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문화·탐방

세상을 지배하는 중요한 원리, 고객의 마음이다

 이 세상은 무엇인가를 생산하는 자와 생산된 물건, 서비스를 사는 사람과의 관계망 속에서 이뤄진다. 최근 한국의 대표적 기업이 생산한 휴대폰과 자동차 문제가 끊임없이 뉴스를 타고 있다. 그만큼 세상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그만큼 제품은 인간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잘못된 제품을 생산한 결과는 치명적인 손해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미리 예측을 하였더라면 이런 소동은 없었을 것이다.

현대차는 2011~2014년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한 쏘나타 가운데 ‘세타Ⅱ 엔진’을 장착한 차량의 소유자들에게 수리비 전액을 보상하기로 합의했다고 9일 밝혔다. 앞서 해당 차량 소유자들은 엔진에서 소음이 심하게 나고 시동 꺼짐 현상이 발생하는데도 현대차가 결함을 숨긴 채 차를 팔았다며 집단소송을 냈다. 차량 소유자가 88만5천명인데, 현대차는 보상에 수백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같은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하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은데, 현대차는 국내에선 불량률이 낮아 리콜 계획이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국내 차량 소유자들은 차별 대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리고 이 고객들은 자신이 잘못된 제품을 산 재수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싼타페 에어백 결함은 이례적으로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직접 현대차 사장을 5일 고발했다. 현대차가 지난해 6월 생산한 싼타페의 조수석 에어백이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결함을 발견하고도 적법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그동안 품질 문제가 발생하면 소비자들에게 사실관계를 투명하게 알리고 적극적으로 리콜에 나서기보다는 해명과 자체 시정조처로 상황을 모면하려는 모습을 자주 보여왔다. 국토부의 고발은 현대차의 이런 행태를 더는 두고 보지 않겠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최근 현대차의 시장점유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9월 현대차와 기아차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각각 32.3%와 29.8%, 현대차그룹 전체로는 62.1%였다. 1999년 현대차가 기아차를 인수하고 2000년 현대차그룹이 출범한 이후 가장 낮다. 2013년까지는 시장점유율이 70% 선을 유지했다. 테슬라의 전기차와 구글의 자율주행차가 보여주듯 세계 자동차산업이 일대 전환기를 맞고 있다. 기술 혁신과 제품 개발이 시급한 상황인데, 현대차는 2014년 한전 터 매입에 10조원 이상을 쏟아부어 연구·개발 투자 여력을 소진했다. 파업이 연례행사로 자리잡은 후진적 노사관계도 경쟁력 강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같은 일련의 상황 전개를 접하면서 현대차의 역주행이 큰 위기를 부르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고객을 사로잡을 획기적인 노력이 보이지 않으면 시장은 이 제품을 외면할 것이다.

우리가 기억하는 철강회사와 석유회사는 시대가 바뀔 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기업들이다. 그 결과로 우리는 지금 자동차가 넘쳐나는 차도와 고층 건물들로 가득 찬 도시에 살게 되었다. 만약에 철강회사가 건축자재시장을 만들지 못하고 포드가 자동차를 양산하지 못했다면 우리는 아직도 중세도시처럼 낮은 건물의 저밀도 도시에서 살고 있을 것이다. 카네기와 록펠러의 회사는 지금 우리가 사는 도시생활의 모습을 만든 주역이기도 한 것이다.

인터넷의 발달로 경제구조가 바뀌는 지금도 석유, 자동차, 대형유통회사는 살아남기 위해서 몸부림을 친다. 몇몇은 도태되고 몇몇은 진화할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가 향후 수십 년간 우리 도시의 모습을 결정할 것이다. 어떤 회사가 속한 산업이 사양산업인가? 그렇다면 철강회사가 건축자재 시장을 개척했던 것처럼 우리 환경을 바꿀 기회를 가졌다고 보면 된다. 혹시 아는가. 삼성전자가 휴대폰 사업이 내리막이 되면서 반도체 기술로 혁신적인 태양광기술을 만들고 우리 후손은 전혀 다른 도시에 살게 될지.  그리고 세계적 자동차 기업인 토요타가 로봇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과거 글로벌 기업의 위기 극복 사례를 보면 고객의 문제를 빠르게 해결해 주면 그 고객은 오히려 '열성 고객'이 될 것으로 믿는다.  그리고 어려운 한국경제의 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잘 감당해 나갈 것이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