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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알찬 교육, 음성 소이초등학교

충북 음성군에 위치한 작은 농촌학교. 학년 당 1학급, 전교생이 고작 44명뿐인 소규모학교지만 지역적 특성과 강점을 살린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누구나 머무르고 싶은 학교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농촌학교 특성에 맞는 인성교육과 에너지절약정책연구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소이초등학교(교장 고중진)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띠앗활동으로 우정 키우며 에너지 지킴이로 우뚝 선다

 “시골에는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결손 가정이 많습니다. 이혼이 증가하면서 시골에 계신 할머니나 할아버지에게 맡겨져 크는 아이가 많아졌기 때문이죠. 부모님이 계셔도 농사일이나 맞벌이로 바빠 자녀와 접촉할 시간이 적은 것이 현실입니다.”

인성교육은 가정에서 뒷받침해 줘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 소이초등학교 (이하 소이초) 고중진 교장의 생각이다. 때문에 소이초는 인성 함양을 중점으로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협력과 배려의 띠앗활동
그 중 ‘띠앗활동’은 배려와 존중, 나눔의 학교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띠앗’은 형제나 자매 사이의 우정이라는 순수 우리말로 학생들이 우정을 키울 수 있도록 전교생을 학년별로 섞어 5~6명씩 팀을 꾸려 운영한다. 총 7개로 나뉜 띠앗에는 각각의 지도교사를 배치해 하천 생태계 탐구 사진 찍기, UCC 만들기, 한국화 표현하기 등의 프로젝트를 수행케 한다. 같은 학년끼리만 친했던 학생들이 하나의 팀에 속해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선·후배 간의 정을 쌓고 선배가 후배를 자연스레 이끌어 줘 협동과 배려심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 고 교장의 설명이다. 오는 11월에는 그간의 활동을 토대로 ‘띠앗 프로젝트 학습발표회’를 가질 예정이다.


매월 첫째 주에는 띠앗활동의 일환으로 전교생이 함께하는 ‘다모임’을 운영한다. 다목적교실에서 진행되는 이 활동은 협동놀이나 생일잔치, 장기자랑, 칭찬 릴레이 등 학생 중심으로 이뤄진다. 띠앗활동은 딱딱한 교과 과정에서 벗어나 체험 위주로 진행되기 때문에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활동이다.

띠앗활동과 더불어 매월 ‘소이미소천사 선발대회’도 연다. 전교생을 대상으로 ‘꽃밭에서’, ‘친구와 함께’ 등 주제를 달리해 ‘웃는 모습이 가장 예쁜 학생’을 시상하고 있다. 밝게 웃는 내 얼굴을 보며 긍정적인 마인드와 웃음을 생활화하자는 의미에서 수상자에게는 사진을 액자에 넣어 선물해 주고 있다.

에너지 절약은 머리가 아닌 행동으로
인성교육과 더불어 이 학교가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에너지 절약이다. 소이초는 에너지관리공단에서 예산을 지원받아 지난해부터 ‘에너지절약정책연구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에너지 소비와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알려 에너지 절약 습관을 길러주기 위함이다. 에너지 관련 수업은 담당교사가 교과 시간과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나눠 연 20시간씩 수업한다. 작년에는 체험과 연수를 통한 수업이 많았다면 올해는 이를 바탕으로 실생활에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도록 실천 중심 교육에 중점을 뒀다.

“정책학교를 운영하기 전에는 물을 사용하고도 수도꼭지를 꽉 잠그지 않아 물방울이 똑똑 떨어지거나 체육 시간에 교실을 비울 때도 소등하지 않는 모습을 자주 봤습니다. 학생들이 에너지 관리 방법을 잘 알지 못했으니 자연히 실천도 어려웠던 거죠. 그런데 지금은 집에 돌아가서도 ‘불 끄세요’, ‘빨래는 모아서 해야 돼요’라며 잔소리해대는 통에 집에 감시관이 하나 생겼다고 말하는 학부모도 계세요.”

방연숙 교사는 “학생들의 변화만 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변화도 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매학기 마다 학부모 에너지 절약 설명회를 열고, 매달 각 가정에 ‘에너지 통신문’을 발송하고 있다.


체험 위주의 수업과 에너지캠프

방학 중에도 에너지 절약 교육은 계속된다. 지난 여름방학에는 인근 대장초와 함께 닷새 동안 ‘에너지캠프’를 열었다. △태양에너지 원리 이해와 태양광 진동 로봇 제작 △물 에너지 자원의 활용 가능성 탐구 및 3차원 호버 자동차 제작 △바람 에너지 자원의 활용 실태 및 창작 글라이더 제작 등 다채로운 공작 활동과 대체에너지 관련 수업이 주를 이뤘다.

기자가 방문한 날에는 에너지캠프의 첫째 날이었다. 아침 일찍부터 과학실에 모여든 학생들이 본드를 사용하지 않고 고무줄을 이용해 3차원 호버 자동차를 만들고 있었다. 자동차의 기본요소인 에너지와 동력, 기계장치들이 자동차를 움직이기 위해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학습할 수 있는 시간이다.

이렇듯 에너지 절약 교육을 강화하다 보니 교사들의 생활습관에도 변화가 생겼다. 방 교사는 “사실 우리나라의 환경과 에너지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방송이나 보도를 통해 인지하고는 있었지만 노력은 부족했다”며 “교육과정을 운영하다 보니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에어컨보다는 선풍기를 사용하거나 카풀제를 시행하는 등 작은 것에서부터 절약을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농 간 교육격차 해소에도 중점
소규모 농촌학교 학생은 도시에 사는 학생과는 달리 예술과 문화를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 때문에 소이초는 다양한 방과후 프로그램과 多행복한 토요열림교실 등 도·농 간 교육격차 해소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기타, 바이올린, 오카리나 등 시골에서 배우기 힘든 악기수업을 집중 배치한 것도 이의 일환이다. 특히 기타는 지난해 음성군 교육페스티벌과 교육부 주관 전국학생오케스트라 페스티벌 행사에서 특별상을 받을 정도로 우수한 실력을 자랑한다.

매월 마지막 주 토요 휴업일에는 학생들이 즐겁게 놀고 배울 수 있는 多행복한 토요열린교실을 연다. 봄나물 캐기, 페이스 페인팅, 효소 만들기, 갯벌탐방, 기차여행 등 체험 위주의 수업을 통해 견문을 넓혀주자는 취지다. 학부모 또한 토요일에도 마음 놓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어 교육 만족도가 높다.


--- 고중진 소이초등학교 교장 “모두가 행복한 학교 만들기 위해 노력”

교육과정은 각 학교 실정에 맞도록 각기 다르게 운영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농촌학교 교장으로서 도시학교와의 문화 격차를 해소하고, 농사일로 바쁜 가정의 아이를 위해 방과후 시간과 토요일을 활용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새벽부터 농사짓느라 두 시간씩 일찍 등교시키는 학부모, 방과후와 토요일에 집에 혼자 있어야 하는 소이초 학생의 실정을 고려한 것입니다. 점심시간 전 가끔 간식을 나눠 주는 것도 새벽부터 아침을 먹고 등교해야 하는 학생들의 배고픔을 헤아린 교사들의 배려입니다. 이렇듯 학생을 생각하는 마음을 하나둘 모아 작지만 아름다운 학교로 함께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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