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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직선'보다 '교육 전문성'이 우선

2007년 부산에서 최초의 주민직선 교육감이 탄생한 이후, 지방교육행정의 최고 책임자인 교육감은 주민 직선으로 선출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한국교총을 중심으로 중립을 유지해야 할 교육감이 정치권에 휩쓸리는 것을 우려하여 직선제 폐지 움직임이 일고 있다.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 구현을 중심으로 교육감 선거제도, 특히 교육감 선출방식의 헌법 적합성을 구체적으로 논의해보고자 한다.


헌법 제31조에 따르면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하였다. 하지만 법률적 보장이 아닌 실질적 보장을 위해서는 이에 적합한 교육제도가 정비되어야 할 것이다. 교육제도는 교육의 기본방침과 내용, 교육행정의 조직 및 감독 등에 관한 제도이며, 일시적 정치세력이나 집권자에 의해 수시로 변경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교육제도에 관한 기본적 사항은 법률로 정하도록 하는 교육제도 법정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헌법정신 구현을 위해 어떠한 교육제도를 채택할 것인가는 입법자의 재량으로 결정할 문제이고, 교육감 선거제도 또한 입법자의 재량 범위이다. 하지만 입법 재량도 헌법 규정 및 원리에 부합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따라서 지방교육행정의 최고 책임자인 교육감을 선출하는 선거 역시 헌법의 기본원리인 국민주권의 원리에 부합하여야 하며, 교육입법권·교육행정권 또한 공권력의 일종이므로 국민주권의 원리에 입각하여 정당성을 찾아야 할 것이다.

‘교육공동체 총의’ 반영되는 교육감 선거 돼야…
교육의 자주성은 ‘교육기구와 교육내용은 공권력이나 외부세력의 간섭이 배제되어야 하며, 교육자에 의하여 자주적으로 결정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교육의 자주성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교원에 대한 교육행정기관의 권력적 개입 배제, 교육관리기구(교육위원회 위원, 교육감, 교육장 등)의 공선제 실현, 교육정책 및 교육목표 결정을 위한 교원·학생·학부모 중심의 교육공동체 총의(總意:consensus)가 자주적으로 반영되어야 한다. 총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선거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의 숙려된 의견에 대한 진중한 고려가 필요하다. 하지만 교육감 선거의 경우 ‘교육공동체 총의 범위’에 포함할 수 없는 선거인, 즉 ‘자녀의 교육시기가 아니어서 교육에 관심이 적거나’, ‘교육감 후보자의 인물이나 정책은 물론 교육감 제도 유무도 모르는’ 선거인이 현실적으로 존재한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선거인의 투표 영향으로 말미암아 교육감이 선출된다면 교육의 자주성은 ‘실질적으로 훼손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교육감의 교육경력 제외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어긋나
교육의 전문성을 위해서는 교육정책이나 집행은 가급적 교육전문가가 담당하거나, 이들의 참여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시·도 교육에 관한 최고 책임자인 교육감에게는 교육경력이나 교육행정경력이 요구된다. 이는 교육전문가가 교육행정을 총괄하는 교육감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서 교육의 전문성과 자주성의 요청에 부합한다(헌법재판소 2009. 9. 24., 2007헌마117 참조). 그러나 선거에 임박하여 여야 정당 간 합의에 의해서 ‘교육전문성 구현을 위한 필수사항인 교육경력을 제외한 것’은 교육제도 법정주의에 어긋나는 것이며, 교육의 전문성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도 부합되지 않는다.

