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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지진 대피 등 안전교육, 매뉴얼보다 실행 강조해야

  결국 강진이 발생하여 국민적 충격을 준 경북 경주시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 선포됐다. 더불어 최근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수 차례의 강진으로 우리 교육과정에 지진교육을 강조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물론 세월호 참사로 인한 안전 교육에 대한 국민들의 경각심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지진은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들렸지만, 이제 우리 교육과정에 안전 재난교육이 더욱 강조돼야 할 때이다. 경주발 강진과 여진 지속 등 지진공포가 계속되면서 재난 교육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2009 개정 교육과정과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안전 재난교육을 피상적으로 다루고 있어서 문제인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현행 각 교과 교과서 속 내용은 간략한 이론 위주에 그치는 등 현실성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화재나 태풍, 홍수 등 다른 재난과 달리 지진의 경우 우리나라는 안전지대라는 인식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세월호' 등 대형 사건을 겪었음에도 각종 재난 안전에 관한 우리 학교 교육이 여전히 형식적이고 피상적이어서 문제다. 

  현행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 지진 관련 내용은 초등학교 1∼2학년 과정엔 아예 없고, 초등 3학년 이후부터 등장한다. 초등 3∼4학년은 과학, 5∼6학년은 체육, 중학교는 과학과 체육, 고등학교는 과학 등 교과에서 지진, 화재, 홍수 등 각종 재난 발생 시 대처법과 발생 원리 등을 가르치는 식이다. 안전 대피, 안전 대처보다는 개념 정의와 현상 설명에 그치는 피상적 내용이 주류를 이룬다.

  현행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초등 과학과 외에는 대부분 검정 교과서여서 출판사별, 저자별로 내용이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지진 발생의 원인과 피해 사례, 대처법 등을 소개하고 있다.

초등학교 3∼4학년 과학 교과서는 지진의 발생 원인과 함께 '건물 안에서는 전기나 가스를 차단하고 단단한 탁자 밑으로 대피합니다' '거리에서는 유리창이나 물건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머리를 보호하면서 넓은 장소로 이동합니다' 등 대처법을 간략한 문구, 삽화로 설명하고 있다. 중학교 체육 교과서에 실린 재난사고 관련 기술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고등학교는 지구과학 교과서에서 지진과 화산을 다루면서 지진 예방법을 소개한다. 

  하지만 이러한 교과서 기술 대부분이 분량도 적을 뿐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발생 시 대처보다는 원인이나 예방에 초점을 맞추는 등 실제 비상적 위험 현실을 가정한 기술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대처방법 역시 '탁자 밑으로 숨는다' '머리를 보호한다' 등 지극히 상식적이고 피상적 기술에 불과하다. 

  2년 전 교육부는 세월호 사건 후 이러한 형식적인 교육 내용을 개선하고자 실전 위주의 안전 교육 시간을 늘리고 교육부 내 안전 정책을 총괄하는 국 단위 조직까지 신설하는 등 전면적인 대책을 수립하였다. 이에 따라 2016학년도 3월 새 학기부터 유치원과 초중고교에서 생활안전, 교통안전, 재난안전 등 7개 영역별 안전 교육을 학년당 연간 총 51시간 이상 하도록 했다. 이 가운데 지진 관련 내용은 연간 총 6시간 이상으로 배정된 재난안전 영역에서 화재 등 각종 사고, 테러, 붕괴 등 여러 재난 유형과 함께 가르치게 돼 있다.

   이번 경주 지진 당시 상당수 학교에서 대피해야 할지 말지조차 판단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 강화된 교육 지침이 여전히 무용지물이었다는 반증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 지진은 피안의 불이고 먼 나라 이야기로 치부돼 안전 불감증이 고착된 것이다.

  실제 지난 9월 12일 첫 지진이 발생한 경주를 중심으로 경북지역에서 88개 학교가 야간자율학습을 하고 있었으나 이중 절반에 달하는 42개 학교가 대피 조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배운 내용대로 실행하려면 바로 매뉴얼대로 대피해야지만, ‘우리나라에서 별 문제가 있겠는가’하는 안전 불감증이 습관화돼 있기 때문이다. 또 첫 강진 이후 수차례 계속된 여진 때도 울산 등 일부 지역에서 어떤 교실은 아이들을 책상 밑에 숨게 하고, 어떤 교실은 운동장으로 대피하게 하는 등 일관된 매뉴얼 없이 교사에 따라 대피 요령이 제각각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전을 위한 지진 등 재난 대처 매뉴얼은 배포돼 있지만 실제 상황에 대비해 몸으로 실행하는 교육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다시 한 번 보여준 것이다. 

  2017학년도부터 연차적으로 적용되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내년부터는 초등 1∼2학년용 '안전한 생활' 교과서를 별도 제공한다. 또 2018학년도부터 초등 3학년∼고교의 관련 교과에 '안전' 관련 내용을 별도 단원으로 신설하는 등 교육과정에서 안전 교육도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이번 경주 지진의 분석에서도 제시됐듯이 이제 우리나라가 지진 안전 지대가 절대 아니다. 얼마든지 더 강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과 조언을 흘러들어서는 안 된다. 수년 전 일본의 쓰나미 등 동부 여진을 비롯하여 환태평양 화산대에서 발생한 소위 ‘불의 고리’의 위험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진 외에도 안전은 생명을 담보하는 것으로 안전 교육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이제 경주 지역 강진을 계기로 우리는 두 가지 과제를 아주 충실하게 시행해야 한다. 그 하나는 건축물 신증축 시 내진 설계를 철두철미하게 강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하고 건축해야 한다. 이는 경북 지역 외의 전국 모든 건축물에 적용되어야 한다.

  다른 하나는 안전 교육과 대피훈련이 연습과 실제가 일치되도록 해야 한다. 사고에는 연습이 없다. 훈련과 연습을 아무렇게나 하고 사고 발생 시에도 신속하게 대피한다는 그릇된 관행과 인식이 사라져야 한다. ‘연습을 실전 같이’ 실행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학교와 교원들의 책무 역시 지대하다. 이번 지진 발생 시 대피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한 것에서 드러났듯이 학교 교육에서 안전교육을 아주 충실히 애야 할 것이다. 그리고 사고 시에는 안전교육을 받은 내용대로 즉시 대피할 수 있도록 교육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교육 당국 역시 매뉴얼만 제시한 것으로 책무가 끝나서는 안 된다. 지속적인 예산 지원, 자료와 기교재 지원, 매뉴얼 지원, 교원 연수 등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이제 우리나라가 지진 안전 지대가 아니라는 국민적 인식 전환과 학생들의 각오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안전 교육은 생명과 직결되는 중차대한 것이다. 그러므로 매뉴얼 너머 실행이 더 중요한 것이다.

  분명히 우리는 평소에는 준비도 없다가 사고가 발생하면 즉시, 제대로 하겠다는 그릇된 인식이야말로 대형 사고의 불씨라는 점을 교육의 중점에 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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