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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창가에서] 신뢰가 만든 하모니

우리 반 아이들이 입학한 지도 벌써 반환점을 훌쩍 넘겼다. 최근에는 수학여행까지 다녀와 사실상 굵직한 행사는 모두 마친 셈이다. 어찌 보면 이제는 결실을 맺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작년에 입학할 때만 해도 중학생 티를 벗으려 안간힘을 쓰던 아이들이 이제는 안정되고 무게감이 있어 보인다. 특히 요즘 우리 반에는 소소한 성취감을 느낄 일들이 있었기에 분위기가 한껏 고조돼 있다. 그 시작은 합창대회였다.


아이들 스스로 준비한 합창대회


지난 1학기 말 2차 지필평가가 끝나자마자 연례행사인 합창대회를 준비해야 했다. 우리 학교는 1‧2학년 전체 학급이 참가해 경쟁을 통해 우승을 가리는 합창대회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아이들을 데리고 연습할 생각을 하니 두려움이 먼저 앞섰다. 지난해의 악몽 때문이었다. 10년째 상을 받지 못했던 나는 작년 말 대회를 준비하면서 반드시 상을 타야한다는 생각에 아이들보다 의욕이 앞섰다. 그런 상태로 연습을 시키다 보니 감정에 치우친 행동을 할 때가 많았다. 그랬음에도 결과는 비참했다. 아이들의 실망은 정말 컸고 나도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이로 인한 부담감은 말로 다할 수 없었다.


그래서 올해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을 하고 싶었고, 때마침 학교 업무가 바빠져 출장이 겹치는 바람에 연습을 직접 시키기가 힘들어졌다. 연습 첫날 아이들에게 말했다.


“오늘이 나와 함께 하는 연습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이번에는 너희들이 주도해서 해보렴. 선생님은 출장도 있고 해서 너희들을 많이 지도하지 못할 것 같아. 내가 발표 전날에 한번 들어보마.”


그러고 나서 반장과 부반장을 불러 이번 대회를 아이들 스스로 준비해보고 그 결과도 책임져 보자는 내 취지와 의도를 전했다. 꼭 전달할 내용만 반장을 통했다.


하지만 하루하루가 어찌 궁금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아이들을 다독거리면서 연습을 시키는 선생님을 보게 되고, 작년에 내가 했던 스타일로 지도하는 선생님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에 대한 궁금증만 커갔고, 가끔 연습하는 아이들을 뒤로 하고 출장을 떠날 때면 미안한 마음에 발걸음이 무거웠다.


공표한대로 난 발표 전 날이 돼서야 아이들의 합창을 봤다. 어딘가 부족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이 역시 아이들 스스로 해결할 걸로 믿고 그냥 맡겼다. 단지 내가 왜 연습을 스스로 하도록 했는지 취지와 의도만 전했다. 무언가 통한 듯 아이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대상 수상보다 빛난 최고의 무대


발표 당일, 나는 대회 진행 보조를 맡아 우리 반 아이들이 어떻게 발표하는 지 가까이서 볼 수 있었고 그 모습을 촬영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아이들의 합창은 내가 여태 본 중 최고였다. 지나가는 선생님들마다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물론 그 모습을 보는 나도 기뻤다. 결국 우리 반은 전교 대상을 차지했다. 10여 년 만의 상이 대상이라니, 참 큰 선물을 받았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아이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깨달았다. 아이들은 스스로 목표를 세웠을 때, 조금은 궤도를 벗어났다가도 올바른 방향을 향해 열정을 발휘할 수 있다는 놀라운 경험도 했다. 그리고 그것은 신뢰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사실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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