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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우왕좌왕” 판세 “깜깜”

누구를 탓해야 할까. 정치인들을?

교육감, 교육의원의 전문성이 교육자치제도에 미치는 영향을 느끼지 못하는 유권자들을?

아니면 무관심하거나 무력한 교육계 관계자들을?


교육감 “교육경력 제한” … 법안검토 미비 위헌 시비
교육의원 “뽑는 거야?” … 일몰제 폐지 놓고 설전만


6·4 지방선거 예비후보자등록일인 2월 4일, 여야는 지방선거 준비를 위해 시급한 법안 13개를 국회 본회의에서 우선 처리할 예정이었지만 ‘교육(행정)경력 일몰제’에 발목이 잡히고 말았다. 지난 2010년 2월 개정된 지방교육자치법은 '교육감 출마를 위해 5년의 교육경력이 필요하다'고 규정, 교육(행정)경력이 없어도 교육감선거 출마가 가능했다. 그러나 국회 정치개혁특위(이하 정개특위)가 통과시킨 13개의 법안 가운데 ‘교육감선거 출마시 3년의 교육경력이 필요하다’는 교육경력 부활을 규정했기 때문이다.
법사위의 판단은 예비후보 등록일(법 효력발생까지 1주일의 시간을 감안하면 적어도 1월 20일 전후)이전에 법을 개정했다면 문제가 없지만, 후보등록 당일 법을 개정해 자격을 제한하는 것은 국가가 국민에게 권한을 줬다가 뺏는 헌법상 소급입법 원칙에 반하게 되므로 위헌성이 농후하다는 것. 실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집계 결과 이날 42명의 교육감 예비후보자가 등록했고 이 중 대구교육감 예비후보자 1명은 교육경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미 등록한 후보자라고 해도 교육경력이 없을 경우 자격을 잃게 된다. 교총 등 교육계의 요구를 무시하고 2010년 졸속으로 통과된 악법(惡法)도 법이기에 이를 바로잡기 위해 지난 5년간 기울였던 모든 노력이 결국 헌법상 공무담임권 ‘신뢰보호의 원칙’이라는 또 다른 법에 걸려 다시 넘어지고 만 것이다.
이에 대한 가장 큰 비판은 지난(持難)한 정쟁을 거듭하느라 두 달여 가까운 시간을 허비한 정개특위로 향하고 있다. 당초 1월 31일이었던 시한을 2월 28일로 연장하는 등 여·야간 신경전을 벌이느라 위헌(違憲) 소지와 같은 중요한 사항은 신경 쓸 겨를조차 없었던 것이다. 경기가 이미 시작돼 선수들이 출전했는데도 '게임의 룰'을 확정하지 못해 출전 선수의 자격시비를 자초한 꼴이다.
하지만, 이 모든 책임을 정치권에만 떠넘길 수 있을까. 정작 선거의 주인이자 교육권을 가진 유권자들은 자신들의 삶을 좌우할 지방교육자치제가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는 사실도 모를 만큼 무관심했다.
교육감들이 줄줄이 쇠고랑을 차는 모습을 보면서도, 학교교육 현장이 당리당략에 따라 춤추듯 흔들려도 그 근원적 제도 개선에는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시·도의회 교육의원들이 거리에서 삭발식을 거행하고, 교육의원 일몰제를 철회하지 않으면 단식투쟁을 하겠다며 의회 일정을 거부해도 관심을 두지 않은 탓은 아닐까. 교육감이나 교육의원 후보자의 교육경력을 교육계에서 왜 그토록 지키려 애쓰는 지, 그 중요성조차 지각하지 못하는 것이 교육열 세계최고라는 대한민국의 현실인 것이다. 교육의 전문성, 자주성, 중립성을 외치는 교육계의 목소리가 공허한 울림에 그치지 않으려면, 오늘 법사위에서의 사태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지방교육자치제에 대한 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교육감에게 교육전문성 요구는 당연’
교육감 교육경력 유지, 왜 필요한가
지방교육자치법 제24조(교육감후보자의 자격) 1항은 ‘교육감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은 당해 시·도지사의 피선거권이 있는 사람으로서 후보자 등록신청 개시 일부터 과거 1년 동안 정당의 당원이 아닌 사람이어야 한다’고 규정해 교육(행정)경력이 없어도 출마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지난 2010년 지방교육자치법 개정 당시 ‘교육경력 또는 교육행정경력이 5년 이상 있거나 합한 경력이 5년 이상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규정을 삭제했기 때문이다. 교총이 교육감의 교육경력 폐지를 문제 삼는 가장 큰 이유는 헌법 제31조에 명시된 교육의 전문성·자주성·정치적 중립성이 유명무실해져 최소한의 ‘교육전문성’ 확보조차 어렵다는 점에 있다. 교육감은 단순한 교육정책 집행자가 아닌 지방교육정책을 결정·집행하는 독임제 기관의 장이므로 전문적 식견은 필수조건이다. 다양한 사무를 담당하는 시·도지사와는 달리, 교육 사무만을 담당하는 교육감에 대해 교육 전문성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정치권을 꾸준히 설득, 정개특위에서 ‘교육경력 3년’을 어렵게 부활(?)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방교육자치법의 역사를 보면 교육(행정)경력은 후퇴를 계속해 왔다. 1991년 지방교육자치법제정 당시 교육감의 교육(행정)경력은 교육위원보다 5년 많은 20년이었다. 이후 15년(1995), 5년(1997)으로 줄었다가 지난 2010년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에서는 완전히 삭제됐다. 당시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현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인적자원 발굴에 제한을 줘선 안 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면, 지난 5년 동안 국회는 프랑스의 경우처럼 공공행정관리와 공공 재정 분야의 지식, 사회·경제적 환경변화에 관한 지식, 경영기술과 협상기술, 의사소통 기술, 지도력, 분석적 사고력, 자신감(열의), 외교력 등 교육감에게 요구되는 전문적 자질을 따로 규정하려는 노력이라도 했어야 옳다. 하지만 아무리 백번 양보해 생각해 봐도 학생 교육을 담당하는 교원에게는 국가자격증을 요구하면서 지방교육의 책임자인 교육감에게 교육경력이 없어도 된다는 논리는 비합리적이다. 교감승진을 위해서도 20년의 교육경력이 필요한데, 교육감의 전문성을 판단하는 객관적 지표인 교육(행정)경력을 없애는 것은 국민의 교육에 대한 기대와 요구를 저버리는 일임을 정치인들은 명심해야 한다. 더 이상 현장에 적합하지 않거나 교육적이지 못한 사안을 정치적, 정무적 판단으로 인해 그 폐해가 고스란히 학교 현장과 학생, 학부모에게 돌아가는 일을 보고 싶지 않은 까닭이다.

