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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에 부치는 편지

학교에서 2월은 버린 카드이다. 하지만 2월처럼 중요한 달이 있을까? 설레며 새롭게 시작하는 한 학기를 알차게 준비하며, 일 년의 큰 그림을 디자인해야 하는 시기. 그 시기를 어떻게 지내느냐에 따라서 학급 운영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흔히 학교의 2월을 ‘죽은 달’이라고 한다. 곧 다시 돌아올 ‘봄방학’을 기다리며 ‘적당히’ 보내기 쉽다. 며칠 안 되는 학교 일정 때문에 해외 견문 등 장기 일정을 축소하거나 취소하게 된다는 학부모의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교사들 역시 오고 가는 ‘인사 발령’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2월을 보내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무엇보다도 ‘2월’을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 학기가 끝나고 다소 여유가 있는 2월은 같은 학년 혹은 같은 교과 구성원들이 모여서 공동의 사고를 모으고 함께 정보를 주고받으며 새로운 학기를 준비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이기 때문이다. 학교의 ‘일 년 살이’는 의외로 방대하다. 따라서 교사로서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발휘하며 창의적으로 학급을 운영하고 교과 활동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교육과정 재구성, 수업, 평가 계획 수립, 연간 필요한 준비물 선정 구비, 학교 밖 체험활동 장소 선정, 문화 예술 활동을 위한 전시 관람 예약 등 일 년의 스케줄이 구체적으로 짜여 있어야 한다. 이처럼 학교, 학년, 학급 운영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일 년 살이’를 제대로 수립하려면 2월 한 달도 넉넉한 시간은 아니다.

부임하자마자 곧바로 시작되는 학기
하지만 우리의 교육 현실을 보자. 학교의 학기는 3월 2일부터 시작하지만, 교사 전보에 의한 전입교사 발령장은 3월 1일 자로 수여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입교사는 자신이 맡아야 하는 학급 운영에 대한 사전 협의나 계획, 그리고 일 년간 보살펴야 할 학생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도 없이 곧바로 학기를 시작한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학교교육계획’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2월 중순경이 되면 교사 임지 발령을 낸다. 하지만 발령만 났을 뿐, 그 교사는 2월 말까지는 신임지 소속이 아니다. 때문에 신임지에서 새로 맡을 학급의 일 년 계획 수립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현임지에 출장 처리를 한 채 ‘바쁘게 왔다 갔다’ 한다. 왠지 미안한 마음에 ‘여비 부지급 출장 처리’를 한 채 말이다. 이는 제도적 뒷받침의 결여이며, 교육의 진정성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평탄하고 탄탄한 학사운영을 위해 선행되어야 할 것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우선으로 선행되어야 할 것은 학사일정 조정이다. 당해 학년도 학사 일정을 12월에 모두 마치는 것이다. 그리고 1월과 2월은 방학기간으로 하여 학생들이 학교교육에서 얻기 어려운 부분을 체험하는 기간으로 활용함으로써 교육 기회의 다양성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또한 교사는 1월을 교육 재충전의 기회로 삼을 수 있도록 어떠한 제한도 두지 않는다. 대신 2월은 모든 교사가 정상근무를 하면서 차분하게 다음 학년도 준비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렇게 학사일정을 운영한다면 충실한 계획과 준비를 통해 학교교육의 내실화를 이루게 될 것이다.
다음으로 접근해야 할 부분은 교사 발령일을 2월 1일 자로 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3월 1일 자로 발령을 내면 학교ㆍ학급 운영 계획을 완성하기 위해서 교사는 교실 수업을 진행하면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러한 불합리한 일정 속에서 교사들은 바쁠 수밖에 없다. 시간에 쫓기는 교사들은 ‘공유’라는 이름 아래 이전의 계획서를 복사해 가며 ‘결재를 위한 계획서’를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계획서는 부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교사 발령일을 2월 1일 자로 변경한다면, 2월 초에 신임지로 부임하여 수업이 없는 상태에서 동료들과 정보를 교류하며 일 년을 계획하고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학교의 3월은 평탄하고 탄탄하게 전개될 것이다.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은 즉시적 발상이나 실험적 적용이 아니라 치밀한 계획에 의해 의도적 방향을 설정하는 교사의 의지와 노력이 반영되어야 한다. ‘교사 발령일과 학교교육 활동 시작일이 같다’는 것은 모두의 무관심 속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진행되어 온 우리 교육의 현주소다.
2월을 살려 보자. 학교가 살아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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