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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손님'이 되어 가을을 만나다

카메라만 있으면 누구나 사진작가가 될 수 있는 11월의 가을. 대한민국 방방곡곡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다. 잰걸음으로 갈무리에 바쁜 학기말 일정이지만, 그깟 일 하루쯤 제쳐버리고, 북풍의 찬바람이 낙엽을 먼지마냥 날려버리기 전에 길을 나서보자. 시끌벅적하고 녹초가 되어 돌아오는 가을 여행이 아닌, 머무름만으로도 오롯이 가을을 품을 수 있는 여행지를 소개한다.


언제나 그렇듯 11월은 어정쩡하다. 가을이 다 간 것도, 또 그렇다고 겨울이 온 것도 아닌 그 사이에서 움찔거린다. 후드득 떨어지는 낙엽, 휑하니 불어오는 알싸한 바람, 그리고 짧은 햇살. 같은 가을이지만, 풍요롭고 화려한 10월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다가올 겨울을 준비하며 푸른빛을 잃고 토해낸 빛바랜 낙엽이 우리 인생사를 닮아서일까. 11월의 늦가을은 깊은 성찰로 빠져들게 한다.

유명 단풍 명소 부럽지 않은 소박한 고택, 춘천 ‘김정은 가옥’
달아나는 가을을 붙잡으려 전국에서 몰려온 관광객들로 유명 여행지는 초만원이다. 단풍구경은 고사하고 제대로 움직이기조차 쉽지 않다. 평온하고 운치 있는 가을여행을 하고 싶다면 고즈넉한 마을 한편에 자리 잡고 있는 고택(古宅)에서 ‘사랑방 손님’이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춘천 ‘김정은 가옥’은 100년 남짓 된 소박한 고택이다. 경주나 안동에 있는 고택처럼 규모가 크지 않아 마치 어린 시절 외갓집에 온 듯 편안하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그리 넓지 않은 마당에는 소박한 아름다움이 묻어난다. 붉은 단풍이 든 단풍나무 두 그루와 한옥의 조화는 유명 단풍 명소가 전혀 부럽지 않다. 나른한 오후의 햇살을 이불삼아 툇마루에 누워 바라본 푸른 하늘의 기억은 좀처럼 잊히지 않는다.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아궁이에서 군불을 때며 맡아보는 장작 타는 냄새와 콩댐한 아랫목에 깔린 두툼한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면 ‘아~좋다~’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풀벌레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이 들고,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에 눈을 뜬다. 한지 발린 창호문을 열면 그림 같은 가을 풍경이 걸려있다. 잠시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머무름만으로도 오롯이 가을을 품을 수 있다. 하룻밤 숙박이 여의치 않다면 김정은 고택에서 운영하는 한옥 카페에서 직접 로스팅한 커피 한잔의 여유와 함께 마당에 내려앉은 가을을 느껴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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