정치색 강한 지방선거와 동일한 일정 … 정치적 중립성에 위배
정치적 중립성은 ‘교육이 국가권력이나 정치적 세력으로부터 부당한 간섭을 받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본연의 기능을 벗어나 정치영역에 개입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교육은 그 본질상 이상적이고 비권력적임에 반하여 정치는 현실적이고 권력적이기 때문에 교육과 정치는 분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감 선거는 정치적 기반과 정당 지지를 배경으로 한 지방선거와 동일한 선거 일정에 포함시켜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교육감 선거에 정치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교육감 선출 과정에서의 정치적 중립성이 위배되지 않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한 교육감 선거에서 정치적 요소가 지배적인 공직선거법 규정을 준용하도록 한 것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구현에는 미흡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선거제가 지배적이던 미국도 지금은 임명제가 70% 이상
물론 교육감 직접선거는 ‘주민의 직접 참여’라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민주적 정당성은 반드시 직접 참여를 통해서만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간접적 방법으로도 충분히 구현될 수 있으며, 특별한 경우에는 더 적절할 수도 있다. 따라서 지방교육자치제에서 요구되는 교육 자주성과 민주적 정당성이라는 두 측면의 조화를 꾀하기 위한 교육감 간접선거 방식은 ‘주민자치 원칙을 위배하여 선거권을 침해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헌법재판소 2002.3.28. 2000헌마283 참조). 따라서 교육자치 실현을 위한 교육감 선거는 주민의 직접 참여만을 고수할 것이 아니라 간접선거를 포함한 그 밖의 제도도 검토해 보아야 하며, ‘민주주의·지방자치·교육자주’라는 세 가지의 헌법적 가치를 조화시킬 수 있는 최적모형의 선거제도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 선거절차만 고수하는 법규는 입법권의 남용이라고도 하겠다.
이와 관련하여 외국의 경우를 살펴보자. 물론 각 나라마다 교육자치의 역할과 내용, 교육행정과 일반행정을 분리 또는 통합, 그리고 명칭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모두 우리나라 교육감 직위에 해당하는 성격이라고 간주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지방자치제도가 잘 정착·운영되는 영국은 지방자치단체가 교육국을 설치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교육국의 국장을 임명한다. 반대로 중앙집권제인 프랑스는 대통령이 교육감을 임명한다. 일본은 교육행정과 일반행정을 통합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교육위원 중에서 임명하며, 교육지방자치를 주정부에서 담당하는 독일의 경우에는 주지사가 교육감을 임명한다. 미국은 각 주마다 다양한 체제로 선출제 또는 임명제로 운영되고 있는데, 100여 년 전에는 선거제가 지배적이었으나 20세기를 전후하여 점차 선거제에서 임명제로 변천하고 있다. 지금은 50개의 주 가운데 약 70% 정도가 임명제를 채택하고 있다. 임명제인 경우는 주지사 혹은 주교육위원회가 임명한다.
각국의 풍토나 정치·문화·교육환경에 따라 ‘선거제’ 또는 ‘임명제’ 채택은 달라질 수 있지만 교육의 전문성을 구현하고, 헌법적 가치에 보다 더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은 비슷할 것이다. 따라서 입법부가 교육자치와 헌법적 가치를 조화시킬 수 있는 최적모형 도출을 외면·방치·거부한다면 입법권 남용에 문의할 수 있겠다.

학부모의 자녀교육권 침해로 인한 헌법소원 제기
이렇듯 현행 교육감 선거제도는 교육경력 제외로 인한 교육 전문성 보장 미흡 및 정치색 강한 지방선거 일정과 동일하여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등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 이처럼 법률이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는 자기관련성, 현재성, 직접성의 요건을 구비한다면 적법한 헌법소원심판 청구가 가능하다. 따라서 교육감 선거제도의 근거규정인 지방교육자치법 제43조에 대하여 교육에 관한 기본권 주체인 학부모 및 교사는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이 보장된 교육을 받을 권리를 근거로 헌법재판소법 제68조제1항의 권리구제형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
헌법소원 청구 시 주장할 수 있는 기본권으로는 ‘학부모의 자녀교육권’이 있다. 이는 학부모가 자녀교육에 대한 목표와 수단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권리이다. 학부모의 자녀교육권은 헌법상 명시적 규정은 없으나 자연법적으로 부모의 친권에 그 근거를 두고 있으므로 혼인과 가족생활을 보장하는 헌법 제36조제1항에서 구할 수 있고, 헌법 제31조제1항의 교육받을 권리, 헌법 제31조제2항에 의한 학부모의 자녀교육 의무에서도 도출될 수 있다. 헌법재판소도 부모의 자녀교육권을 학교영역에서 자녀의 교육진로에 관한 결정권이라고 보고 헌법상 기본권으로 인정하고 있다(헌법재판소 2009.4.30. 2005헌마514 참조).
그러나 학생들의 교육제도 수립에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교육감 선정 방식이 이와 같이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하고 있다면 ‘학부모의 자녀교육권’ 역시 보장받지 못할 것이다. 학부모의 자녀교육권은 근본적으로 자녀의 행복이란 관점에서 자녀를 보호하고 인격을 발현시키기 위하여 부여되는 기본권이므로, 이와 같은 교육감 선정 방식은 결국 학생들의 학교생활에 있어서의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헌법소원과 별도로 헌법 제26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청원권을 통해 ‘교육감 선정 방식 변경 요구’ 입법청원을 국회에 제출할 수도 있다. 청원권이 집단적으로 행사되는 경우, 국민은 청원권 행사를 통해 여론을 형성하고 민의를 국가기관에 전달할 수 있으며, 그 결과 구체적 정치사안과 관련하여 국가기관의 의사결정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교원단체 또는 학부모와 학생도 교육감 직선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으므로 다른 선정방식에 의한 교육감 선정을 요구하는 입법청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프로필
임종수 _ 초등학교 교사·교감·교장 등 교육경력만 40년인 임종수 법학박사는 현재 대한교육법학회 이사, 한국법과인권교육학회 이사, 한국학교법률연구소 소장, 새교육개혁포럼 공동대표를 맡아 활동 중이며 경기 포천초, 의정부서초, 의정부호동초 교장 및 한국교총 교권옹호기금운영위원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학교생활 필수법률>이 있다. 인천교대, 경북대행정대학원, 성균관대학원법학과를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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