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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경영

생활지도의 원칙과 해결의 솔로몬 지혜①

실제로 생활지도를 한 본교의 사례를 말하기에 앞서 걱정들이 앞선다. 전문계고교인데다 학교가 최악의 상황이어서 고심하며 방법을 찾아 바로잡아 갔고 그러다 보니 2007년, 2008년 2년 연속 충북도교육청 ‘생활지도 우수학교’, 2009년 청주지방검찰청 제천지청의 ‘법질서 우수학교’로 선정되는 등의 결과를 얻었다. 하지만 막상 상황들을 공개하려니 다른 학교와 다름없는, 특별한 사안도 아닌데 유별난 호들갑으로 비춰져 오해의 소지가 있지 않을까 염려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나름대로 “굴곡진 어두운 터널에서 빛을 찾겠다는 희망찬 의지만 있다면 무언들 못하랴!”하는 심정으로 용기를 내어 생활지도 사례를 정리해 본다. 모쪼록 생활지도로 고민하고 있는 학교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 이번 호에서는 생활지도가 절실했던 본교의 상황과 배경, 원인을 찾아 나섰던 내용을, 다음 호에서는 생활지도로 바로 잡았던 사례를 중심으로 연재한다.

순탄치 않은 연혁 가진 제천산업고의 3년 전 모습
교장 공모를 위해 제천산업고등학교의 면면을 살펴보니 보통의 다른 학교와는 다른 이색적인 연혁을 가지고 있었다. 1980년 3월에 개교한 본교는 처음 사립학교인 한국광산공업고등학교로 시작됐다. 그러다 1990년에 공립으로 전환돼 1991년에 의림공업고등학교로, 2006년에는 제천산업고등학교로 교명이 변경되는 남다른 이력을 가지고 있었다. 16여 년이 넘게 신입생 모집은 미달됐고, 필자가 부임하기 전 초빙교장 공모가 두 번이나 무산된 상황이었다.
학교의 연혁을 보니 많은 의문이 들었다. 왜 학교는 계속 변경돼야 했으며, 16년간 신입생 모집 미달사태가 반복되어 왔는데 그동안 왜 학교의 존폐, 통폐합이 거론되지 않았는지, 미달로 교육대상인 학생이 부족한 상황에서 매년 교사가 계속 전출돼 장기근무 교사가 거의 없는 상황이었는데 남아 있는 학생, 학부모는 누굴 믿고 교육을 받아왔는지, 이런 본교를 지역사회에서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등이었다.
의문점에서 시작해 답을 찾아보니 ▲ 광공업의 사양화로 한국광산공업고등학교를 유지할 수없었고, ▲ 교명이 변경된 후에도 진로가 불투명한 전문계고교 기피 현상이 만연해 있었으며 ▲ 생활지도가 제대로 되지 않아 지역사회에서 본교에 대한 이미지가 최악이었다.

