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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사랑이자 기억이며 추억이다

음식은 사람을 무장해제 해준다.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배우 이영애가 유지태에게 ‘라면 먹고 갈래요?’라고 말하는 장면은 유명하다. 비록 인스턴트식품이지만 이때의 라면은 유혹이며 대화의 몸짓이며 좀더 가까워져 보지 않겠냐는 메시지 전달이다. 따라서 음식은 그 사람의 영혼이 담겨져 있는 것이기에 라면 한 그릇이라도 상대방을 이끄는 마력을 지닌 것이다.

음식은 사랑이다
나는 나의 아버지를 생각하면 말린 고추와 봄동이 생각난다. 그래서 눈물이 난다. 필자가 좋아하는 것이라고 당신께서는 추수 끝의 들판을 돌아다니시며 고추를 따오고 봄에는 배추밭에서 한겨울 이겨낸 파릇한 배추를 도려와 서울 학교 자취방까지 바리바리 싸오셨다. 고추를 다 따고 버린 밭에서 따오시는 것이었지만 얼마나 창피하셨을까? 이른 봄날 얼마나 추웠을까? 가슴이 저려온다.

거울을 통해 우리는 우리의 모습을 보지만 음식에선 그 사람의 마음을 본다. 음식 속에는 사랑이 깃 들여 있다. 음식을 먹는 사람은 “맛있다” “감사하다”라는 단순한 표현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러나 음식을 만드는 사람은 먹을 사람을 생각하면서 요리를 한다. 그 사람이 어떤 향료를 좋아하고 지금 마음의 상태가 어떠니 어떤 음식이 좋겠다 등의 수많은 생각을 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요리를 한다. 따라서 화를 내며 분노에 찬 음식은 맛이 없다. 먹는 이의 건강을 생각하고 그 사람이 먹는 모습을 생각하며 만든 음식이기에 그 음식이 맛있는 것이다. 따라서 식당에서 잘 차려진 음식이 맛이 없는 이유는 그들의 수고로움이 나만을 위해 음식을 차려준 사랑하는 사람의 정성만 못하기 때문이다. 집 밥이 그리운 이유는 이 때문이다.

<논어>의 ‘향당(鄕黨) 8’에 ‘沽酒市脯 不食(시장에서 산 술과 포는 먹지 않는다)’는 것은 정성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또한 ‘雖疏食菜羹 瓜(必)祭 必齊如也(비록 거친 밥과 나물국이라도 제사지내듯 반드시 경건히 하셨다)’는 것은 정성들여 만든 음식이니 그 사랑과 배려에 감사해야 한다는 뜻이다.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는 “음식에 대한 사랑처럼 진실한 사랑은 없다”라고 말한다. 음식은 진실이고 사랑인 것이다.

“라면 먹고 갈래요?”
음식궁합이라는 말이 있다. 서로 좋아하는 음식이 다를 경우 음식선택에 있어 감정소비를 하게 된다. 음식은 평화를 가져다주는 것이기에 음식 궁합은 꼭 이루어 져야한다. 좋은 음식을 먹고자 하는 것은 매슬로우(Maslow)의 욕구위계에서 보다시피 가장 기초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和라는 단어를 파자하면 ‘禾(벼)+口(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음식을 먹으면 평화(和)로와 진다는 것이다. 배고플 때 부부싸움이 더 심해진다(Proceeding of National Academy of Science)는 연구결과가 뒷받침하듯 음식은 화합을 가져주는 훌륭한 메신저이다. 플라톤의 <향연(symposium)>은 마음 통하는 친구들과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사랑’에 관해 수다를 떠는 내용이다. 음식은 사람을 무장해제시킨다.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배우 이영애가 유지태에게 “라면 먹고 갈래요?”라고 하는 대사가 나온다. 비록 인스턴트 식품이지만 이때의 라면은 유혹이며 대화의 몸짓이며 좀 더 가까워져 보지 않겠냐는 메시지 전달이다. 따라서 음식은 그 사람의 영혼이 담겨져 있는 것이기에 라면 한 그릇이라도 상대방을 이끄는 마력을 지닌 것이다. “언제 밥 한번 먹자”는 것은 호의이며 배려이다.

어두육미. 진짜 생선 대가리가 맛있을까?
어두육미라는 말은 물고기는 대가리가 맛있고 네발짐승 고기는 꼬리가 맛있다는 뜻이다. 과연 그럴까? 이는 귀족들이 자신들이 먹기 싫은 부위를 아랫것들 먹이려 만든 말이다. 이는 뒤집어 말하면 정말 맛있는 부분은 생선이나 네발짐승이나 모두 몸통이다. 필자가 꽁치를 무척 좋아했다. 어렸을 때 내 아버지께서는 꽁치를 연탄불에 구워주면서 생선의 뼈를 발라주고 대가리는 당신이 드시며 “대가리가 제일 맛있다.”라고 말씀하셨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토록 끔찍이도 자식을 사랑하셨던 분이 어찌 당신이 맛있는 부분을 드셨을까? 어두육미는 자식사랑의 증거이다. 자식이 맛있는 부분을 먹으며 미안해 할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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