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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칼럼> 김영란법 시행 斷想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지난달 28일부터 시행됐다. 교원 등 공직자들은 금품 비리 등과 관련해 이미 엄격한 관련법과 교육청 지침 등을 적용받고 있는데 또 하나의 법이 얹혀진 셈이다. 이에 대해 학교현장은 우려와 혼란이 교차하는 표정이다.
 
교육공동체 협력관계 위축될까 걱정

특히 법이 시행된 상황인데도 적용 범위와 기준에 대해 여전히 깜깜이인 것은 문제다. 이 때문에 권익위 홈페이지에 문의가 폭주하고 있고 한국교총이 나서 김영란법 문답풀이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명예교수, 겸임교원, 시간강사 등 고등교육법상 교원이 아닌 경우는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지만 기간제 교사, 사립 어린이집 교사는 법 적용 대상이다. 학부모가 스승의 날에 촌지 10만 원을 교사에게 건넸다면 학부모와 교사 모두 과태료 부과 대상이라면서도 원활한 직무 수행 또는 사교, 의례, 부조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 등은 예외로 처벌받지 않는다고 한다.
 
반면 수업 시작 전에 교탁 위에 학생들이 갖다놓는 음료수나 1000원씩 모아 간단한 선물을 하는 경우, 학부모가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로 5000원 상당의 커피 선물권을 주거나 체험학습 때 도시락을 제공하는 것은 액수가 문제가 아니라 성적, 수행평가와 관련돼 있어 위법이란다. 이렇다보니 어느 신문 기사에는 ‘김영란도 걸릴 수 있는 김영란법’이란 제목까지 붙었을 정도다.
 
김영란법의 적용을 받는 4만919곳의 기관 중 절반이 넘는 54.8%가 학교라는 점에서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다.
 
하지만 더 큰 걱정은 따로 있다. 자칫 교원, 학생, 학부모의 협력적 교육공동체 관계가 김영란법으로 위축될까 하는 점이 그것이다. 학교현장에서 ‘교육적’ 풍토가 사라지고 ‘법적’ 잣대에 따라 수동적인 교육이 이뤄질까 우려된다. 법이 모호할수록 그 가능성은 더 높아질 것이다.
 
학교폭력예방법, 학생인권조례 등 갈수록 교육을 지원하기 위한 법령은 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법령이 오히려 교육공동체 간 불신을 키우며 상처를 주고 있지 않나 되돌아봐야 한다. 그 속에서 협력관계가 깨지고 교육보다는 ‘법대로 하면 된다’는 체념을 낳지는 않았는지 성찰해봐야 한다.
 
교육은 법보다 교육적으로 접근하고 풀어야 한다. 교육현장은 교사에 대한 존경과 믿음, 제자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바탕을 이뤄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은 법보다 존경·사랑으로 하는 것

과거 교육현장에는 책씻이라는 풍습이 있었다. 옛날 서당에서는 책을 다 배우고 나면 학동들의 집에서 한 상 푸짐하게 차려 서당으로 내오곤 했는데, 이것은 학업의 완성을 축하하는 동시에 후배에게 그 책을 물려주는 좋은 풍속이었다. 이런 서당 풍습을 오늘날 학교현장에 적용하는 것이 어려운 현실이지만 마음으로 오가는 따뜻한 공감은 살아나야 한다.
 
교사, 학생, 학부모가 법적인 논리에 매몰돼 교육을 위축시키고 기계적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학생 교육은 구성원 간 존경과 믿음, 사랑이 근본이 되는 교감의 장에서만 꽃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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