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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교과서 도입과 한국교육의 미래

지난 7월 정부는 ‘서비스경제 발전전략’을 통해 2018년부터 디지털교과서가 학교 현장에 전면 적용된다는 계획을 알렸다. 디지털교과서에 대한 기초연구가 1997년부터 시작되어 온 것을 고려하면, 20여 년 만에 교과서로서 학교 현장에 전면 보급되는 셈이다. 사람으로 따지면 이미 성년이 되었을 만큼의 긴 시간이다.

디지털교과서가 전면 도입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관련 기사들이 쏟아졌다. 늘 그렇듯 디지털교과서에 대한 기대와 걱정이 교차하는 모양새다. 최근 ‘포켓몬고’ 게임의 열풍이 불면서 학교 현장에서도 스마트교육의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여전히 인터넷 중독이나 시력 저하, 인성의 황폐화 등을 우려하는 견해도 상존한다. 이러저러한 기대와 우려를 접하다 보면, 과연 사람들은 디지털교과서를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각자 저마다의 방식으로 디지털교과서를 상상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필자는 2012년부터 디지털교과서를 연구하면서 디지털교과서에 대한 인식이나 이해, 개발 절차 및 과정, 디지털교과서 활용 수업 및 현황, 수업 모형 개발, 디지털교과서에 대한 분석 등 다양한 주제를 중심으로 디지털교과서와 이를 둘러싼 세상을 살펴보게 되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디지털교과서는 정책적으로 거는 기대와 달리 시간이 지나도 계속 제자리를 맴도는 듯한 인상을 받게 되었고,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싶어졌다. 어떤 한 측면이나 관점으로만 해석할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디지털교과서를 둘러싼 환경과 관련된 맥락을 이해하고자, 교육환경을 하나의 생태계로 상정하고 여기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맥락을 탐색하고 교실생태계를 분석하는 연구를 수행하였다. 교실생태계란 교실을 교사·학생·교육적 맥락으로 구성된 하나의 체계로 상정하고 생태학적 메타포를 교실에 적용하여 교실수업이나 학교 현장의 모습을 이해하려는 교실생태학 연구에서 유래한 개념이다.

이 연구에서는 현재 사용되는 디지털교과서에 대한 분석, 교사 및 학생 대상 설문 조사, 수업 관찰, 심층 면담 등을 통해 수집된 자료를 교실생태계의 체계 모형에 근거하여 분석했다. 연구의 초점은 교실생태계를 구성하는 교사, 학생, 학교, 시·도교육청, 출판사, 학부모 등의 각 주체가 디지털교과서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으며, 디지털교과서에 대한 교육 정책 및 우리 사회가 가진 가치와 신념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자료들을 반복하여 분석한 결과 디지털교과서에 대한 인식을 함축하는 키워드를 찾을 수 있었다. 그 키워드들은 ‘부족함’, ‘불편함’, ‘불안함’, ‘기대감’의 4가지로 요약되었다. 부족함, 불편함, 불안함이 디지털교과서 활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라면, 기대감은 긍정적 인식이라 할 수 있다.

분석 결과를 종합하면, 디지털교과서와 관련해서 교사나 학생 모두 아직까지는 디지털교과서에 대한 이해나 활용 능력이 부족하며, 기초적인 ICT 활용 능력의 부족함에서 기인하는 학습 속도 차이, 관리 및 통제의 어려움, 수업 지원 체계의 미비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러한 어려움은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한 수업이나 학습 효과에 대한 불안함으로 이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디지털교과서는 서책교과서와 차별화된 콘텐츠나 자료가 부족하고 여러 가지 기능의 개선이 필요한 상태로 적용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구동이 불안한 측면이 있었다. 학교는 디지털교과서 활용을 위한 환경 구축이나 예산, 지원 인력 등이 부족하고 미비한 환경 속에서 연구학교를 운영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또 연구학교가 끝날 경우 이 환경을 어떻게 유지하며 활용할지에 대한 불안함도 있었다. 출판사는 디지털교과서 개발을 위한 충분한 기간이나 예산, 인력, 안정적인 뷰어 및 개발 지침 등이 부족한 상태에서 디지털교과서를 개발하게 되어 여러 가지 불편함이 있었고, 저작권료 등의 문제로 디지털교과서 개발에 대한 수익 구조와 사업 전망에 대한 불안함이 있었다. 디지털교과서는 정책 추진 계획이 자주 변동됨으로써 정책적 안정성이 부족했고, 장기적인 로드맵의 부재로 정책을 집행하는 시·도교육청의 담당자나 연구학교들, 이를 활용하여 수업하는 교사들이 힘들어 했다. 학부모는 정보 및 안내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과 디지털교과서의 효과 및 역기능에 대한 불신도 있었다. 교육 당국은 디지털교과서 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와 더불어, 정책 추진을 통해 정책 목표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불안함이 있었다.

반면 희망적인 전망도 나왔다. 앞으로 디지털교과서의 질이 개선될 것이고, 교사가 이를 활용하면 더 나은 수업을 할 수 있으며 학생은 흥미롭게 배울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새롭게 디지털교과서가 개발된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콘텐츠를 담고 기능도 개선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와 더불어 디지털교과서는 학력의 지역 격차를 해소하면서 미래의 교육환경에 걸맞은 스마트 인재를 육성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우리의 교육이 한걸음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감 역시 존재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 새교육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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