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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창가에서] 아이들은 억울하다

2015개정 교육과정을 연수 중이다. 2009개정 교육과정과 크게 달라진 점이 없음에도 교사, 관리자라면 꼼꼼히 연수를 받아야 할 의무사항이다. 시대 흐름을 반영하듯 새로운 용어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럼에도 교육과정 본래의 목적과 취지에는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교육이라는 물줄기는 큰 변화가 없는 것이 정상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의 근본 이치나 진리가 변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잦은 교육과정의 개정은 일선 현장에 어려움을 배가시키는 요인이 된다. 국가에 무슨 사건만 터지면 그 해결책을 학교 교육으로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국가에 일이 생길 때마다 없던 위원회가 만들어지듯, 세월호 사건으로 추가된 안전교육도 그렇다. 마치 학교 현장에서 안전교육을 하지 않아서 그런 사건이 생긴 것처럼! 원인은 국가에 있었음에도 불이 떨어진 곳은, 해결책은 또 교육이었다.

잘못은 어른이 했는데 초1 시수만 증가 

지금도 초등 1학년 아이들은 과중한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 학교 1학년 아이들만 봐도 그렇다. 정규 수업이 끝나고도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을 하고 나서 4시 50분에야 통학차로 귀가한다. 발달 단계를 무시한 과도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그것에도 만족하지 못하는 부모들은 또 학원에 보낸다. 시골 학교지만 아이들은 수영을 배우러, 영어를 배우러, 피아노를 배우러 간다. 안쓰러움을 금할 수 없다.

한글도 어렵게 읽는 아이들에게 한자도 가르치는 실정이다. 이건 학부모 총회 건의사항이었다. 내년부터 안전교육이 추가되면 시수도 늘어난다. 이미 1학년 교육과정에서 안전교육을 강조하고 지도하는 시간은 차고 넘친다. 틈만 나면 안전교육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놀이 시간을 확보해 주기 위해 최대한 노력 중이다.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시간은 중간놀이 시간이다. 초등학생마저 행복할 수 없는 이유는 놀이시간의 부족이 틀림없다.

세월호 사건처럼 잘못은 어른들이 해놓고 돌아온 것은 애꿎은 1학년 아이들의 수업 시간 증가다. 노는 시간을 늘려 주어야 할 판에 되레 공부 시간이 늘어난 셈이지만 따지는 사람이 없어 보인다. 잘못은 위에서 다 해놓고 책임은 학교 선생님에게, 학생들에게 돌아왔다.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고 예방 교육 차원이라는 취지지만 찜찜한 마음은 지울 수 없다. 

교육 탓, 교육과정 탓 그만 좀 하시라

지금은 국가라는 배가 세월호가 되고 말았다. 이 사건이 지나고 나면 또 우리 아이들에게, 학교 선생님들에게 어떤 짐을 지울지 걱정이 앞선다. 

"학교에 와서 공부를 하는 이유는, 그리고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생각하고 실천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란다. 자기 생각을 갖고 사는 사람, 자기 말에 책임을 지는 사람, 자기 행동이 바른지 늘 반성하고 고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란다."

우리 반 1학년 아이들에게 날마다 강조하는 말이 있다. 학습문제를 생각하고 발표하며 적게 할 때마다 자기만의 생각을 발표하라고 주문한다.

제발 교육 현장을 가만 놓아두시라! 차분히 학생들 옆에 있도록 선생님을 가만 두시라! 일만 터지면 교육 탓 좀 하지 마시라! 교육과정을 누더기로 만들지 마시라! 아이들을 놀게 해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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