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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중년기의 중요한 과제

 현재 최고의 지성은 바로 인간의 뇌이다. 이 뇌가 사회 현상을 급격하게 변화시켰다. 이제는 바로 인공지능의 시대가 오고 있다. 이같은 시대의 변화 속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바로 한국의 남자들, 그 가운데 중년의 고민이다. 남자들은 직장을 다니는 동안에는 자신이 유능하고 쓸모 있는 사람 같다고 느낀다. 대기업일수록 더욱 그렇다. 그래서 최대한 오래 사회적 위치를 유지하고 싶어 한다. 남자들의 이 마음은 죽을 때까지 간다. 그러나 유능하다는 사람들 중에서도 임원으로 승진하는 사람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그러다보니 세월이 흘러 많은 남자들이 직장에서 물러나게 될 때 무능감을 느낄 것이다. 특히 직장에서 유능감을 발휘하지 못하고 근근이 직장을 다녔던 사람일수록 직장 내에서 위기가 찾아오면 심리적 타격이 커진다. 그나마 자기가 붙잡고 있던 유일한 끈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더욱 사회적 지위가 중요하다. 그래서 모이면 정치, 경제, 사회 돌아가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사회적 위치가 흔들리게 되는 곳이 바로 직장인데 이곳에서 잘못되면 남성들의 심리적 위기는 심각하다. 이는 바로 무능력과 쪼다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남성들은 직장 생활을 한 지 15~20년 될 때부터 위기를 맞기 시작한다. 이 시기는 부장 정도 될 때다. 이때부터 고민이 시작되어 임원을 달 타이밍에 위기를 맞는다. ‘내가 회사를 더 다닐 수 있을까?’, ‘이번에 승진 못하면 다른 회사로 옮겨야 되는 거 아닌가?’, ‘내 사업을 해서 먹고살아야 되는 거 아닌가?’라는 여러 생각을 하며 두려움을 느낀다. 서른 살에 입사했다고 하면 마흔 다섯에서 오십 살 정도 됐을 때, 그야말로 중년기로 몸과 마음의 변화를 한창 겪고 있는 와중에 이런 고민이 겹친다. 승진과 이직, 퇴직 사이에서의 갈등은 결국 ‘뭐를 해서 먹고 살아야 하나?’라는 문제다. 이런 경제적 고민은 중년기 위기 주제 중 하나인 ‘무능력’과 연결된다.

직장 문제는 돈 버는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직장을 그만두면 돈을 못 벌고 사회적으로 가정적으로 무용지물이 되는 것 같고 쓸모없는 존재가 되는 것 같다고 느낀다. 직장에서도 쓸모없는 존재가 되어 떨려났는데 집에서도 요구만 받고 책임만 지라며 어떤 지지도 없을 때 죽고 싶은 마음까지 생기게 될 것이다. 더구나 우리 나라 상황에서는 자녀들이 교육을 완전히 마친 것이 아니라서 교육경비도 많이 든다. 이런 사람들이 술과 친해지는 쪽으로 갈 수도 있다. 술을 마시면 자신의 현실을 또렷이 보지 않을 수 있지만 환상 속에서 조금 나은 느낌이 든다. 마음이 괴로운 사람들이 취하는 방어 중 하나인 회피 현상이다.

남자들이 참 많이 하는 얘기 중의 하나가 “내가 돈 버는 기계냐?”라는 말이다. 그러나 이것이 현실이다. 남자들의 하루를 비디오로 찍어 빨리 돌리면 정말 기계라 해도 맞는 것도 같다. 퇴근해서 들어와 씻고 밥 먹고, 조금 있다가 자고, 아침에 또 일어나서 세수하고 밥 먹고 출근하는 행동이 일상이다. 이처럼 직장에서 부품처럼 일하는데도 집에 가면 돈만 벌어 오라고 하니 “내가 돈 버는 기계냐?”라는 말이 나올법하다.

어떤 직장인이 출근한 뒤 아무 말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회사에서 여기저기 찾다가 해변에 앉아 있는 이 사람을 발견했다. “당신 왜 일 안 하고 여기에 앉아 있느냐?”고 했더니 “나는 더 이상 일을 못하겠다”고 했단다. 그는 해변에 앉아 ‘나는 왜 이렇게 살고 있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단다. 이는 미국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이런 상황은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나고 있으며, 이런 상황을 접하게 될 것이다.

이런 사례들을 통해 우리가 사는 산업사회가 인간을 부품으로 만들고 기계화 하고 있음을 보게 되었다. 기계는 시간이 지나면 낡고 닳아져 더 이상 쓸모없는 때가 온다. 그러면 폐기 처분된다. 스스로 기계 같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던 남자들은 중년기에 자신이 그런 쓸모없는 존재가 되어간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 끝까지 일을 잡으려고 한다. 열심히 일해서 “그래도 나는 성공한 사람”, “그래도 나는 괜찮은 사람”, “그래도 나는 쓸모 있는 사람”임을 끝까지 주장하고자 한다. 그러나 언젠가는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는 때가 온다. 일하는 기계처럼, 머슴처럼 살았던 사람들이 은퇴 후에 느끼는 심리적 소외감, 절망감은 상당히 클 것이다.

이런 시간이 오기 전에 자신을 잘 돌아보고 삶의 방향을 잡아야 한다. 자신만 보면 답이 안 나온다. 더 멀리 미래를 보아야 한다. 중년기는 다음 세대를 돌보는 헌신이 필요한 시기다. 어떻게 하면 잘 나눠주고 돌볼 수 있는지 배워야 한다. 이 과제를 잘 수행하면 자녀(다음 세대)와 친밀감을 형성하며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고, 노년기에 자아 통합을 이루고 지혜롭게 살 수 있다. 노년은 신체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여러 가지 기능이 쇠퇴하고 없어지는 시기다. 그래서 지혜로운 마음이나 넉넉한 마음이 없으면 아주 어렵고 힘들다.

아름다운 노년을 맞이하려면 중년기의 과제인 나눔과 돌봄을 잘 실천해서 자녀 세대와 아름다운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자신의 문제가 심각하고 어려우면 타인의 문제가 잘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나 자녀와의 관계는 자신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가에 관계없이 따로 풀어야 한다. 많은 부부들이 자신들의 문제가 심각하고 많아서 자녀 문제를 소홀히 했다가 나중에 얼마나 많은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지 모른다. 부모는 그래서 죽을 때까지 부모다. 부모라는 말의 뜻이 언제나 비비고 기댈 언덕이라는 뜻이다. 아무리 애들이 잘못하고, 아무리 애들이 속을 썩이고, 아무리 애들이 뛰쳐나간다고 해도, 부모는 늘 그자리에 있어야 한다. 그러면 아이들이 돌아올 곳이 생긴다. 부모가 흔들리기 시작하면 애들 입장에서는 돌아오고 싶어도 돌아올 곳이 없게 된다. 잘 견뎌주고 버텨주는 자녀와의 관계, 하루 아침에 안 된다. 돈의 축적도 중요하지만 이같은 가치의 축적은 행복으로 연결하는 중요한 다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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