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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생의 아침을 상상해 본 적이 있나요?

30여 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기억나는 중학교 시절 친구가 있다. 하루는 내가 지각을 했다. 일 년 내내 매일 지각을 했던 그 아이 역시 어김없이 지각생들이 서 있던 운동장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그리 친하지 않았던 탓에, 나는 아직도 왜 그 아이가 일 년 내내 지각을 했었는지 알지 못한다. 다만 알고 있는 것은 그 아이의 집이 교문 바로 앞이었다는 것뿐이다.

담임을 하다 보면 거의 매년 상습적으로 지각하는 학생을 한 명씩 만난다. 조심스럽게, 미안한 듯 들어와도 모자랄 텐데 이 녀석들은 뒷문을 거침없이 열고 들어온다. 겨우 잡아놓은 수업 분위기를 깨는가 하면, 가방을 휙 던지다시피 교실 바닥에 놓고는 교과서를 꺼낼 생각도 않고 멀뚱멀뚱 교실 안을 두리번거린다. 조·종례 시간에 훈육이라도 하게 되면 학급 분위기는 어두워진다. 타이르기도 하고, 어르기도 하고, 화를 내 보기도 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어떤 때는 벌점을 부여하기도 하고, 벌 청소를 시켜도 봤지만, 이 녀석들은 관심도 없다. 부모님께 등교지도 도움이라도 요청하면 좋겠지만 이런 상습 지각생의 부모님은 대부분 맞벌이인 경우가 많다. 아이보다 더 일찍 출근하고 새벽에 귀가하여 아이를 챙길 수가 없다. 그래서 상습 지각생은 오롯이 담임교사의 화두로 남는다.

‘지각은 습관’이라 믿던 나는 ‘지각도 마음의 병’이라는 멘토 교사의 한마디에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생각해 보면 몇백 명의 아이들이 맞이하는 아침 풍경은 저마다 모두 다를 것이다. 부모의 따뜻한 말 한마디를 마음에 안고 학교로 향하는 아이도 있을 것이며, 문을 쾅 닫고 애꿎은 엄마에게 사춘기 성질을 내고 집을 나선 아이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삶에 지친 부모가 쏟아내는 거친 감정에 마음의 상처를 안고 학교로 향하는 아이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여태껏 ‘단 한 번도’ 우리 학교 학생들의 아침을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물론 아침마다 교실로 들어서서는 우리 반 학생들의 표정을 하나씩 살펴보기는 했다. 하지만 솔직히 늘 지각을 하는 그 아이의 표정까지는 살피지 못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 새교육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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