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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창가에서> 네 이름만으로 사랑할게

며칠 전 독서시간. 예빈이의 엉덩이가 들썩들썩 했다. 그러다 결심한 듯 읽고 있던 동화책을 들고 나왔다. 눈 앞에서 책을 펼쳐 보인 예빈이는 “선생님 이름이 여기 있어요” 자랑스럽게 말했다.
 
“어디? 정말!” 나는 괜히 놀란 척 장단을 쳤다. 동화책에 그림을 그린이가 내 이름과 동명이인이었다. 딴 짓 말라는 엄명을 뚫고 책에 나온 내 이름조차 반가워 알려 주려 나온 예빈이의 마음에 가슴이 뭉클했다. 내 이름이 뭐라고….
 
예빈이가 들썩였던 것도 책을 읽으려다 선생님 이름을 발견한 위대한(?) 사실을 알리고 싶은데, 엉덩이 딱 붙이고 집중하라는 내 엄명에 고민하던 망설임이었다. 선생님의 엄명도 엄명이지만, 선생님 이름을 책에서 찾은 반가움을 더욱 표현하고 싶은 그 마음에 가슴 뭉클하도록 고마웠다.
 
수업은 공동체의 시간이다. 약속된 공부를 함께 마치기 위해서는 한 눈 팔지 못하게 하고 모조리 승차시켜 한 시간 교육 목표를 향해 달려야 한다. 별것 아닌 손장난도 몇 마디 잡담도 단속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차가 반복되고 수업은 결국 연착된다. 그렇게 예빈이는 한 눈 팔다가, 손장난 하다가 몇 번 혼이 났다.
 
몇 번 꾸중을 들으면 자기 잘못은 접어두고 선생님이 미워져 책 속 이름 한번 꼬집어 분풀이를 할만도 하다. 그런데 뭐 좋다고 자기 이름이라도 찾아낸 듯 의기양양 엄한 규칙을 뚫고 나와 내게 말했을까?
 
공부시키려고 한 꾸중까지 괜히 미안해졌다. 나는 선생님이란 이름으로 자잘한 규칙에 맞춰서 공부도 시키고 생활지도도 한다. 꼭 배워야 할 지식을 가르치고 올바른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 때로는 아이들의 마음을 당당하게 상하게 한다. 이 당당한 훈계를 미안하게 만드는 것은 예빈이 같은 아이들의 마음이다. 어른은 절대로 가질 수 없는, 고학년도 흉내 낼 수 없는, 선생님을 되돌아보게 하는 순수한 사랑을 가진 우리 반 꼬맹이들의 마음이다.
 
마음의 키는 나보다 아이들이 더 크다. 키 높은 그 마음에 내 마음이 부끄럽게 쑥 안긴다. 마음에 묻은 때마저 아이들은 쓱쓱 닦아줘서 고맙다.
 
‘예빈아, 2학년 1반 아이들아, 선생님도 너희들 이름만으로 사랑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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