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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인가, 정치시민인가

교사인가 정치시민인가? 라는 질문은 문제의 복잡성을 수사적으로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 양자택일을 목적으로 설정된 것이라면 잘못된 질문이라는 말이다. 굳이 정답을 요구한다면 둘 다 옳다. 교사는 직업적 구분에 의거한 명칭인 데에 반해 정치시민은 근대 시기에 시민사회와 국가의 분화 과정에서 등장한 정치적 주체를 가리키는 용어이다. 결국 이 둘은 차원이 다른 것을 지칭하지 서로 배타적인 선택의 사안이 아닌 것이다.

문제의 복잡성
교사인가, 정치시민인가? 교사는 곧 정치시민이요, 정치시민이 시민사회에서 가지는 직업들 중의 하나가 교사이다. 그럼에도 이것이 ‘문제화’되는 것은 법적·규범적 차원이 사실적 차원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다음과 같이 얽히고설킨 실타래와 같다.

우리 헌법에서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 원칙을 표방하고 있다. 헌법 제31조에 교육에 관한 조항이 들어 있는데, 제4항에는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여기서 교육의 정치적 중립과 관련된 주요 내용은, 교육의 정치적 비(非)당파성, 교원의 정치적 중립, 특정 권력으로부터 교육의 독립, 교육에 대한 정치적 압력 배제 및 불간섭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이러한 헌법 규정은 ‘교육기본법’과의 관계에서 법리적인 논쟁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실제적인 사안에서도 상이한 판단이 등장했다. 이를테면 일부 교원단체 소속 교사의 정치적 중립 위반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언제나 동일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교육의원 및 교육감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정치적 당파성은 사실상 묵인되었다.

이렇듯 헌법에서의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조항은 법리적 해석과 실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일관되지 않았다.

교육은 이미 정치적 과정?
교육과 정치의 관계에 대해 교육학에서는 ‘교육과 정치가 서로 영향을 준다.’고 분명하게 진술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국가가 교육에 개입할 수밖에 없는 국민교육제도라는 오래된 교육사적 사실을 설명할 때나, 교육의 기능 자체가 (국가)시민으로서 정체성을 형성해주는 것이라는 사실을 설명할 때도 그러하다. 이렇게 본다면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문제는 사실의 차원과 규범의 차원 사이의 벌어진 간극을 해결해야만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결국 교육의 정치적 비(非)당파성 명제는 단지 논리적, 이론적 요청에 근거한 반사실적(反事實的, counter-factual) 주장에 가깝다.

왜냐하면 교육의 정치적 중립이 가능하려면 실제의 차원을 논리적인 영역으로 추상화하여 각종 조건명제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요컨대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는 시도교육감 선거 과정도 이러한 위태로운 교육과 정치 사이의 줄다리기에 노출되어 있음을 자주 목격했다. 또한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해 교사단체가 입장을 표명하는 것도 일상화 되고 있을 정도이다. 초·중등 교사들의 대다수가 공무원이라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모든 공무원들의 선거운동, 정당가입, 정치자금 기부 등 정치활동 전반을 금지하고 있는 국가공무원법이 지나치게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공무수행 상 아무런 지장도 없는 특정 정당 지지선언까지 금지하는 국가공무원법이나 선거법은 헌법의 참정권에 위배됨은 물론이고 양심의 자유도 침해한다는 것이다. 대학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국립대 교수들에게는 이러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도 신분 및 직책상의 차별로 간주될 만하다. 아울러 교육의 활동 자체가 내재적으로 가치 지향적이라는 사실은 정치적 중립성을 정당화하기 어렵게 만든다.

교육은 이미 옳고 그름, 좋음과 나쁨, 아름다움과 추함 등과 같은 가치 판단을 전제로 할 뿐만 아니라 이를 지향하기조차 한다. 수업의 과정에서 교사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가치를 제시하게 된다. 따라서 가치중립적인 교육과정이란 상상할 수 없다. 문제는 교사들이 제시하는 대부분의 가치에 교사의 독특한 세계관, 인간관, 사회관이 들어있으며, 이는 자연스럽게 정치적 신념과 같은 당파적 가치와 결합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본다면 교사에게 교육의 과정에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라고 하는 것은 사실의 차원과 관련이 없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자세한 내용은 월간 새교육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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