이 함유된 것으로 조사됐고 사용이 전면 중단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또한 제작 과정에서 쉽게, 빨리 완성하고자 하는 욕심에 경화제를 과다 사용한 것이 원인 중 하나로 파악되고 있다. 인체 영향을 충분히 고려치 않고 지극히 정성을 다하지 않아 생긴 불상사다.
 
새 밀레니엄을 맞고도 벌써 16년이 지났다.
 
이제 더 이상 20세기식 사고(思考)가 통용되지 않는다. ‘빨리 빨리, 대충 대충’ 문화는 내다 버려야 한다. 지극히 정성을 다하지 않았다가는 리콜(recall)사태를 피할 수 없다. 당장은 임기응변으로 위기를 넘긴다 해도 정성을 다하지 않은 그 책임은 반드시 지게 돼 있는 것이다.
 
폭스바겐은 리콜사태에 직면해있다. 미국 내 보상 규모는 100억 달러, 우리 돈 약 11조 6460억원 수준이다. 대기업이라 하더라도 이 정도 리콜사태를 맞으면 생존이 어렵다. 옥시는 영유아와 어린이 사망자 전원에게 10억 원씩을 배상하는 등 위자료를 높인 새 배상안을 내놨다.
 
향후 운동장 우레탄 트랙도 배상과 리콜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지극 정성으로 교육했는지 돌아볼 때
 
천라지망(天羅地網)이라는 말이 있다. ‘하늘과 땅의 그물은 크고 넓어 엉성해보이지만 하나도 빠뜨리는 것이 없다’는 의미다. 결국 정성을 다하지 않은 일은 반드시 책임이 뒤따른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말이다.
 
세상이 변했다. 그 변한 세상을 나만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봐야 한다. 바야흐로 리콜 시대다. ‘빨리 빨리, 대충 대충 한 것에 대해서는 반드시 리콜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요즈음 세태를 보면서 느끼게 된다. 교육자로 평생을 교단에서 아이들과 함께 살아온 나는 리콜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 참 걱정이다. 교단에서 나는 지극히 정성을 다했는지 자신이 없다. 리콜을 요구하는 제자들을 만나게 되지는 않을지 자꾸 뒤를 되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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