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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연구

<박남기의 마음 나누는 교수학습법> 연속극처럼 기다려지는 수업

우연히 한 연속극과 마주쳤다가 이에 빠져들어 헤어나지 못한 경험을 하면서 연속극에 열광하며 사는 사람들을 이해하게 됐다. 학생들이 우리들의 수업을 이렇게 기다리고, 학기말이나 학년말에 헤어지게 될 때 ‘이 수업이 끝나면 이제 무슨 재미로 살아요’라고 이야기하게 만들 수는 없을까?

연속극과 수업은 매 회마다 그 날의 주제가 있고, 일정 기간 동안 이어진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그리고 많은 연속극의 소재는 수업 중에 다루어졌던 내용들이다. 수업은 교재라는 대본을 갖고 만들어 내는 연속극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연속극에 빠지게 만드는 기법들을 벤치마킹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재미를 유지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탄탄한 구성인데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연속극이 사용하는 기법 중의 하나는 한참 재미있는 부분에서 갑자기 끊어 아쉬움을 남기는 것이다. 수업 중에 책을 소개할 때, 그 책 전체 개요를 평이하게 소개하기보다는 학생들이 가장 흥미 있어 하는 부분에서 끊고 나머지는 직접 읽어보게 하는 것은 이와 유사한 기법이다.

수업시간에 다루는 내용에 대해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시킨 후 흥미가 고조되면 그 이후 내용은 다음 시간으로 미루는 것도 방법이다. 다루는 주제에 대해 모두 답을 해주면 다음 시간을 기다리는 마음이 별로 크지 않게 될 것이므로 한두 가지는 다음 시간으로 답을 미룰 필요가 있다.

연속극이 쓰는 또 다른 방법은 ‘맛보여주기’ 기법이다. 대형마트에 시식코너가 있는 이유는 시식을 하게 하면 판매량이 크게 늘기 때문이다. 극이 끝난 후 다음 회 내용을 살짝 보여주듯이 수업에서도 다음 시간 내용 중 학생들이 흥미 있어 할 것에 대해 간단히 소개할 필요가 있다.

또한 연속극에서는 ‘현실과의 접맥’ 기법을 자주 사용한다. 인기극은 과거를 다룬 사극이더라도 최근의 현실과 접맥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수업도 학생들의 관심사나 현실 세계와의 관련성을 찾을 수 있도록 내용을 재구성하고, 최근의 사건이나 일화를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재미 유지를 위해 대부분의 연속극이 엑스트라를 활용하는 부분도 눈여겨볼 만하다. 수업도 엑스트라가 필요하다. 학기 중에 강의중간평가를 하면서 좋았던 점을 쓰라고 했더니 강의 내용이 아니라 강의와 관련해 소개한 책과 내가 해준 인생 이야기 등을 들었다.

또 다른 기법은 ‘인간적인 만남’이다. 드라마의 특성상 모든 주제는 삶과 직결돼 있다. 비록 무거운 주제를 다루더라도 그 안에 진한 사랑이야기나 삶의 아픔을 어루만져주는 내용이 녹아있을 때 연속극의 인기를 이어갈 수 있다. 갈수록 고독한 현대인들, 고독한 학생들이 늘고 있는 현실이다. 수업시간이 단순히 지식을 주고받는 시간이 아니라 교사와 학생이 인간적인 만남과 소통을 하는 시간이 되도록 할 때 원하는 지식 공유도 성공할 수 있다.

막대한 자본을 들여 많은 사람이 제작하는 연속극과 혼자서 준비하는 수업을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지레 포기할 필요는 없다. 저예산 독립영화나 연속극이 탄탄한 이야기 구조와 몇 가지 기법을 통해 큰 인기를 끄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교사 혼자 만들어가는 1인 연속극 대신 교사와 학생이 함께 만들어가는 연속극을 만들 수도 있다. 다음 수업 내용에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과 그 구체적인 내용을 준비해 발표하게 하는 것은 학생을 연출이나 조연출이 되게 하는 것과 같다. 더 나아가 한 학기 수업 내용을 학생들이 스스로 구성하게 유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여러 수업을 해야 하므로 모든 수업을 다 연속극처럼 기다려지게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많은 수업 중에서 하나 정도는 심혈을 기울여 이러한 노력을 해 볼 만하다. 한 번 잘 구성해놓으면 매학기 혹은 매년 발전시켜가면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연속극 벤치마킹하기는 하나의 비유이기는 하지만 현실 속에도 그러한 수업은 존재한다.

학창시절 그 다음 수업을 기다려본 기억이 한 번쯤은 있었으리라 기대한다. 이러한 노력을 기울일 때 교직은 없어질 직업이 아니라 미래에 더욱 필요로 하는 직업이 될 수 있다. 이 아이디어를 수업에 활용하기 위한 더 구체적인 방법과 예시는 필자의 블로그 글(http://goo.gl/lNR5hq)을 참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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