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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창가에서> 혁신보다 윤리가 중하다

진보교육감들은 현재의 학생들이 입시교육에 혹사당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9시 등교를 만들었고 방과 후에는 자유를 주거나, 예비대학 과정을 수강하게 하겠다고 한다. 시험도 가급적 축소하고, 학생들에게 꿈 꿀 시간을 주겠다고 한다.

학력저하, 일탈 양산하는 혁신

이 얼마나 에듀토피아적인 환상인가.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신념 아래 혁신공감학교, 민주시민교육, 마을공동체교육, 그리고 현장을 섬기는 교육을 하겠다는 취지로 교장들을 불러 가르치고 학부모를 모아 공감 토크를 벌이고 있다.

그런데 께름칙한 게 알맹이가 없다는 것이다. ‘혁신’과 ‘공감’을 강조하는 데에도 ‘공감’은커녕 스트레스만 증가한다. 요즘 유행어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가 목까지 차오른다. 혁신, 혁신을 부르짖지만 새롭기는 고사하고 업무의 과중과 학력저하, 인성의 부재만 양산하고 있다.

흔히 양란으로 불리는 심비디움(Cymbidium)은 꽃이 크고 화려하지만 동양란과는 달리 향기가 없다. 어쩌면 교육감도 화려한 외국 교육모형에 심취하여 전통교육을 천시하고 맹목의 교육을 추종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도대체 ‘혁신’하자 해서 나아진 것이 무엇인가. 학력인가 아니면 인성인가. 그저 공문에 치이고 연수와 설문조사에 허덕이는 교사만 가엾다.

갈수록 진수성찬 쏟아내는 진보교육감의 입담은 대단하다. 근면을 가르쳐야할 아이들을 늑장 등교시키고, 시험도 보지 않게 하고, 방과 후에는 자유로이 즐기라고 한다면, 도대체 교육은 무슨 의미가 있으며 인간으로서의 인의예지는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교육이 혁신에 매몰돼 더 이상 진보하지 않는 모순. 진보라는 가면에 감추어진 교육감의 무도함을 간과하기 어렵게 됐다.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최근 18개 전문대학장과 간담회를 했다. 고교생을 위해 방과후 예비대학 과정을 개설하겠다고. 그러나 상위권 명문대학은 협조조차 하지 않을 분위기이다. 과거에도 대교협에서 학점제 운영을 하였지만 중하위권 대학 일부 학과만이 개설하여 유야무야 끝났다. 이 교육감의 즉흥적 발상에서 나온 예비대학 과정 역시 잡음만 일으키고 있다.

학교 공부만으로도 바쁜 아이들이 중하위권 대학에 가서 스펙을 쌓을 거란 생각을 어떻게 장담하는가. 게다가 인근에 대학이 없는 경우에는 수강 혜택은 그림의 떡이다. 진보교육감이 이따금 이슈를 터뜨리는 것을 정치적 행보로 호응해줄 수는 있지만 교육을 위한 신념적 행위는 아니라는 것이다.

진보없는 진보교육감 ‘모순’

교육감들이 지금 중점적으로 해야 할 일은 인륜과 양심의 회복이다. 최소한의 윤리실천이 절실한데 학생들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교육감은 인성교육에 대해 무관심하다.

지금도 거리에 다니는 청소년을 보라. 학교는 아이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하고 방관해 음주, 흡연, 폭력에 노출돼 있다. 심지어 선생의 치마까지 들추고 있다. 저녁시간을 감당하지 못해 심야에까지 음란 애니메이션과 살상 게임을 즐기며 지낸다.

이 모든 것을 입시교육 탓이라고 언제까지 억지를 부릴 것인가. 아이들의 일탈을 방조해 야만으로 만든 책임은 과연 누구에게 있을까. 이제라도 교육감들은 혁신보다 소중한 인성교육의 프레임을 새로이 만들기 바란다. 어쩌면 하늘 우러러 교육적 고뇌를 할 때가 지금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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