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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 프로그램이 한국교육에 던지는 메시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2014년 2월 3일자 표지(사진) 타이틀을 ‘마음챙김 혁명(The mindful revolution)’으로 선정하고, 마음챙김 기반 스트레스감소(MBSR, Mindfulness Based Stress Reduction)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이는 개인적 명상수련이 일상적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미국 사회에서 보편화되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 글에서는 학업과 인성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과학적이며 효과적인 프로그램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는 마음챙김 훈련(MT, Mindfulness Training) 또는 마음챙김 기반 개입(MBI, Mindfulness-Based Intervention) 프로그램 을 소개하고, 이들 프로그램이 한국교육에 던지는 함의를 2회에 걸쳐 찾아보고자 한다.

예(禮), 효(孝),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
한국 인성교육, 정의적 영역에만 치우쳐
마음챙김 훈련프로그램 “주의력 계발, 감정조절 동시 달성” 주장

미국의 학교에서나 한국의 학교에서나 구성원들은 행복하지 않다. 이는 학교가 구성원들의 삶을 내재적 가치보다는 외재적 가치 위주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2002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아동낙오방지법(No Child Left Behind Act)’은 미국의 모든 초·중등 공립학교 학생들에게 매년 시험을 보이고, 이들의 학업적 진보를 교사 평가와 연계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학업성취도 향상에 대한 부담, 끊이지 않는 학교 내 폭력, 총기 난사, 중도탈락, 약물 중독, 자살 등은 교사와 학생에게 과도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교육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방정부는 1994년 ‘학교개선법(The Improving America's Schools Act)’을 제정하여 인성교육을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아동낙오 방지법’의 학력 신장에 매몰되어 인성 함양의 노력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였다.

이러한 사회적 상황에서 새롭게 떠오른 교육적 흐름이 사회적 감정학습(SEL, Social Emotional Learning) 운동이다. SEL은 비영리 민간단체인 ‘학업 및 사회적 감정학습을 위한 협력체(CASEL, The Collaborative for Academic, Social, Emotional Learning)’를 중심으로 시작되었다. CASEL은 1994년 예일 대학에서 The Collaborative to Advance Social and Emotional Learning이라는 명칭으로 출발하였으며, 미국의 ‘학교 개선법’이 요구한 인성교육 프로그램의 개발에 적극 참여하였다. 그러나 2001년 명칭을 The Collaborative for Academic, Social, Emotional Learning으로 변경하면서 과학적 증거기반의 새로운 SEL 운동을 시작하였다. CASEL은 이 분야에 새롭게 발견된 연구결과를 반영하고, 학업이 SEL과 명백히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SEL 운동이 학업과 인성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SEL 역량 강화에 새롭게 떠오르는 연구로 뇌과학, 인지과학, 인간발달 과학, 명상과학 등을 지목하고 있다. CASEL은 SEL 역량을 증진하는 프로그램들 중, 2013년 유치원용 프로그램 8개와 초등학교용 프로그램 15개를 평가하여 공개하였으며, 2015년에는 고등학교용 프로그램도 평가하여 공개할 예정이다.

한국도 2015년 7월부터는 전국의 초·중등학교에서 인성교육이 의무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이 법안에서 인성교육이란 “자신의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고 타인·공동체·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이다. 그리고 여기서 육성하고자 하는 핵심적 가치 또는 덕목은 “예(禮), 효(孝),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 등의 마음가짐이나 사람됨”이다. 이렇듯 한국의 인성교육은 전적으로 정의적 영역에 치중된 느낌이 적지 않다. 아직도 한국교육은 인지적 영역과 정의적 영역의 단절이라는 교육적 분석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미국의 CASEL이 주장하는 인성교육은 정의적 영역과 인지적 영역을 동시에 아우르고 있다. 특히 마음챙김 훈련프로그램은 초기불교의 마음이론, 뇌과학적 증거와 서구의 심리이론에 기초하여 인지적 능력과 정의적 능력의 동시적 계발이 가능함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볼 때 마음챙김 훈련프로그램은 이제 의무적으로 인성교육을 시작하는 한국 학교교육의 지평을 넓혀주는 대안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지적교육이 주를 이루는 한국의 풍토에서 주의력 계발과 감정 조절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주장은 교육관련 종사자들의 관심을 증폭시키는 주장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첫째, 마음챙김 훈련 프로그램의 원형인 MBSR의 사회적?학문적 맥락을 살펴보고, 둘째 마음챙김 훈련이 상정하고 있는 초?중등학교 교실에서의 교육적 개념모형과 관련 프로그램을 알아보고, 셋째 미국의 마음챙김 훈련 프로그램이 한국의 학교교육, 특히 인성교육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지를 순차적으로 논의하고자 한다.