학교의 막힌 맥을 찾아라
필자는 본교의 9대 초빙교장으로 2007년 3월 부임했다. 그동안 초대부터 8대에 걸쳐 어느 누군들 열정과 의욕이 없었으랴마는 학교의 상황을 파악하고 보니 1%(?)의 기대감을 빼고 99%는 자신이 없었다. 나라도, 이제라도 이 어두운 터널을 벗어나 바로잡아 보겠다고 다짐을 하고 의욕을 다졌지만 눈앞에 바로 펼쳐져 있는 어려움을 떠올리면 ‘나라고 해서 별 뾰족한 묘수(妙手)가 나오겠나…’하는 걱정이 앞서는 것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학교 정상화의 여러 장애물들과 걸림돌을 눈앞에 놓고 이 상황을 넘어가야 하나, 피해 돌아가야 하나, 부수고 치우며 앞장서 가야 하나 방법상의 고민도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런 가운데 학교의 이런 상황을 책임질 사람은 누구일까를 생각했다. 교장? 교사? 학부모? 동문? 지역? 여러분은 과연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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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임인사조차 할 수 없었던 학교 상황
마음먹고 다짐한 것과는 달리 부임 첫날부터 ‘그래도 학교인데 설마…’, ‘어떻게 그런 일이, 교사들은 그동안 무엇을 했는가?’, ‘학생이 그럴 리가, 부모가 설마, 동문이 어떻게 그럴 수가’하는 탄식이 절로 나오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연속됐다.
3월 2일 부임 날. 떨리는 마음으로 전날 밤 늦은 시간까지 부임 인사말을 메모지에 성의껏 준비하고 단상에 올랐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교무부장의 진행이 시작됐고 “전교생 차렷!”이라는 구호가 외쳐졌는데도 학생들은 만사 귀찮다는 듯 반응이 없었다. 민망한 교무부장이 다시 한 번 구호를 외쳤지만 상황은 수습되지 않았다. “지금부터 새로 부임하신 교장선생님의 부임 인사가 있겠습니다. 전교생 교장선생님께 경례!” 그러나 학생들은 쳐다보지도 않고, 인사는 하는 둥 마는 둥 고개도 숙이지 않았다. 애국가와 교가 역시 부르지 않거나 극히 일부만 반응하는 상황이어서 부임인사가 될 것 같지 않아 그냥 교장실로 돌아왔는데 ‘어찌할 것인가…’하는 생각에 현기증이 났다.
마음 내킬 때 학교에 오는 학생들 3월 3일 부임 이튿날. 분명 등교시간은 9시라고 들었는데 교문 앞에 나가보니 9시 정각까지 교문을 통과하는 학생들은 불과 20여 명. 그대로 지켜보니 9시 10분, 20분, 30분 … 10시, 11시, 점심시간이 지나야 들어오는 학생들도 있었다. 그것도 모자라 중간에 도망가는 녀석들 때문에 하루 종일 교문은 학생들의 들락거림이 이어졌다. 등교가 언제까지인지, 학교 수업은 언제 시작해 언제 끝나고 집에 가야하는지…. 지도도 없고 통제도 안 되는 상황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또 특이한 현상은 영업용 택시가 끊임없이 교내를 드나드는 것이었다. 학생들이 콜택시를 타고 등 · 하교 하기 때문이라고 어떤 선생님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보고를 한다.
수업시간에 학생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는 교사들 수업이 시작됐는데 출석부가 교무실에 그대로 있다. 교사들은 아예 출석부를 안 가지고 수업에 들어가는 모양이었다. 학생 수가 4〜명인 반에서부터 20〜5명인 반까지 다양한데 그나마도 교실이 텅 빈 느낌이었다. 교실이 늘 그런 상황인데 교사들은 이에 대해 별다른 생각이 없어 보였다. 수업시간에도 책상 위에는 교재가 보이지 않는다, 학생들은 수업에 무관심하고 교사는 밖을 바라본다. 학생들은 엎드려 있거나, 잡담하기 일쑤이며 거침없이 돌아다니거나 심지어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사물함은 열려 있거나 비어 있고 문짝은 떨어져 있거나 낙서투성이다. 교실 뒤편 게시판은 게시물 없이 빈 상태로 오래 방치된 듯 구멍이 나있고, 교실 바닥에는 껌과 침 자국이, 교실 벽면은 온통 흉한 표현의 낙서였으며 책상 상판은 구멍이 뚫려 있거나 칼로 깊게 흠집이 나 있었다. 교실 앞 양편 게시판에는 학생 얼굴을 붙였는데 볼펜이나 뾰족한 꼬챙이로 거의 다 찍혀 현상 수배 포스터 같은 흉측한 모습이다.
학교 전체가 완벽한 흡연장 학교는 완벽히 흡연장화 되어 있었다. 어느 교실은 한구석에 소변과 꽁초가 한데 어우러져 있고, 화장실에는 누런 소태가 굳어진 위에 담배꽁초가 쌓여 포화 상태였다. 화장실 벽면에는 담배 불을 짖이겨 누렇고 검게 그을린 자국들, 각종 못 볼 낙서 등 지옥이 따로 없었다. 실외는 더 심했다.
통제 불능 무질서 학교 부임 첫날 점심시간이 되어 급식소로 갔다. 역시 입구 계단부터 청결상태는 엉망이었다. 식당에 들어서는 순간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모두들 왁자지껄 소리치고, 식판 두드리고, 줄서기는 없으며 식당 벽면은 낙서, 음식 찌꺼기 흘러내린 흔적, 바닥은 고개를 안 숙이는 편이 차라리 마음 덜 상했다. 이런 상황을 영양사나 조리사가 통제할 수 없는데도 선생님들은 보이지 않았다. 이상해서 영양사에게 물어보니 학생들은 2층에서 먹고, 교직원들은 1층 교직원 식당에서 별도로 먹는단다. 따라서 학생 급식은 통제 불능 상태였다.
교내 어디든 상관없이 고성과 괴성이 오가고 상대가 누구든 일단 기선제압을 위한 혐오스럽고 위협적 언사가 난무했다. 그런데 이런 주변에 교사가 있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하고 이해가 안 됐다. 본인이 할 수 있는 한 최고의 자극적 표현에 험악한 인상을 곁들여서 내 뱉는 아이들을 교사들은 못 본 체 고개를 돌리고 이방인처럼 방관하고 흉까지 보는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까? 못 들었는지, 듣고도 안 들은 척하는 건지, 아이들이 두려운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교내 구석구석에서 싸움, 폭행, 금품갈취가 천연덕스레 반복되는 것을 아무도 말리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학교의 전반적인 상황을 체크해보니 어떻게 이렇게 방치하고, 무관심 · 무책임 할 수 있는지, 도대체 언제부터 이 지경이었는지 한숨이 절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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