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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한글 ‘선행교육’ 부추기는 초1 교과서

국어 낱말부터 읽고 쓴 뒤 자음, 모음 나중에야 배워
수학은 문장 제시…한글 미습득 학생 학업부진 초래
교사들 "교과서 개선, 한글 수준 고려한 교과 연계 시급"

낱말, 문장부터 등장하는 초등 1학년 교과서가 한글 선행학습을 부추기고 한글 미습득 학생들의 학습 부진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높다.

현재 초등 1학년 국어 교육과정에서 한글을 익히기 위해 배정된 시수는 1∼3단원 총 27시간이다. 현장 교사들은 이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데다 해당 단원의 교육내용이 사실상 선행교육을 해야 이해할 수 있어 일부 학생들에게 학업 좌절감만 준다고 토로한다.

실제로 초등 1학년 1학기 국어 교과서를 보면 1단원에 ‘낱말을 소리내어 읽기’나 ‘선생님과 친구의 이름 쓰기’ 등 단어를 읽고 쓸 줄 알아야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런데 2∼3단원에서는 한글의 자음, 모음, 글자의 짜임을 배우도록 구성돼 있어 앞뒤가 안 맞는다는 지적이다.

최정임 경기 가납초 수석교사는 "낱자만 조금 가르치다 긴 동화가 갑자기 나오기도 하고 국어 교과서가 수준별로 체계적이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유치원 누리과정에서 글을 가르치지 말라고 해놓고 정작 교과서는 배운 것을 전제로 구성돼 있어 한글을 모르는 학생은 학업에 흥미를 잃고 학습 부진을 겪게 될 우려가 높다"고 밝혔다.

최 교사는 "학급 내 학생 수준이 제각각이라 독해 수준이 높은 학생들에게 ㄱ, ㄴ부터 다시 가르치기도, 글을 모르는 학생들에게 동화를 읽게 하기도 힘들다"며 "교사들도 수준을 맞추기 어려워 교과서를 재구성하거나 별도의 자료를 만들어 학생 개별적으로 따로 수업을 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중훈 인천 운서초 교사는 "요즘 한글은 학교 들어가기 전에 떼고 온다는 인식이 높지만 여전히 학급의 10% 이상이 한글을 모른 채 들어온다"고 전했다. 김 교사는 "2000년부터 총체적 접근법이라는 취지에 따라 낱말을 통글자로 익히도록 했다가 현장의 비판 때문에 3년여 전부터는 자음, 모음, 제자 원리를 가르치는 단원이 일부 포함됐다"며 "그 과정에서 전체적으로 위계가 맞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또 "정작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받침 글자에 대한 설명은 한 쪽뿐"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A초교 1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윤 모씨는 "유아기에 문자 교육이 뇌 발달상 좋지 않다는 전문가 의견을 믿고 한글을 안 가르친 채 입학을 시켰더니 아이가 학교생활 자체를 힘들어했다"며 "모든 교과의 첫 페이지부터 긴 문장으로 시작하면 사교육을 하라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한글 교육과 관련한 교과 간 연계도 부족하다고 교사들은 말한다.

정민수 전주문학초 수석교사는 "국어 시간에 배우는 한글 교육 수준에 비해 수학 교과서에서 쓰고 있는 문장 수준이 너무 높아 연계성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라며 "결국 한글을 제대로 습득 못하면 모든 교과에서 뒤처지게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국정감사에서도 이같은 문제가 지적됐다. 지난달 28일 국감에서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의원은 "내년부터 적용되는 초1∼2학년 수학교과서 현장 검토본을 보면 같은 시기에 국어시간에는 낱말을 배우는데 수학에서는 어려운 수준의 문장과 일상생활에서 전혀 사용하지 않는 용어로 문제를 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 의원은 "일본의 초1 수학교과서는 글 없이 그림만으로도 수학을 공부할 수 있도록 했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교원들도 교과서, 교육과정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 교사는 "국어 교과서를 소리글자인 한글의 생성 원리를 반영해 모음, 자음부터 체계적으로 구성해야 한다"며 "전 교과가 한글 수준을 맞출 수 있도록 연계성 있게 개발되는 것도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박은종 충남 광석초 교장은 "대다수 학생이 이미 유치원에서 배워오는 것이 현실이고 한글 습득이 모든 교과교육의 기본인 만큼 누리과정에서 한글교육을 탄력적으로 허용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며 "누리과정과 초등 교육의 연계성을 높여나가는 데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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