‘교육의원 예비후보 등록 2월 21일 부터’
교육의원 일몰제, 현실적 대안은
2010년 개정된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번 교육감 선거부터 바뀌는 주요 내용에는 선거 일몰제에 따른 시·도 교육의원과 교육위원회 폐지가 있다. 법이 이대로 개정되지 않는다면, 지난 지방선거를 통해 선출(당시 82명)돼 지방의회에서 활동해 온 교육의원들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교육행정 관련 심사·의결 권한을 갖고 있는 시·도의회 소속 교육위원회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교육의원들은 교육위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즉, 입법 예고된 대로 2014년 지방선거에서 교육의원 선거가 폐지된다면, 지방의회 내 교육위원회는 일반지방의원(정당추천 비례대표 포함)로 구성될 것이므로 지방교육자치제도에 관한 법률을 존속시키면서 교육에 관한 의사결정 기구(교육위원회)의 구성을 정당 정치에 맡기는 방식이 된다. ‘교육이 정치에 종속되거나 정치로부터 더 크게 영향 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는 뜻이다.
한국교육의원총회와 교총 등은 교육의원 일몰제를 폐지하지 않을 경우, 전국 교육의원 79명이 총사퇴하고 헌법재판소 권리구제 신청 및 지방교육자치법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히는 등 일몰제 폐지를 위해 힘을 결집하고 있다. 하지만 역시 시간이 촉박하다. 시·도의원 선거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되는 2월 21일(법사위 논리대로라면 법 효력 발생을 위한 13일)전까지는 결론이 나와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복잡한 것도 아니다. ‘지방교육자치법’ 부칙을 삭제, 당분간 유지하는 방안이 있기 때문이다. 현행 통합형 교육위원회 제도의 전국적 도입은 3년 6개월, 제주도의 경우도 7년 6개월 전이다. 새 제도를 도입해 교육의원선거를 치르고 통합형 교육위원회를 구성한 것에 대한 성과 및 부작용을 검증하기에 4년은 긴 시간이 아니다. 따라서 법 개정 당시부터 일몰제를 전제로 한 불완전한 개정이었던 입법전례의 문제점을 해소하고, 교육위원회의 실효성 및 타당성을 검증한 뒤로 결정을 유보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일 것이다.
정치권은 하루라도 빨리 선거의 룰을 확정해야 하며, 유권자와 교육계는 올바른 룰을 정하고 정한 룰은 지킬 것을 반드시 요구해야 한다. 얼마 남지 않은 정개특위 활동 기한 동안 정개특위가 넘어야 할 산은 완전선거공영제 도입 등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깜깜이’ 선거는 투표용지 개선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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