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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달빛이 장강에만 비추는가

<교총 '중국 장강 크루즈' 하계연수 후기>

3일간 배로 800㎞ 강물 길을 내려갔다가 고속전동차로 5시간 만에 중경으로 되돌아와 비행기로 1280마일을 날아 귀국하는 장강삼협 크루즈 여행!

침대, 응접실, 목욕탕을 겸비한 객실은 안온했다. 좌우로 협곡 그리고 장강의 누런 물이 장관이었다. 열하일기에서 江과 河를 구분함에 강은 급하게 흘러 맑고 河는 천천히 흐르고 황토물이라고 했다. 장강은 강이건만 갈수록 유속이 작고 황토를 실어 누렇다.

삼협댐으로 수몰될 위기의 문화재들은 인근 높은 지대로 옮겨 복원해 놓았다. 도교 사원 앞 대리석비에 새겨진 ‘維善呈和’는 마치 부적처럼 보이는데 ‘오로지 선으로 화목을 준다’는 뜻이란다. 매일 스님들이 먹을 만큼의 쌀이 나오는 구멍을 넓히자 쌀이 나오지 않았다는 신비의 구멍도 보았다. 정상에는 옥황상제를 모신 사원이 보였다. 천상에서 가장 높은 인물이건만 그의 귀는 당나귀 귀가 아니라 짝 귀라고 한다. 옥황상제의 부인이 곁눈질하는 남편의 귀를 잡아당겨 그렇게 되었다 한다. 7공주를 두었는데 ‘선녀와 나무꾼’의 막내 공주만이 시선을 아래로 하고 있다. 인연을 못 잊는 거야 어디에서나 마찬가지던가. 뒤편에 매서운 눈초리의 여인이 옥황상제의 부인이다.

삼국지여행이기도 한 장강크루즈. 이튿날에는 유비가 죽은 곳이기도 한 백제성에 올랐다. 성급한 결정으로 참패를 당한 유비는 백제성에 이르러 아두를 불러 제갈량에게 맡기며 "아들이 무능하면 황제가 되어 통일을 이루어 달라" 말하고 숨을 거둔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다. 관우보다 5살이 적지만 황숙이라 맏형이 되고 관우·장비를 거두었던 유비는 의리를 지나치게 강조하다 멀리 내다보지 못한 게 아니었는지 씁쓸했다.

장강은 悠悠(유유)하다. ‘장강삼협전경도’를 구입했는데 펼쳐보니 12페이지에 길이가 380센티미터나 됐다. 삼협댐은 물의 낙차만 170미터가 넘고 하루 발전량이 2240만㎾에 달한다. 광장 분수대에 시멘트로 아귀가 잘 맞는 삼각뿔 조형물을 세웠는데 강바닥에 5만개를 가라앉혔고 둑이 무너지지 않게 13만개의 원기둥을 박았다 한다.

삼국지 이야기만큼이나 긴 장강을 넋을 놓고 보노라니 배와 강물은 하류로 내려가야 하거늘 되레 강물이 상류로 올라가고 있었다.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 듯 나는 "강물이 배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장강에서만 있을 수 있다"고 팀원에게 황급히 말했다. 그러자 주위의 한 선생님이 "상대 속도에 대해 더 공부하고 학생을 지도하셔야겠다"며 안타까운 눈빛을 보낸다. 비오는 날 달리는 버스에 앉아 차창을 보노라면 바로 떨어지는 빗방울이 뒤로 궤적을 그리는 것처럼 내려가는 배에서 강물을 보니 올라가는 것으로 보인다는 말에 겸연쩍은 웃음을 지어야했다.

달빛이 장강에만 비추는가. 우리의 한강에도 달빛이 머문다. 어디에서나 달은 그 달이려니 중국 역사가 길 듯이 우리 역사도 그에 못지않을 것이다.

천년의 금서(김진명 作)에서, 공자가 침이 마르도록 칭송했던 시경의 한혁篇에는 우리의 조상, 韓侯라는 왕에 대한 기록이 나온다. ‘韓侯가 수도에 들자 선왕은 경계를 논하였으며 조카를 시켜 밤 시중을 들게 하였다’는 구절이 나온다. 한혁편은 주나라 선왕 때의 일을 쓴 것이며 선왕은 기원전 827년부터 782년까지 재위했다. 한후는 이 시기에 주나라를 방문했고 춘추전국의 한나라보다 400년에서 600년 전에 존재했다.

장강을 오르내리면서 중국의 오랜 역사와 거대한 풍물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하지만 중국의 권위 있는 여러 역사서에서 ‘한후는 기원전 9세기 무렵의 기록에 나오며 따라서 고조선 이전의 우리나라 이름은 韓이다’라고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에 더 깊은 감명을 받았다. 우리 역사의 시작을 재조명해야 한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 여행이었다.

한국교총이 마련한 이번 장강크루즈 해외연수(8.13∼8.16)는 뜻 깊은 시간이었다. 중경의 대한민국임시정부청사 방문을 시작으로 장강을 따라 주변 관광지를 보며 3일을 내려가 5시간에 걸쳐 돌아오는 여정은 곳곳에 얽혀 있는 것들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특히 좋았다.

우리에게도 중국에 못지않은 오랜 역사가 있음을 알게 됐고 교원으로서 소양을 쌓고 힐링하는 계기도 됐다. 모쪼록 더 많은 교원들이 이런 연수 기회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남 진주 명신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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