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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연구

[박남기의 마음 나누는 교수학습법] 주입식 교육에 대한 오해(1)

 

강연 도중 연수생들에게 종종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강의가 ‘주입식 교육’인지 여부를 물어보면 대부분 머뭇거린다. 그렇다고 답을 하자니 내 강의에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고, 아니라고 하자니 강의식은 주입식이라는 개념에 비춰볼 때 주입식 교육인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럼 나는 한발 더 나아가 이렇게 묻는다. 보통 연수는 강사 주도의 강의식인데 만약 강의식은 주입식이고, 주입식은 나쁜 교육이라면 여러분이 받는 연수의 대부분은 나쁜 것이라는데 동의하는지, 만약 동의한다면 연수를 주관하는 사람들은 왜 나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연수를 시킨다고 생각하는지가 그 질문이다. 이 질문에 여러분은 뭐라고 답을 하겠는가? 이를 답하기 위해 먼저 던져야 할 근본적인 질문은 ‘주입식 교육법이란 어떤 교육법인가?’이다.

우리 사회는 주입식 교육은 나쁜 교육이라고 규정하면서 동시에 우리가 지금까지 받아온 교육은 주입식 교육이었다고 몰아붙인다. 과거 50명 이상의 학급에서 모둠활동도 할 수 없는 공간적 제약을 딛고 나름 다양한 방법으로 최선을 다해 가르쳤던 선생님들로서는 억울하기 그지없는 비판이다. 주입식 교육을 하면 학생들이 배울 내용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학습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되며, 나아가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력을 갖기 어려워 민주시민 양성에 적합하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비판 요지다. 도대체 어떻게 하는 것이 주입식이길래 이런 비판을 받는 것일까? 주입식 교육법에 대한 비판은 타당한 것일까?

주입식 교육법에 대한 다양한 비판과 달리 명확한 개념 정의는 찾기 어렵다. 중세 가톨릭 교회에서 개인 차를 고려하지 않고 교리를 주입한 데서 유래됐다는 주장이 있지만 근거는 불분명하다. 이 경우 주입은 교화, 세뇌에 해당하는 indoctrination을 의미한다. 이는 우리사회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는 일방적 지식 전달에 초점이 맞춰진 주입식 교육과는 조금 다른 개념이다.

주입식(注入式)은 한자 그대로 풀면 논이나 물병에 물을 넣듯이 일방적으로 부어 넣어주는 방식을 의미한다. 이 경우 주입식 교수법과 대칭을 이루는 교수법은 학생들의 속에 있는 것을 끄집어 내준다는 의미를 가진 산파술이라고 할 수 있다.

네이버 국어사전에는 주입식이 ‘기억과 암기를 주로 하여 가르치는 방식’이라고 정의돼 있다. 사전적 개념 정의에 따르면 전혀 나쁜 교수법이 아니다. 어린 학생들은 응용, 분석, 평가 등 고급 사고를 하기 위해 필요한 기초 지식을 암기하고 있어야 하는데 이를 잘 암기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을 의미한다면 이는 결코 잘못된 교수법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입식이 가장 나쁜 교수법의 대명사처럼 사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주입식 교육의 의미에 대한 다른 관점이 있다. 교수법 전문가인 광주교대 이미자 교수에 따르면 주입식 교육은 특정 교수법을 지칭하는 전문 학술 용어가 아니라 가르치는 사람 중심의 강의식, 설명식 수업이 가져오는 폐단을 지적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만들어 사용하고 있는 용어이다. 주입식 교육법에 대한 용어 정의가 따로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관점을 받아들이면 우리가 답할 것은 어떻게 할 때 교사 중심의 강의법이 주입식 교육으로 비판 받게 되는가이다. 이를 위해서는 주입식 교육의 문제점으로 지적 받는 것들을 하나하나 따져볼 필요가 있다. 우선 주입식에 대한 비판 중 하나는 일방적인 방법이어서 교육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물을 기다리는 마른 논에 일방적으로 물을 대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니듯 배움에 대한 갈증, 즉 강한 지적 호기심과 학습동기로 충만한 학생들에게 사실이나 기본 원리를 교사 주도의 일방적인 설명 방식으로 교육하는 것이 나쁜 교수법이라고 할 수는 없다. 배움의 욕구가 강하고, 눈앞에 시험이 있어 보다 많은 지식을 효과적으로 암기하고 기억해야 하는 학생들에게는 동기 부여를 하겠다며 시간을 보내는 교수법이 오히려 상황에 적합하지 않은 비효율적이고 비효과적인 교수법이 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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