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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교과교육 회복이 인성교육이다

인성교육진흥법 시행령이 7월 21일로 시행 1년이 됐다. 이 시점에서 학교 인성교육의 방향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현행 학교 인성교육은 ‘체험과 실천중심’이 특징이다. 프로젝트 수업이나 인성 프로그램 이수를 권장하고, 예술과 체육 등의 교과 활동을 늘리는 양상이다. 이런 인성교육은 학교폭력 같은 병폐를 즉시 완화시키고 학생들의 인성적 행동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거기서 나타나는 인성적 행동은 인성의 외양일 가능성이 높으며, 그러한 행동은 내적 성향을 기르지 않는 한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 이 점에서 ‘체험과 실천중심’의 인성교육은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보기 어렵다.

실천, 체험중심 교육만으로는 한계

그럼 학교 인성교육의 방향은 어떠해야 하는가. 그것은 학교교육의 핵심인 ‘교과교육’을 회복하는 것이다. 학교교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교과교육을 소홀히 한 채 인성에 관한 어떠한 처방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교과교육을 정상화함으로써 인성을 함양하는 일은 학교교육의 본질에 해당하며 학교가 인성교육을 제대로 하려면 무엇보다 교과교육에 충실해야 한다.

그렇다면 교과를 통한 인성교육은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왜곡된 형태의 교과교육 혹은 지식교육을 정상화해야 한다. 학교는 교과를 가르치는 곳이며 교과는 이론적 지식 혹은 명제적 지식으로 구성돼 있다. 학교의 전형적인 역할은 학생을 다양한 교과, 즉 ‘지적유산의 세계’에 입문시킴으로써 그 세계에 스며있는 지적·상상적·도덕적·정서적 측면의 여러 인간다운 특성을 내면화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학교에서 교과교육을 제대로 하면 여러 교과에 들어 있는 다양한 가치를 내면화 하게 돼 문자 그대로 ‘원만한 인간’ ‘전인적·균형적 인간’을 기를 수 있다.

하지만 왜곡된 교과교육 혹은 지식교육을 정상화 하는 일은 결코 쉬운 게 아니다. 무엇보다 교과에 관한 심층적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특히 교사는 교과의 핵심 아이디어와 무관하게 시험에 나올만한 내용을 반복적으로 암기하게 하거나 문제풀이식 수업을 지양해야 한다. 왜곡된 ‘입시위주’ 지식교육의 유혹을 뿌리치고 교과 본래적 의미와 가치를 드러내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

교과지식을 삶과 연결해 내면화해야

다음으로 교육을 부단히 실제 삶과 연결시켜야 한다. 교과를 구성하는 이론적 지식은 인간의 삶을 추상한 것이고, 교과를 공부한다는 것은 그러한 지식에 들어있는 인간의 삶을 고스란히 되살려 내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학교 교과교육은 ‘대학입시’라는 현실 때문에 삶과 무관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삶과 유리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교육을 인간의 삶 혹은 삶의 활동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학교는 교육을 통해 인간이 좋은 삶을 영위하기 위해 사회적으로 확립해 온 활동양식, 즉 지식, 태도, 신념, 감정, 판단, 덕, 기술 등에 학생들을 연결시키고 입문시켜야 한다. 그래야 지식과 삶의 분리 문제뿐만 아니라 체험중심 인성교육의 피상성을 해소해 나갈 수 있다.

인성은 오랜 시간에 걸쳐 고통스런 과정을 통해서 길러진다. 일회성 프로그램보다는 교과교육을 통해 다양한 교과의 가치를 내면화하는 일이 진정한 인성교육이다. 그리고 학교는 학생을 인간정신 세계에 체계적으로 입문시키기 위해 특별히 고안된 인성교육의 핵심기관이라는 점에서 책임이 막중하다.

학교는 인성 프로그램을 무분별하게 도입해 옥상옥을 만들거나 혼란을 가중시키기보다는 인성과 인성교육에 대한 기본적인 특성을 확인하고 재음미해야 한다. 그것이 인성의 ‘본질’ 혹은 ‘실재’(reality)를 구현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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