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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어 버린 아이

미성숙한 부모는 ‘아픈 아이’를 만든다. 아이들은 자신이 아프다는 것을 갖은 문제행동을 일으키며 모든 사람에게 알리기도 하고, 전혀 아프지 않은 척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경우도 있다. 두 유형 모두 미성숙한 부모로부터 나름대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안간힘쓰는 ‘방어기제’이다. 이번호에서는 부모 대신 ‘어른’이 되어 버린 아이의 원인과 문제점, 그리고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살펴본다.

쓸데없이 보통 이상으로 많이 자라 연약하게 된 것을 ‘웃자랐다’고 한다. 우리 아이들도 웃자랄 수 있다. 웃자란 아이들을 심리학에서는 ‘부모화 된 아이(parental children)’라고 부른다. 부모의 역할을 대신 하는 아이들이다. 맡겨진 역할이 자기 나이에 맞지 않는 어른스러운 일이다 보니 말투나 행동은 또래보다 조숙하다. 어른들 관점에서 ‘착한 아이’, ‘키우기 쉬운 아이’, ‘손이 별로 안 가는 아이’의 이미지에 딱 맞는 아이들이다. 그래서 이들은 주변에서 ‘철이 일찍 들었다’, ‘어른스럽다’는 평가를 받는다. 교실에서도 별문제 일으키지 않고, 자기 일을 스스로 척척 해내며, 학교 규칙이나 교사의 지시를 어기는 일도 없다. 그런데 왜 이게 문제가 될까? 오히려 철이 빨리 들고,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것이니 좋은 것 아닐까?

어른 되기를 강요 당하는 아이들
또래보다 ‘웃자란 것’을 다 안타깝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눈치도 빠르고, 예의 바르며, 타인의 마음을 알아주고 공감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때가 있는 법이다. 어린 시절을 아이답게 지내지 못하면 ‘결핍’이 생긴다. 부모의 사랑을 잃고 싶지 않은 아이들은 결핍을 채우기 위해 ‘부모를 위해서 살아가는 존재’가 되기로 결심한다. 부모가 원하는 게 뭔지 알아야 혼이 나거나, 버려지는 운명을 피할 수 있기 때문에 눈치가 발달한다. 집안일을 거들고, 동생을 잘 챙기며, 엄마·아빠가 좋아할 만한 행동을 알아서 척척 해낸다. 부모에게 착한 아이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부모화’가 높은 아이일수록 ‘효’ 및 ‘책임감’, ‘도덕성’이 강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얄궂게도 부모의 기분은 수시로 바뀐다. 때문에 안정된 마음을 갖기 어렵다. 그래서 늘 불안하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보다는 부모의 마음을 살피며 불안함을 감춰보고자 ‘밝은 척’, ‘행복한 척’을 한다. 부모화 된 아이들은 항상 타인을 배려하는 입장일 뿐, 정작 자신은 그러한 배려를 받지 못한다. 속상하고, 짜증나고, 억울하고, 힘들어도 내색하지는 않는다. 남몰래 눈물을 훔치며 속으로 삭이다가 깊은 우울감과 함께 자해, 자살 등의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기도 한다. 너무 빨리 어른이 되어버려 삶의 무게가 너무 버거워진 부모화 된 아이들. 이 아이들은 어쩌다 어른 되기를 강요당했을까? 어른스러워야 했던 아이들은 보통 ‘부모가 부모 역할을 제대로 못 할 때’ 생겨난다. 배우자에 대한 원망과 분노를 자식에게 하소연하는 부모, 우울증이 심하고 무기력하여 어린 자식이 부모의 안색과 기분을 항상 살피는 경우, 배우자와 대화가 안 되다 보니 자녀를 대화상대로 삼는 경우 등 부모가 자녀의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 주지 못할 때 자녀는 부모의 부모로, 부모의 배우자로 자리 잡는다. ‘부모화(perentification)’가 되는 것이다.

어린 아이가 감당하기엔 가혹한 책임감, ‘부모화’
아직까지도 ‘효녀’로 칭송받고 ‘착한 아이’라고 평가받는 심청이는 전형적인 ‘부모화 된 아이’이다. 아버지의 눈이 되어주어야 했고, 아버지의 눈을 고치기 위해 돈을 마련해야 했으며, 선원들의 안전을 위해 목숨을 바쳐야 했다. 어린아이가 감당하기엔 너무 가혹한 책임감이다. 이렇게 큰 짐을 지고 가야 하는 인생길이 얼마나 버겁고 힘들었을까? 얼마나 많은 눈물을 남몰래 흘리며 가슴 아파했을까? 안타까움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일 년이면 한두 차례 ‘심청이’ 같은 아이를 만난다. “아이고 힘들었겠다. 애썼다.” 툭 던진 말에 눈물을 멈추지 않는다. 이런 아이의 마음과 마주하게 되면 착하고 어른스럽고 철든 모습으로 보인 아이들의 마음이 사실은 어떤 마음이었는지, 이들이 왜 자신의 욕구를 너무 어린 시기부터 누르며 살게 되었는지, 이런 ‘어른스런’ 모습이 어떤 방식으로 강화되고 유지 되었는지, 그리고 이런 경향이 지나칠 경우 어떤 마음의 병이 자리 잡게 되는지 구구절절한 스토리가 나온다.

밀린 월세 마련 때문에 학교를 그만두겠다는 아이
부모화는 경제적, 정서적 부모화가 있다. 예전에는 경제적 부모화가 많았고, 요즘은 정서적 부모화가 더 많다. 경제적으로 힘든 시절, 어린 나이에 한 푼이라도 벌어서 동생들 학비를 보태주던 형, 누나, 언니, 오빠들이 경제적으로 부모화 된 아이들이었다. 지금도 조금만 주위를 살펴보면 경제적 부모화로 힘겨워하는 아이들이 여전히 있다.

● 상담사례
1학년 때 만나 3학년이 된 지금까지 지속적인 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현정(가명)이는 경제적 부모화가 된 아이였다. 평일에는 학교가 끝난 후 곧바로 고깃집에서, 주말에는 온종일 고깃집과 결혼식 피로연장을 돌며 생계형 아르바이트한다. 번 돈으로 월세와 각종 공과금을 내고, 아버지 용돈과 오토바이 기름값을 대드린다. 학교 급식비와 교통비, 핸드폰 요금 역시 본인이 해결하고 있다. 현정이를 처음 만난 건 1학년 2학기, 이유는 ‘자퇴’ 때문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 새교육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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