마음챙김 훈련의 사회적·학문적 맥락
존 카밧진의 MBSR과 마음챙김의 정의
1979년 카밧진에 의해 MBSR 프로그램이 개발된 이래 북미 의료계에서 마음챙김 명상을 이용한 치료법이 점차 보편화되고 있다. MBSR은 10명 내지 30명을 대상으로 한 회기에 2시간에서 2시간 반 동안, 일주일에 한번 8주 연속 8회기로 행해지는 집단 프로그램이다. 회기는 공식 명상훈련, 하타 요가, 그리고 신체적 정서적 질환에 대한 심리교육 등으로 구성된다. 회기 후반기에 종일 묵언명상이 있다. 그리고 참가자들에게는 하루 40분 동안 요가 또는 명상, 혹은 양자 모두를 집에서 수행하는 과제가 있으며, 수행하는 동안 몸과 마음에 생긴 현상을 훈련일지에 적게 되어 있다.

공식 명상훈련은 호흡관찰, 신체의 각 부분 알아차리기(body scan), 그리고 신체 안과 밖에서 일어나는 소리, 생각, 느낌, 감각 등의 현상에 주의 집중하기이다. 이는 몸과 마음에 생긴 여러 현상들에 대해 판단하지 않고 초연하게 지속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개방적 관찰(open monitoring), 즉 통찰명상이다.

명상훈련 후의 경험과 매일 기록하는 훈련일지의 경험을 중심으로 지도자와 참가자들끼리 명상 중 어려운 점 및 수련을 통해 얻은 통찰 등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는 집단토론도 있다. 이 때 지도자가 강조하는 바는 신체적 감각과 이에 부수되는 여러 생각과 충동 등을 관찰하면서 생기는 마음챙김적 알아차림, 즉 마음챙김적 자각(mindful awareness)이다. 이러한 마음챙김적 자각은 즐거운 일이건 불쾌한 일이건 또는 중립적 일이건 몸과 마음에서 생기는 모든 현상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판단하지 않는 알아차림을 의미한다. 이 외에도 집단토론에서는 몸과 스트레스와의 관계, 스트레스에 대한 습관적 자동 반사행동(reactivity), 스트레스에 대한 창의적 반응행동(response) 등이 논의된다. 한편, MBSR에서는 중증 수준의 주의력 장애나 감정 장애, 정신분열, 그리고 자살경험 등이 있는 사람들은 제외되고 있다. 왜냐하면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객관적으로 관찰할 힘이 없거나 주의력 장애가 심하면 주의집중이 어렵기 때문이다.

30여 년 전 출간된 첫 번째 보고서는 MBSR이 51명의 만성 통증 환자들의 부정적 기분(mood) 전환과 통증 완화에 효과가 있음을 보고하고 있다. MBSR의 효과는 대체로 세 가지 측면에서 보고되고 있다(파브 외, 2014: 559 재인용).

첫째, 정신적으로 심한 장애가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경우, 스트레스는 상당한 수준으로 감소하고 이외에도 불안과 내적 반추(rumination)가 감소한다. 둘째, 만성 통증, 섬유 조직염(fibromyalgia), 암, 건선, 관상동맥 질환 등의 환자들의 경우는 안녕감이 증가한다. 셋째, 건강돌봄 전문가들의 경우는 자신들의 스트레스를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되고, 특히 사망 직전의 환자 또는 말기 암 환자를 돌보는 전문가의 경우는 자신들의 마음의 움직임을 비판단적으로 알아차리게 함으로써 직무 스트레스가 감소한다.

MBSR은 주의조절을 통해 자신의 부정적 감정을 비판단적으로 관찰함으로써, 이를 소멸시켜 스트레스를 줄이고 안녕감을 증진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카밧진은 마음챙김을 처음에는 “특별한 방법으로(의도적으로, 현재 순간에, 비판단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라고 정의하였다. 이후 주의에 기초한 알아차림을 강조하여 마음챙김을 “주의를 기울임에서 발현되는 알아차림”이라고 재정의하였다(카밧진, 2003: 145). 이로 인해서 마음챙김이 인지적 영역의 하나인 ‘주의’로 오해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마음챙김 관련 프로그램들은 감정조절에서 그 빛을 발한다. MBSR도 주의조절에서 감정조절로 발전할 수 있도록 기획됨으로써 궁극에는 스트레스 감소와 안녕감 증진의 효과를 유발한다. 즉 인지영역에 속하는 주의력을 계발함으로써, 정의적 영역의 감정을 조절가능하게 하는 과정이 마음챙김 관련 프로그램의 실체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 새교육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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