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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소재지평 확대의 신선한 사극 '옥중화'

11월 6일 MBC창사55주년 특별기획 ‘옥중화’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당초 50부작이 51회로 끝난 것은 잦은 결방 때문이다. ‘옥중화’는 6월 5일 남자 축구 국가대표 한국 대 체코 평가전, 8월 6, 13, 14일 리우올림픽 중계방송으로 각각 결방됐다. 이런 경우 ‘몬스터’처럼 2회 연속방송으로 끝내기도 하지만, ‘옥중화’는 1회 늘리는 선택을 했다.


4월 30일부터 7개월 가까이 방송된 ‘옥중화’ 종영으로 당분간 지상파 3사에서 사극은 볼 수 없게 되었다. KBS의 ‘구르미 그린 달빛’이 10월 18일, SBS의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가 11월 1일 각각 종영된 후 후속 방송이 없어서다. 계획대로라면 이영애⋅송승헌 주연의 사극 ‘사임당: 빛의 일기’(이하 ‘사임당’)가 10월 16일 끝난 SBS ‘끝에서 두 번째 사랑’ 후속으로 전파를 타고 있어야 맞다.


‘사임당’은 한⋅중 합작으로 기획된 전작제 드라마다. SBS와 중국 후난위성 TV에서 10월 동시 방송을 준비해왔다. 그뿐이 아니다. 일본⋅홍콩⋅태국에서도 동시 방송될 예정이었다. 그랬던 ‘사임당’ 방송이 내년 1월로 연기된 것은 정치적 이유 때문이다. 사드 배치 기정사실화로 중국 당국의 심의가 지연된 것으로 알려진 것.


가뜩이나 공영방송 KBS가 꾸준히 제작해오던 대하드라마를 수익률 따위 이유로 갑자기 포기하는 등 정통 사극이 위축되고 있는 분위기다. 거기에 더해 정치적 이유로 조선시대 신사임당을 주인공으로 한 ‘사임당’이 제작을 완료하고도 방송 지연돼 사극 마니아들은 물론 많은 시청자들에게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주고 있다.


각설하고 ‘옥중화’는 2003년 9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방송된 ‘대장금’으로 한류 열풍을 일으킨 이병훈 PD가 ‘마의’(2012~2013) 이후 3년 만에 연출한 사극이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대장금’은 동남아시아는 물론 스리랑카부터 쿠바까지 전 세계 100여 개 나라 국민들이 본 것으로 전해졌다. 그 외 ‘허준’(1999~2000)⋅‘상도’(2001~2002)⋅‘이산’(2007~2008)⋅‘동이’(2010)⋅‘마의’ 등이 이병훈표 사극들이다.


2년 전 칠순을 넘겨 또 ‘옥중화’를 연출했으니 그 건재함에 일단 찬사를 보낸다. 그런 화제성 덕분인지 ‘옥중화’는 닐슨코리아 기준 17.3%로 시작, 2회 만에 20%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허준’과 ‘상도’를 함께 성공시킨 최완규 작가와 15년 만에 의기투합, 이목을 끈 점에 비하면 다소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시청률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최종회 시청률 22.6%를 기록, 누가 뭐라해도 이병훈표 사극의 건재함은 과시한 셈이 됐다.


‘옥중화’는 소재지평 확대의 신선한 사극이라 할 수 있다. 필자 기억으론 처음인 조선시대의 전옥서(감옥), 체탐인(첩보원), 외지부(변호사) 등이 출생부터 기구한 옥녀(진세연)를 중심으로 펼쳐져서다. 왕조시대 조선에 변호사가 있었다는게, 그것도 우리나라가 처음이라는게 자못 신기할 정도이다.


그 점은 조선 명종(서하준)시절 대비 문정왕후(김미숙)⋅윤원형(정준호)⋅정난정(박주미)이란 식상한 시대적 배경과 역사적 인물들을 커버하는 ‘옥중화’만의 신선함이기도 하다. “법도 가진 자들의 소유이고 무기일 뿐”이라는 윤태원(고수)의 절규나 기생에서 정경부인에까지 오른 정난정의 대비를 등에 업은 국정농단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시사점이 적지 않아 보인다.


허구의 인물 옥녀가 전옥서 다모→체탐인→관비→소격서 도류→상단 대행수→외지부→옹주마마로 변신을 거듭하는 황당함을 살짝 눈감아준다 해도 문제는 남는다. 가령 본말전도다. 민중상 구현의 다양한 앵글이란 해석이 있을 수 있지만, 천둥(쇼리)⋅종금(이잎새)⋅여주댁(이숙)⋅동창(여호민) 등 엑스트라급 부각은 자칫 곁가지 치중하기로 보인다.


좀 아니지 싶은 것들도 있다. 평시서 주부로 공무원인 윤태원의 소서루 상주, 마지막회에서 옹주 신분인데 외지부로 나선 옥녀, 붓글씨로 필사되어 있어야 할 뇌물장부가 깔끔히 인쇄된 소품(20회), 세상이 발칵 뒤집히는 거사임에도 고작 수십 명, 그나마 장사나 하던 자들이 칼 휘두르며 소윤세력 척결에 나선 것들이 그렇다.

 

가장 큰 아쉬움은 정난정⋅윤원형의 음독자살에 대한 성지헌(최태준)의 “죽은 모습 보고 후련하지 않다”나 옥녀의 “가슴 속 한이 씻겨지지 않을 것”이니 하는 반응이다. 사실은 정난정⋅윤원형에 대한 옥녀⋅윤태원⋅성지헌 등의 복수일념이 드라마 전개의 중심축인데, 그걸 부정하거나 호도하는 셈이 되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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