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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학부모의 아낌없는 배려… 교육 활동에 전념할 힘이 됩니다

경기 금촌초 학부모회



환경 정화부터 수업 보조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봉사 실천
“교육환경 개선, 아이들 위한 일
자발적 참여·소통 덕분에 가능”
교원들 “학교의 든든한 지원군”


지난달 12일 오전 경기 금촌초 운동장에서 수상한 사람들이 목격됐다. 재량 휴일이라 당직 교원 몇 명만 출근했던 상황. 당시 당직이었던 진유순 교사는 창문 너머로 바닥에 쪼그려 앉아 무언가를 뽑고 있는 사람들을 발견하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동네 주민들이 운동장에 난 나물을 캐는 것쯤으로 여겼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졌는데도 자리를 떠나지 않는 모습에 진 교사는 운동장으로 향했고, 곧 모든 의문이 풀렸다. 운동회를 앞두고 학부모회 임원들이 잡초를 뽑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아무도 모르게 잡초만 뽑고 가려다 들켰다’고 하더라”며 “감사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죄송한 마음이 앞섰다”고 했다.

과거 학부모회는 ‘치맛바람’으로 비유될 정도로 학교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 과정에서 교원들과 얼굴을 붉히기도 하고 교육 활동에 지장을 주기도 했다. 적지 않은 교원이 학부모들의 학교 방문을 꺼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금촌초 교원들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교육 활동에 전념할 수 있게 도와주는 ‘든든한 지원군’이라고 여긴다.

금촌초 학부모회는 공교육 현장에서 학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몸소 보여준다. 교원들이 학생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자원 봉사자’를 자청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 교사는 “학교의 온갖 궂은일을 도맡는다는 건 교사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며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모습에 항상 감사함을 느낀다”고 전했다. 이어 “아이들을 더 열심히 가르쳐야겠다, 다짐한다”고 덧붙였다.

운동장 잡초 뽑기는 일례에 불과하다. 지난 1학기에는 과학실, 목공실 등 특별실 대청소에 나섰다. 어린 학생들이 옮기기 어려운 각종 교구를 정리하고 수업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게 도왔다. 해야 할 일을 마무리한 후에는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교원들의 업무를 덜기 위해 재능 기부도 하고 있다. 과학이나 목공 등 학생 안전을 챙겨야 할 수업 시간에는 2인 1조로 짝을 이뤄 보조교사로 활동하고, 행정 보조 업무까지 챙긴다. 모든 활동은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진다.

학부모회장 김언임 씨는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했더니 답이 나왔다”면서 “해야 할 일을 하는 것뿐”이라고 말을 아꼈다.

“우리 학교는 역사가 오래된 학교예요. 그만큼 노후한 곳이 많아요. 아이들이 공부하는 곳이니까 교육 환경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학교 사정을 아는 학부모들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동참하겠다고 뜻을 밝혔죠. 교육자의 본보기를 보여준 교장선생님의 모습에 자극도 받았고요. 학생·학부모와의 소통을 위해 교장실의 문턱을 낮추고, 고무장갑을 끼고 직접 청소까지…. 그래서 시너지 효과가 난 게 아닐까요?”

학부모회는 최근 열린 운동회에서 다양한 체험 부스를 마련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솜사탕과 음료를 제공하고 페이스페인팅, 일회용 타투 체험도 곁들였다. 김 씨는 “행복해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 했다.

이어 “학부모들끼리, 또 교사와 학부모 간의 소통이 잘 이뤄진 덕분에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며 “올해 학부모회 활동이 마무리 돼가는 만큼 내년까지 좋은 전통이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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