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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일본은 재난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우리는 재난을 통하여 인간의 본성이나 사회성, 국민성이 어떤가를 알 수 있는 좋은 기회다. 2007년 12월7일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유조선이 해상 크레인과 충돌해 탱크에 있던 기름이 바다를 뒤덮었다. 기름에 전 바닷가 바위와 모래사장을 청소하기 위해 연인원 123만명의 자원봉사자가 이곳을 찾았다.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이었다. 이것이 한국인들의 좋은 단면이다. 2014년 4월16일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가 침몰했을 때는 어부들이, 잠수사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인명 구조와 시신 수습에 나섰다. 지역 주민, 자원봉사자들의 지원 행렬도 이어졌다. 작가 리베카 솔닛이 ‘재난 유토피아’라고 했던 바로 그것이었다.

세월호 사고가 일어난 지 꼭 2년이 되던 올해 4월16일 새벽 1시25분,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에서 큰 지진이 일어났다. 규모는 M7.3, 진도는 5~7이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도쿄에서 느낀 지진 강도는 진도가 5였다. 구마모토의 주민들은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하고 어리둥절할 정도로 처음 겪는 엄청난 지진이었다. 1만 3천여 가구가 사는 마시키마치에서만 전체의 5분의 1에 가까운 2714채의 집이 전파됐다. 한 마디로 전쟁터와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복구에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를 정도이다. 구마모토에는 아직 철거하지 못한 집, 구마모토성의 무너진 성벽, 산사태 흔적이 남아 있다. 동일본 대지진 때에 견줘 복구 속도는 엄청나게 빠른 편이라는 평가이다. 자위대가 다음날 바로 들어와 구조와 복구에 나섰다고 한다.

지진으로 인한 규슈의 경제적 피해는 26조~50조원 가량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그 지역 사람들에게 절망은 아직 보이지 않은 것 같다. 무너진 건물은 정부가 무상으로 철거해 주고, 최대 20억엔까지 피해는 4분의 3을 지원해준다고 한다. 가장 인상 깊은 것은 경제회복을 위한 지원이다. 규슈는 관광이 주요 산업 가운데 하나인데 이 업계 타격은 심각했다. ‘골든 위크’(5월 초의 긴 황금연휴)를 앞두고 지진이 일어나 예약이 대부분 취소됐다. 일본 정부는 내외국인 관광객의 숙박비 할인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을 즉시 편성했다. 7월부터 9월까지는 70%를 할인하고, 2단계로 10월부터 12월까지는 50% 할인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진으로 집을 잃은 사람들이 많아 정부는 건강 테마파크인 아소팜랜드 시설 일부를 이재민 숙소로 쓰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운영회사가 이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정부는 평소 숙박비의 절반가량을 낸다. 피난 가족인 5명이 살기에 좁고 불편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이런 큰 지진에 가족 모두가 아무 부상 없이 무사하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이냐. 더 바랄 게 없다.”는 소감을 표했다.

리베카 솔닛은 우리 인간이 이타주의와 연대의 정신으로 재난 가운데서 지옥을 통과해 낙원을 만들어낸다고 했다. 인간에게 그런 능력이 있다. 이것을 일본인들은 보여주고 있다. 지진 현장에서 너무나 질서정연한 모습에 내가 아는 한 지인을 놀라움을 느꼈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절망의 터널에서 고난을 견뎌내고 희망을 갖도록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재난 유토피아가 무책임하고 무능한 국가의 뒷모습이어선 안 된다. 얼마 전에 일어난 지진 속에서 아직도 전혀 준비가 안되 우리 나라 안전 시스템을 우리는 똑똑히 보았다.

아직도 학교는 학생들에게 '가만 있으라'는 지도로 아이들을 대하는 모습이 세월호를 통하여 너무나 학습한 것이 없다는 사실에 또 놀라게 된다. 그리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진이 일어난 지 26분 만에 국민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규슈엔 이렇다 할 재난 유토피아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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